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초보, 기획과 연애하다
최기운 지음/서돌

내가 늘 꿈꾸어 오던 삶이 하나 있다. 바로 일과 일상생활의 구분이 없는 그런 삶이다. 물론 워커홀릭이 되겠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 자체가 너무도 즐겁고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최소화된 상태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은 모양인지 아직은 그냥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꿈에 근접하게 해 줄 한가지 방법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일을 연애처럼 연애를 일처럼. 이론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시나리오다. 내가 하는 일이 연애할 때의 와이프와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걸 어디 일이라고 말하겠는가.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버스와 비행기안에서 가슴 설레며 만나는 순간을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비유를 통한 기획의 초보적인 지식들을 우화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실 이젠 우화가 좀 지겹다)

생각보다 잘 쓰여진 책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거치고 설익은 듯한 표현들이 다소 거슬리긴 하지만 간간히 나오는 일러스트도 누가 그렸는지 원고의 분위기를 감칠맛 나게 살려내고 있는 것 같다. 시너지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사실 기획은 물론이고 어떤 일이건 잘 풀려나갈 때는 ‘연애’하는 기분이 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리라.

문제는 일을 뒤틀리게 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문제다. 나만의 문제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며,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의 문제에 부닥치기도 한다. 연애할 때도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목표가 주는 ‘신성함’을 생각할 때에 어찌 사랑과 일을 비교할 수 있을까? 일은 최선보다는 차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오히려 최선이 폭리나 시장독점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지혜로운 경영자는 나도 살도 남도 사는 차선의 현명함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랑은 단순하다. 한 사람을 향한 이 본능적인 열정을 일과 비교하며 설명하려니 자연히 현실감이 떨어진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기획서를 쓰는 일과 연애의 ABC과정이 유사한 면도 있어 보이겠지만 나는 아직 순진해서인지 사람의 감정이 어떤 공식을 갖고 움직이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그런 바람둥이들의 비법이 책으로 전해지고 있어서 긴장하고 있지만...)

일과 연애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초보’가 아니다. 다다를 수 있는 궁극에 이미 도달한 사람이다. 그 점만 알고 이 책을 읽는다면 꽤나 유쾌한 책이다. 기획에 대해 어설프게 풀어놓은 ‘폼’ 나는 책보다는 훨씬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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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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