언제부터인가 책을 한번 읽어놓고서 그 책을 '읽었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분명히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내용을 다시 접했을 때는 새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리고 기억은 하되 전혀 새롭게 그 의미가 다가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경우 태반은 그냥 '본것'일 뿐이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전혀 다른 분야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하고자 하는 뜻은 같은 것임을 알게 되고 놀라곤 한다. 때로는 똑같은 예를 들어가면 자신의 논리를 펴나가는 것을 보고 실소를 머금기도 한다. 같은 내용이 다른 책에서 다른 활자로 표현되는 것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충분히 갖고 있는 듯 하다.

역사서에서 한 누군가의 말이 경영전략서에서 그대로 표현되는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는 것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어떤 근원적인 원칙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든 기업이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여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변화가 없음은 물이 흐르지 않음이고, 그것은 자기 정체로 머물러 있지 않고 썪어 버린다. 많은 기업이 성장동력을 잃고도 명맥을 유지해간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삶에서 절대 행복하지 못하면서도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것은 '확실하게 살아 숨쉬며 펄떡이는' 사람을 만나면 분명해진다.

나는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그 자체로 만족할 수도 없고 만족해서도 안됨을 알고 있다. 내가 배우고 익힌 것이 내 삶과 내 가정, 직장에서 실제로 그 '효과'를 나타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살지 못한다면 그 지식은 죽은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모름만 못하다. 자신보다 부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불행한 사람은 로열 팰리스 아래 판자촌에 사는 사람이다.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내내 피터 드러커, 짐 콜린스, 구본형, 헨리 나우웬과 살았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들의 삶속에서 어떤 공통점 같은 발견하게 된다. 그야말로 어렴풋이...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을 인정함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한 것이라면 더욱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정말로 행복한 사람은 그조차도 인식하지 못한채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 자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전 재산을 버리고 30년을 맨발로 살아간 어느 노인을 다시 떠올린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손가락질하고 안쓰러워하고 무시하고 경멸했는가... 그러나 그 자신은 스스로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다 갔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시는 분이다.

그 흉내라도 내며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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