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책읽기 2007. 1. 26. 14:31
카르페 디엠!
존 블룸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토네이도

요즘 아내는 퇴근 후 아이들을 재우며 잠자리에 들 무렵 꼭 한가지를 물어봅니다.
"오늘 회사에서 무슨 재밌는 일 있었어?"

가뜩이나 바쁜 요즘, 항상 밀린 일거리를 남긴 채 퇴근하는 저에게는 버거운 질문인지라 웃어넘길 때가 많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슬퍼지더군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에서 아내를 웃길만한 한가지의 즐거움도 발견못했다는 건 역시 잘 사는 모양새 같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카르페 디엠'이라는 라틴어의 원래 뜻은 '하루를 움켜쥐라'는 의미라네요. 영어로 'seize the day', 움켜쥔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움켜쥔다의 반대말은 '놓쳐버린다' 쯤 될텐데 하루를 놓쳐버린다는 건 이 책의 주인공이 일요일인지도 모르고 출근한 그날 아침의 한 때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 같지는 않습니다. 너무나 바쁜 나머지 자신의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채 시간에 떠밀려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놓쳐버린 삶이라면 과연 움켜쥐어야 하는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열두장의 편지를 통해 삶을 움켜쥐는 방법과 그 대상에 대해서 주인공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삶과 내면, 가치관, 변화, 인간관계 그리고 책임감과 기쁨. 만약 우리가 주인공처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면 이것들은 낯선 것들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돈과 지위, 그리고 세상의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것들과는 거리가 먼 단어들이니까요.

제가 재밌는 얘기를 해주지 못하면 아내는 자신의 얘기를 들려줍니다. 하루 종일 애 둘과 씨름하거나 TV를 통해 만나는 세상의 거의 전부랄 수 밖에 없는데도 아내의 얘기는 바깥생활을 하는 저보다 더 풍성할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 TV에서 만난 한 노부부의 얘기가 떠오르네요.

일흔 일곱, 아홉의 노부부는 일주일에 두번 생필품을 파는 트럭이 지나가는 산골에 사십니다. 그 트럭이 오던 어느 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탁주를 사러 나오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빵을 사러 집을 나섭니다. 이윽고 먼저 탁주를 산 할머니가 먼저 집으로 먼저 뛰어들어갔다 나오시며 할아버지를 부릅니다.
"영감 탁주 숨켜놨어! 와서 찾아봐~~~"

일에서의 성공과 연봉, 부동산과 승진...
세상은 이 모든 것들을 쫓아 오늘도 숨막힐 듯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하고 있지만 하늘은 공평한 것인지 그것들을 얻은 이들에게 삶의 행복과 의미, 가치까지 저절로 선물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만은 삶을 움켜쥔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자구요.
내일은 먹고 살기 위해서 또 눈썹 날리며 세상속을 뛰어다녀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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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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