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니티 경영
구본형/휴머니스트
2005.12.05 / 1판 1쇄


1.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는 우리를 잘 알고 있을까?
인터넷과 무선통신이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넘나들고 있지만 진정한 세계화는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란 전제하에 구본형씨는 이 책의 서두를 시작하고 있다. 그가 미국, 프랑스, 일본, 그리고 한국을 비교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각 나라가 가진 다른 문화적인 코드에 합당한 경영방식만이 성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어서이다.

* 개인이 자신만의 강점을 활용해서 성공의 길을 열듯이, 한 사회는 문화적 특수성을 성장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 87p.

그렇다면 다른 나라와 뚜렷이 구분되는 한국인만의 특성, 즉 코리아니티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 한국을 위선적인 사회 혹은 안팎이 다른 이중적인 사회로 인식하는 선입견과 왜곡만 떼어내면, 한국인들이 '우리 속에 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정확한 관찰이다. 한국인들은 '우리'라는 집단 속에 자아를 심어두는 데 익숙한 문화적 DNA를 가지고 있다. 미국적 개인주의와 일본식 집단주의 사이에 한국인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우리'와 '나', 공동체와 개인이라는 2가지 속성을 다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98p.

이렇듯 미국적인 개인주의도 일본적인 집단주의도 아닌 그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문화적 DNA가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말한다. 조직이나 집단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속에 완전히 함몰되는 것 역시 싫어하는 것이 한국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이 이 말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인의 특성이 가진 단점도 있다.

* 한국인에게 가장 취약한 대목은 바로 힘이 작용하는 방향이 지나치게 수직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은 권위주의 청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 하지만 정치적, 사회적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개인들은 자유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고, 인터넷 확산을 통해 한국은 가장 빠르게 수직적 경직성을 깨고 수평적 정보 전달을 구가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바뀌고 있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타고난 권위주의자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 그러나 한국인들은 '얼굴이 있는 관계'를 가정하는 조직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코리아니티가 가지고 있는 반21세기적인 가치 가운데 대표적인 하나를 들라면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를 꼽겠다.

... 권위는 존중되고 훌륭한 에너지로 활용하되, 권위주의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수직적 권위주의는 도처에서 수평적 속성들이 자생해 나오려는 힘을 꺾고 부러뜨림으로써 조직을 과거의 반복적 증식 속에 빠뜨렸다. 75p.

우리는 많은 부분 권위주의와 리더십을 혼동한다. 어떤 직급이나 직위를 그 사람의 리더십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경우 자신만의 스타일이 아닌 일반적인 권위에 호소하여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는 못한다. 오히려 자신이 가지지 않은 스타일의 권위에 의존하게 되어 부하직원과의 인간관계마저 해치고 불신과 반목을 사기가 쉽다. 그리고 권위주의가 가진 폐쇄성으로 인해 조직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공감이나 공유에 의한 리더십이 아닌 지시와 확인으로 가득찬 방어적인 조직으로 변하기 쉬운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적인 환경속에서 성공적인 줄타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한국인은 집단과 개인 사이에 머물며 그 둘 사이의 갈등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이것은 위선이 아니라 현실적 고뇌의 모습이다.

... 예를 들어 기업속의 작은 기업가가 되어 자신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처럼 활동하다가 때가 되면 진짜 자신의 회사를 차려 독립하며, 모기업과 우호관계를 맺고 훌륭한 동지와 파트너로서 관련 영역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만들어가는 것은 기업에게나 개인에게만 멋진 기회일 것이다. 104,5p.

나는 한 기업에 오랫동안 일하면서 그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함몰되는 것이 두렵다. 오히려 회사 속에서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독립적인 1인 기업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편이 나를 더 긴장시키고 발전하게 하며 더 적극적으로 일에 있어서의 성취를 향해 내달릴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2. 그렇다면 그런 개인을 위한 바람직한 경영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 기업의 성공은 부드러운 무형의 가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미래의 비즈니스 성공에 필수적인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의 답은 이제 분명해졌다. 그것은 사람이다. 두뇌와 가슴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제 우리는 당장의 재무적 성과를 내다보며 조직을 경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업 조직의 구조와 운영 원칙은 '앞으로 5년, 10년, 15년 뒤의 사업 목표를 겨냥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218p.

* 코리아니티 인재경영은 단 한 가지 믿음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전제를 진실로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차용한 가치관은 신념이 될 수 없다. 말과 신념의 차이는 결국 믿음이다. 정말로 믿는다는 말은 인재를 선발하고 계발하고 유지하는 일을 경영의 가장 우선적 가치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 예를 들어 회사가 병들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직원들의 퇴사다. 직원이 떠나려고 한다면 그 조직은 이미 병든 조직이다. 이것은 직원의 충성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직원의 열정을 끌어내지 못한 경영자의 믿음 부족 탓이다. 최고의 일터를 제공함으로써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경영자의 신념이 되어야 하며, 일선 관리자들의 실천을 통해 구현되는 가치여야 한다.

... 사람을 얻고 사람을 남기려면 2가지 기본 태도가 중요하다. 첫째는 사람에게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이다. 둘째는 비즈니스가 정치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28,9p.

이 세상의 '올바른' 경영서적치고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책이 없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은 한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공을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시키는가에 있다고 본다. 개인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때 최대의 만족감을 얻는다. 회사가 그 사람을 '적합한' 위치에 자리잡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적합한 배움과 기회를 제공하여 열정을 이끌어내고,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사람을 배치하여 적합한 대우를 해줌으로써 '사람들이 스스로 경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훌륭한 경영자와 리더가 실행에 옮겨야 할 과제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 격려의 또 다른 기본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사람 개인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그가 하고 있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다. 유능한 관리자는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 질문하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의 개인적 역사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잘하며, 어디에 관심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안 만큼 이해하고 그 사람이 자기다운 장점으로 빛날 때 감탄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칭찬이고 격려다. 이때 관리자는 스폰서의 역할을 가장 멋지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380p.

사내에서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모든 일이 진행됨에 있어서 투명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 각 개인을 제한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진정한 헌신과 노력을 끌어낼 수 있다. 그 가장 밑바탕은 그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3. 그러면 기업속에서 개인이 일하는 방법은?

* 내가 이력서에 써야 할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직장인들 가운데 이 한두 가지를 적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많은 직장인들을 괴롭히는 큰 이유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한두 가지 일에서 인정을 받아 이름을 얻으면, 우리는 그 명성을 브랜드 파워라고 부른다. 각 개인은 자기 경력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은 모든 직원을 훌륭한 전문가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 275p.

지식사회가 요구하는 개인는 '한 회사에 속한 개인'이라고 보다는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능력있는 개인'들의 조합이어야 한다. 이러한 구도가 되면 회사는 더 이상 개인을 관리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각 개인도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개인의 발전과 회사의 번영을 함께 꾀할 수 있다. 갓피플의 PB팀이 의미있는 도전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현장을 제공해 주는 스폰서링보다 더 커다란 지원은 없다. 이것은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직무에서 해방되어 매너리즘을 벗고, 제2의 인생을 걸고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긴장 속으로 즐겁게 투입할 수 있다는 것만큼 좋은 동기 부여는 없다. 좋아서 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몰입도가 높고 스스로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을 때 성과 또한 빛나기 마련이다. 이는 회사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280p.

좋아서 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로 갓피플이 충만히 채워지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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