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 샘터
초판 9쇄

여러곳에서 추천받은 책이라 한번은 읽어보고 싶었는데 제본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게다가 자기개발 위주의 경영서적만 읽다보니 사람이 좀 건조해지는 듯 싶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리란 기대도 있었다.
덕분에 사놓은지 1년이 넘도록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위대한 개츠비'의 대략 내용을 이해하게 되었다. 눈물나게 간단한 스토리이긴 했지만... 다시 한번 개츠비를 만나봐야겠다.

무엇보다 가슴이 따뜻한 이 사람의 글은 위로가 된다.
아무때나 열어놓고 읽어도 부담없는... 따스한 책이 될 것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중 인물들을 통해서 내가 표출하지 못했던, 아니 내 안에 있는 것조차 까마득하게 몰랐던 욕망, 분노, 고뇌, 사랑을 맞닥뜨리게 된다. 6p.

* 그래서 문학은 일종의 대리 경험이다.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 한계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시행착오 끝에 '어떻게 살아가는가', '나는 누구이며 어떤 목표를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한다. 7p.

* 릴케가 1903년부터 1908년까지 어느 시인 지망생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그의 사랑에 관한 정의이다.

"우리는 어려운 것에 집착하여야 합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습니다. 고독한 것은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아마도 내가 앍에 그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고 다른 모든 행위는 그 준비 과정에 불과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든 일에 초보자이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을 모릅니다. 그러나 배워야 합니다. 모든 존재를 바쳐 외롭고 수줍고 두근대는 가슴으로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은 초기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합일, 조화가 아닙니다. 사랑은 우선 홀로 성숙해지고 나서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21p.

* "내게 넌 아직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불과해. 하지만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지. 내겐 네가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만일 네가 날 길들인다면, 마치 태양이 떠오르듯 내 세상은 환해질 거야. 나는 다른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네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될 거구. 저길 봐!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으니까 밀밭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 그건 슬픈 일이지. 그러나 넌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까 네가 날 길들인다면 밀은 금빛이니까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러면 난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도 사랑하게 되겠지.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행복해질 거야."

작별 인사를 할 때, 여우는 선물로 비밀을 하나 가르쳐 준다.
"내 비밀이란 이런 거야. 제대로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어린 왕자는 마음을 쏟아 '길들인' 장미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간다. 25,6p.

* 내가 고3이 되자 아버지는 여러 대학을 찾아다니시며 입학 시험을 보게 해 달라고 구걸하듯 사정하셨지만, 학교측은 어차피 합격해도 장애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했다. 아버지는 당시 서강대학교 영문과 과장님이셨던 브루닉 신부님을 찾아가 제발 시험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신부님은 너무나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씀하셨다.
"무슨 그런 이상한 질문이 있습니까? 시험을 머리로 보지 다리로 보나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시험 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반문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두고두고 그때 일을 말씀하셨다. "마치 갑자기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기쁜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고... 38p.

* 한마디로 그의 사랑은 역설적으로 희열의 고통이었다. 혼신을 다 바친 끈질긴 사랑이 결국은 열매를 맺지 못했지만, 노년에 그는 모드 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좀더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자신이 느꼈던 지독한 상실감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그녀는 끝내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 몰이해야말로 그의 시와 삶에 끊임없는 자극이 되었고, 만약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였다면 "가난한 언어 같은 것은 버리고 그저 살아가는 데만 만족했을지도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드 곤은 한 남자의 청춘을 파괴한 대가로 한 명의 위대한 시인을 탄생시킨 셈이다. 영국 시인 하우스만(A. E. Houseman, 1859~1936)은 시를 쓰는 작업을 "상처 받은 진주조개가 지독한 고통 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여 진주를 만드는 일"에 비유하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전기를 읽어 보면 극심한 내적 고통을 겪고 난 후 영혼의 깊은 상처를 승화하여 주옥같은 작품들을 쓰는 예가 허다하다. 49,50p.

*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책의 첫 부분에서 개츠비에게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인 이유를 분명히 밝힌다. 그것은 바로 개츠비가 암담한 현실 속에서 "아무리 미미해도 삶 속의 희망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사랑에 실패해도 다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즉 언제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낭만적 준비성', 그리고 "삶의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64p.

* 얼마 전 '영국 과학발전협회'는 인터넷 투표로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유머로 다음 이야기를 뽑았다.

명탐정 셜록 홈즈와 닥터 왓슨이 캠핑 여행을 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함께 누워 잠을 잤다. 얼마 후 홈즈가 갑자기 왓슨 박사를 깨웠다.
"왓슨, 하늘을 보고 뭘 알 수 있는지 말해 주게."
왓슨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수백만 개의 별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천문학적으로는 은하계가 수백만 개 있으며 항성이 수십 억이 있다는 것, 측시학적으로는 시간이 새벽 3시쯤 되었다는 것, 신학적으로는 신은 전능하고 인간은 미미한 존재라는 것, 기후학적으로는 내일 날씨가 청명하리라는 것. 자네는 무슨 사실을 알 수 있는가?"
한동안 말이 없던 홈즈가 이윽고 말을 꺼냈다.
"누군가 우리 텐트를 훔쳐갔다는 걸 알 수 있네."

* 독일 낭만주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칠판에 거대한 원을 그려 놓고 <푸른 꽃>의 복잡다단한 상징체계를 설명하고 계셨다. 우리도 노트에 그림을 옮기느라 교실이 아주 조용했는데 누군가 뒤에서 길게 한숨짓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선생님은 갑자기 홱 돌아서시더니 소리치셨다.
"누구야. 지금 한숨 쉰 사람 누구냐고!"
떠들어도 별로 야단을 치지 않으셨던 선생님의 반응은 너무나 의외였다.
"지금 몇 살이야. 예순? 한숨짓는 것은 포기하고 싶다는 거야. 한숨짓는 것은 싸움에 지는 거라구!" 선생님은 화난 어조로 계속 교탁에 백묵을 짓이기시면서 말씀하셨다. "포기하고 싶어? 그럼 아예 포기해. 지금!" 98p.

*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무한한 상상력을 가졌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는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나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마지막 시도로,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가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누가 아는가, 그러면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10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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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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