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에 최근 탈북자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원래 회원으로 활동하신 분인데 최근에 극적으로 국내에 입국하신 모양입니다. 한 분을 거쳐 소개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분 블로그에 가정용품을 구한다는 광고 글이 떴더군요. 세탁기와 냉장고, 그리고 TV였는데 당장은 구할 곳이 생각나지 않아 덧글만 남기고 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같은 회사 동료로부터 이사 때문에 냉장고와 가스레인지를 버리고 가게 생겼다면 드릴 곳이 없나 물어보더군요. 일이 되려나 부다 하면서 바람처럼 그 블로그로 날아갔는데 아뿔싸 이미 구하고 난 후더군요. 근처 아파트 경비 아저씨께서 중고로 나온 중고 냉장고 하나를 발견하고 전화를 주신 모양입니다. 버려졌다고는 하지만 이런 중고들이 대충 쓸 만 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심 흐뭇했습니다. 아직 이 나라는 살 만 것이로구나 하는 안심 아닌 안심도 들었고 말입니다.

어제는 저희 집에서 쓰지 않던 흔들 침대가 귀한 주인을 만나 아기 보육원으로 이사를 갔고, 저녁 무렵에는 갈치젓으로 담근 맛깔스런 김치가 우리 집으로 배달되어 왔습니다. 돈으로 사고 팔면 물건만 왔다 갔다 하는데 이런 식의 물물교환은 마음까지 따라 다닙니다. 그리고 주고 받는 이의 마음을 보일러처럼 훈훈히 달궈줍니다. 이건 도무지 경제학 원리나 펀드 운용으로는 바랄 수 없는 가치이자 값진 투자인 셈입니다. 저는 이런 나눔이 마치 파도타기처럼 소리 없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간 진정한 부자들이 아직도 이 땅에 많이 남아 있고,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도움을 받아야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라네. 사람은 본래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네. 따라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정신적 편안함과 만족감을 얻게 된다네. 그렇게 생각하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인품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돈과 인생의 비밀, 혼다 켄, 176p.>”

나 혼자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 남을 돕는 것이 결코 나의 부와 행복을 갉아 먹는 희생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깨달을 때 어쩌면 나 역시 진짜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햅쌀이 두 포대 들어왔는데 아내는 그 중 한 포대를 가까운 교회의 급식소에 드리자고 합니다. 물론 저도 흔쾌히 동의를 했고요. 다행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혹 저희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 인터넷으로 산 옷인데 너무 여성스러워 필요한 사람에게 드리려고 했는데... 아쉽게도(다행히도^^) 희원이가 바로 태어났습니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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