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위해 2001 아울렛을 들렀다가
지하에서 반갑게도 서점을 만났다.
둘째를 가슴에 맨 채로 어렵게 어렵게 몇권의 책을 훑어보고 나왔다.
아내는 첫째와 함께 실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중,
대롱대롱 내 가슴에 매달린 둘째 모습이 안스러웠던지
서점 직원 하나가 자꾸만 희원이에게 말을 붙인다.
자신의 손만 깨끗하면 대신 애라도 봐줄 자세다.
책을 내려놓고 다시 애를 고쳐 안는다.

이럴 때 같으면
애만 없으면 선 자리에서 백권의 책이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말이지.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해서 꿈꾸던 그것을 이룰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내 짧은 경험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생긴다면
나는 그 시간과 돈을 허튼 곳에 써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감당할 수 없는 돈과 시간이 인간에게 허락되었을 때에
그 인생이 망가지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핍은 간절함을 만든다.
좁은 길, 작은 기회는
그 사람에게 전력을 다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법이다.
환경을 탓하거나 변명하지 말자.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댓가를 지불할 용기가 있고,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루고 만다는 확신이 있으면
오늘의 결핍은 결코 장애물이 아닌 법이다.




인생 수업 #304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류시화
이레

간디였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었던가?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미스테리는
'언젠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사는거라 했다.
평생을 죽음에 임박한 사람을 연구하고
자신의 죽음앞에서조차 '죽음'을 통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 했던 저자,
이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책 가득 담겨 있다.
흠이 있다면
류시화의 번역이라 그런지 삽화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대여섯페이지에 줄을 그었는데...
책페이지수에 비하면 수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베스트셀러로는 부끄럽지 않은 책.




현대인의 피로와 휴식  #308
폴 투르니에/ 정동섭
진흥

출근길에 가방속에서 얇은 소책자가 나왔길래
서원이 이 녀섞이 장난을 쳤나보다 하고 꺼내 읽은 책이다.
알고 보니 와이프가 일부러 넣어준 책이라 한다.
맨날 책만 본다고 머라 하지만
내 책읽기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누가 뭐라 해도 와이프다.
내가 사오는 책중 필이 오는 책이 있으면 그날 저녁으로 다 읽어버린다.
아무튼 투르니에 선생님,
쉬엄 쉬엄 쉬어가며 공부하고 일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교제를 통해
깊이 제대로 쉬는 법을 더 배워나가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보고습관 #311
야마구치 신이치/ 양영철
거름

사장님 책상에서 우연히 봤던 책인데
서점 나들이 중에 눈에 띄어 일단 사고 난 후에 읽기 시작했다.
일본 책 특유의 간결한 메시지와 다이어그램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첫 메시지의 강렬함에 비하면 본론의 내용은 빈약하다.
'일 잘하는 것보다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이기보다
'보고를 잘 하는 것도 일 잘하는 능력중의 하나이다'라고 이해했다.
반성은 많이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고민했지만
밑줄은 거의 긋지 못했다.




행복  #310
스펜서 존슨/ 안진환
비즈니스북스

'치즈'와 '선택'에 이은 스펜서 존슨의 신작,
나처럼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누누히 말하지 않는가.
실행하지 못하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라고...
행복은 어디선가 다가와서 내 품에 안기는 그 무엇이 아니다.
열심히 내 속에서,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속에서 애써 찾아내야 하는 보석같은 것이다.
내 생각에
진짜 행복한 사람들은 이 책을 찾아 읽지만
이 책이 필요한 불행한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찾지 않는다.
이것도 비극이라면 비극일까?




말, 3분이면 세상을 바꾼다  #309
송길원/ 랜덤하우스중앙

송길원 목사님은 기독교계에서 유명할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히 유명한 강사중 한분이다.
그의 주제는 언제나 행복한 가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그분이 새 책을 내서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다.
둘째를 안고 보느라 깊이 읽지는 못했지만
첫 챕터에 나오는 마틴 루터 킹과 링컨의 연설에 다시 감동을 먹었다.
긴 연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확신과 신념에 찬 메시지라면
2,3분의 짧은 연설로도 충분하다.
그것이 대화이든 상담이든 PT이든
우리들의 삶속에서도 변함없는 진리임에 분명하다.
단, 말은 실천과 함께 가야만 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307
공지영/ 푸른숲

근래 읽은 책중에서 가장 강력한 감동과 메시지를 선사한 책,
7년만에 폭포수같이 쏟아내는 그녀의 책들에게서 그 '포스force'를 느낄 수 있다.
'사형제도'라는 묵직한 주제는
이미 '데드맨 워킹'이라는 영화에서도 체험한 바 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다.
그러나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뼈저린 현실감각과 공감으로 다가온다.
'사형은 결국 또다른 복수다'라는 어떤 이의 말,
'죽어라 천사를 만들어놓으면 나라에서 죽여버린다'는 어느 수녀의 통곡속에서
자꾸만 초라하지는 개신교도 크리스천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그 다음날인가,
무언가 봉사를 하기 위해 선뜻 돈을 내어놓는 그런 꿈을 꾸었다.
나의 10가지 자기사명선언서중에서 젤 마지막에 나오는 주제가
바로 '봉사'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다가오게 한 그런 책이었다.
빌려 보았으나 사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예수님을 믿는 이라면
내 목숨을 내어놓고서라도 남을 위할 줄 아는 희생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얼마나 잘 못 믿고 있는가...




오 자히르 #306
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문학동네

파울로 코엘료,
당신의 책은 필요이상으로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연금술사'이후로는 '11분'도 이번의 '오 자히르'도 읽다가 끝을 맺지 못하고 덮었습니다.
이번 책도 부유한 저술가의 나른한 자기고백적으로밖에 읽히지 않는군요.
다시 당신 책을 읽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내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써주세요.
제발...




공병호의 초콜릿 #312
공병호/ 21세기북스

공병호씨가 지금까지 쓰고 번역한 책은 70여권에 이른다.
혹자는 찍어내기식의 이 글쓰기를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책이 예술작품이 아닌 이상 비슷한 메시지를 새롭게 각색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사실 우리가 읽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책들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들이는 정성이다.
만화와의 결합을 시도한 것은 나쁘지 않았으나
메시지는 묻히고 더 가벼운 것이 되어버린 듯 하다.
역시 독자는 참 마음도 편하고 말도 함부로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렇게 느껴지는 걸...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305
신의진/ 중앙M&B

아내가 보험견적을 받고 나서 받은 선물이다.
소아정신과 의사의 가벼운 에세이처럼 써진 책이라 편하게 읽었다.
조기교육 열풍에 휩싸인 그런 분들에게는 많이 와닿겠지만
거의 아이를 방목하다시피 하는 나에게는 크게 공감하기 힘든 책이었다.
좀 더 열심히 가르치고 키우다가
언젠가 한번 더 꺼내 읽으면 더 공감이 갈까?
공지영 소설속의 불우한 어린 아이들이 또 자꾸 어른거린다...
삶은 결코 공평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이 삶이 우리의 전부라면
인류는 너무나 불행하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의 삶은
여기가 끝은 아니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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