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할 무렵이었던가?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시집이라고는 사본 기억이 없는 내가 그 제목에 이끌려 샀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시인의 미모에 현혹이 되어 시집을 골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도무지 싯구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무튼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곡과 더불어 이 나이가 주는 묘한 상실감과 낯설음, 두려움따위는 한동안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했었다. 이를테면 서른이 되었으니 뭔가 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결혼과 직장과 같은 현실적인 벽들, 그리고 서서히 신호를 보내는 노화의 증거들...

그리고 이제 삼십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가 되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 생겼다. 직장도 다니고 있고 신앙, 재정, 건강, 커리어등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두려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서른을 막 넘길때에 비하면 마치 항구를 떠나 막 돗을 펄럭이는 배처럼 생동감있게 달리고 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 파도는 높지만 그래도 항구를 더 멀리 떠나 항해하는 중이다. 배는 달릴때 가장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러번 얘기했지만 나의 책읽기는 절대적으로 실용성을 강조한다. 여유가 생기면 시나 소설, 좋아하는 탐정소설이나 SF소설도 읽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나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에 도움이 되는 책들에 천착하고 있는 중이다. 문득 서원이가 잠들고 난 후 아내가 들려주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 사람은 아내가 다니던 대학의 CCC순장이었다. 남들이 제대하고 방황하기 딱 좋은 복학전의 6개월을 이 사람은 이렇게 보냈다고 한다. 학교와 가까운 남자 사랑방(CCC사람들의 공동숙소?)에 사람이 많아 공부하고 힘들고 오랜 군생활로 도서관에 적응이 되지 않자 이 사람은 과감하게 여자사랑방을 찾았다. 얼마간의 식비를 부담하고 사정설명을 한뒤 낮시간동안 비어있는 이 여자 사랑방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런식의 자기통제가 가능한 사람을 아내는 일찍이 만난 적이 없다 한다. 결국 이 사람은 졸업하자마자 이랜드에 입사를 했고 숨겨왔던 커플을 밝혔다. 상대는 인근 학교의 CCC 총순장 자매. 공부도 신앙도 뛰어났지만 인물까지는 탁월하지 못했던지 주변 형제들은 이 사람에게 '믿음이 좋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결혼했고 아내되는 분은 공부를 접고 살림에 전념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딱 3년이 지나던 때에 일어났다.

이랜드를 다니던 이 선배가 돌연 미국행을 선언하고 제빵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람의 말인즉은 아내가 더 똑똑해서 학업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니 자신이 제빵기술을 배워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쪽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부는 그 삼년동안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미국에서 적응할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이들이 이렇게 살 필요는 없지만 목표가 분명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그 결과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서른이라는 나이가 중요하다면 그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깊은 사고의 세계에 한발 담그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야 하니 혼자 마음대로 살 수도 없다. 이것은 재갈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그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겨난다.

기질에 따라 성향에 따라, 또 배경에 따라 사람의 사는 방식은 다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신이 가야할 길과 그 길을 위해 치러야할 대가를 치룰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성공이 물질적인 축복이나 명예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다 아신다. 우리 삶이 열매맺는 삶인지 쭉정이 같은 삶인지 하나님은 구별해내실 수 있다.

나는 이왕이면 열매맺는 삶을 살고 싶다. 가능하다면 돈도 벌고 싶고 명예도 얻고 싶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앞에 떳떳한 삶을 살고 싶다. 그것은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하는 삶이며, 내가 가진 달란트로 힘과 용기를 복돋아 주는 삶이어야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 좀 더 나아지기 위한 몸부림의 삶이 되어야 한다. 행복은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전리품과도 같아서 애써 추구하지 않아도 다라오는 것이라 믿는다.

내가 매주 교보문고를 찾는 이유를 대라면 바로 이런 이유라고 말해주고 싶다.


<2005년 12월 19일 월요일, 교보문고 북헌팅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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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토리
존 바텔 지음, 신윤조.이진원 옮김, 전병국 감수 / 중앙M&B(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2월

이제 바야흐로 구글의 시대, 미국이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또 하나의 웹 표준으로 자리잡은 바 있는 구글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공룡 마이크로 소프트같은 인터넷 회사는 물론이고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회사가 최대의 경쟁자로 여길만큼 이 회사는 거대하게 커버렸다. 이 책은 단순히 구글이라는 회사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검색'이라는 서비스가 끼치는 전반적인 영향력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다소 읽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접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 지면이 짧다. 그러나 트렌드가 아닌 어떤 흐름으로 다가오는 이 '구글'이라는 두 글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바로 몇년후의 우리 업계에 닥쳐올 거대한 파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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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
최종길 지음 / 밝은세상 / 2005년 10월

연말 연시 책을 선물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책을 고를까? 감동적이고 공감할 수 있고, 또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본 사람에 대한 얘기라면 자연히 손이 가질 않겠는가. 이 책은 TV에서도 몇번 소개된 바 있는 한 뇌출혈 환자와 그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두번째 아이를 순산했다. 세계최초의 일이라 한다. 아직도 의식은 없지만 이 둘째아이가 품에 안기면 아주 가끔씩 의식이 돌아온다 한다. 그러나 더 감동적인 것은 이 환자의 남편이다. 비록 장판 바르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 사랑의 힘은 너무나 위대해서 숨막히게 한다. 사랑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면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일일게다. 이렇게 사랑하는 것이라고 웅변하는 이 사람앞에서 내 신앙이 초라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인간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사랑하고 싶다...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
이재철 지음 / 홍성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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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많인 기대를 안고 출간한 이재철 목사님의 '매듭짓기'라는 책은 다소 내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지만 이곳 저곳에서 들었던 목사님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진정성의 근원지가 어딘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세상의 풍파속에서 몸으로 겪어내었던 삶의 흔적들이 그의 지식과 신앙이 어울려져 깊은 뚝배기 된장맛을 낸다고나 할까. 서른의 나이에 읽어봐도 나는 여전히 청년이며 담금질과 채찍질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채찍질에 더할나위없다. 나는 맞고 또 맞아야 한다.
그래야 정신차릴 테니까...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1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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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글짓기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구매한 적은 없다. 무슨 무슨 글쓰기 전략이라든가 문장기술과 같은 책들이 꾸준히 나오곤 있지만 당장 사야될만한 급박한 필요를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얇고 놀라울정도로 분명하게 편집되어져 있다. 하고 싶은 메시지가 짧지만 분명하다. 기존의 글짓기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들들 한방에 하나씩 산산히 조각낸다. 그의 주장하는 바는 하나다. 글짓기는 철저히 실용성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적인 글쓰기의 환상에서 깨어나 돈이 되는 글쓰기를 하라고 한다. 정신이 번쩍 들고 깔끔한 뒷맛의 책, 더더군다나 한시간안에 읽기가 가능하니 경제적이다. 더 자세히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2,3권을 미리 준비하는 김영사의 치밀함도 엿보인다. 글쓰기에 영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한번 들을만한 충고로 아주 좋다.

책이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변화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었다.
그래서 나도 그들을 닮기 위해 오늘도 짬짬이 책을 읽는다.
그것은 적쟎게 즐거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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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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