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들로 무지하게 바쁘고 아팠던 탓에 거의 한달 너머 글을 쓰지 못했네요. 밀렸던 몇 편의 리뷰와 신간의 리뷰를 쓰고 나니 '일상의 황홀'에 대한 탐이 났습니다. 게다가 한 달 안으로 제 이름이 나가지는 않지만 책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이렇게라도 워밍업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나마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뚱맞은 제목이 나도 모르게 나와버렸습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고 전해지는 이승복 형님도 아니고... 자기계발이 싫다는 이 작은 항거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아는 게 많으면 시름이 깊어진다더니 수백권에 달하는 이른바 자기계발 서적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바로 '자기계발이 싫다'라는 작은 외침이라니 누군가 들으면 허탈할 법도 합니다. 이런 책 두세권 읽고도 '자기계발 서적이란 건 다 뻔해'라고 시니컬한 망언을 일삼는 분들은 쾌재를 부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순간만은 이 말이 진심입니다. 사람을 바꾼다는 것, 그것은 그 대상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역시나 어렵고도 또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많은 부분 완성된 채로 이 세상에 나오기 때문이지요. 특히나 기질에 관해서는 거의 '수리불가' 딱지를 달고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요즘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스스로를 너무 닥달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인격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완벽한 인간이 된다는 정말 흥분되는 일입니다. 스타일리쉬한 옷 매무새에 항상 환한 웃음으로 남을 향해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탁월한 일처리 솜씨와 적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탁월한 인간관계까지... 하지만 일상에서 제 한계와 부딪힐 때마다 크나큰 고통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확실히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스스로를 너무 높고 완벽한 기준에 두고 괴로워하는 건 책을 쓰신 분들의 바램도 아니었을 것이고,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 그 분들도 꼭 그렇게 항상 에너제틱한 삶을 사셨을 것 같지는 않단 말입니다^^

또 한가지, 로또나 다이아몬드, 부동산이 인기 있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희소성의 원칙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요?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물나는 노력과 선망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자기계발'이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성공한 1%의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이니 이도 당연하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성공'이란 것이 과연 1%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 조금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그런 성공과 행복은 과연 그렇게 불가능하기만 한 것일까요? 갑자기 그런 성공과 행복이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계발...
타성에 젖고 무기력에 빠진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실패를 반복한 이들에게는 신기루같은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모두가 다 아는 진리이지만 실천이 어려워 다다르지 못한다는 설명도 반만 맞는 설명인 듯 해요. 아주 작은 위로라도 좋습니다. 모두가 거대한 성공이나 완벽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기를 꿈 꾸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디 그런 성공과 행복을 알려주는 적당한 가격의 좋은 책 없을까요?^^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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