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이 오빠

이은영 2006. 11. 30. 12:23

서원력 44개월



기어다니면서 온갖 것을 다 물어뜯어대는 희원양에게 드디어 '훈련'을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먹다.


엄마  (비장하게)"서원아, 희원이한테 '안 돼!'를 가르쳐야 겠어."

서원  (헛...놀란 표정으로)"'안 돼!'를 가르칠거야?"

엄마  "응, 희원이도 배울 때가 됐어."

서원   (희원이 너 인제 큰일났다...)


희원이 앞에 제일 좋아하는 두루마리 휴지를 한 통 갖다놓고, 손을 대려하면 펜으로 손등을 탁 치면서 "안 돼!"라고 말했다. 서원이는 이렇게해서 참 수월하게 통제가 가능했더랬다.


그.런.데. 이 둘째 녀석은 아무리 손등을 얻어맞아도, 끈질기게 휴지로 손이 간다. 펜으로 치는 것이 안 아픈가 해서 내 손등을 쳐보니, 아프다...저도 꽤 손등이 따끔따끔 할 텐데도 앵앵 서럽게 울면서도 끝까지~~~ 휴지를 잡는다. 어허...이 눔보게...고집이 지 오빠하고는 비교가 안 되네...


하여, 7개월된 딸과 서른 셋 엄마의 기 싸움이 시작됐다. 이쯤되면 '싸움' 수준이 된다. 어느 한 쪽이 항복할 때까지는 계속 "안 돼!"와 "앵앵~~~"의 지리한 반복이 계속될 뿐이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이거지...아무렴, 아직은 엄마가 이기지...


"안 돼!!!"

"앵~~~~~~~"


이 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네 살 서원군의 솔로몬에 버금가는 명판결이 시작됐다.


궁댕이를 씰룩거리면서, 제가 가장 아끼던 빨간 119 소방차를 가져다가 희원이에게 갖다준다.

"희원아, 이거 갖고 놀아."

그리고, 희원이가 휴지에서 소방차로 관심을 돌리면서 소방차 쪽으로 가버리자, 그제서야 희원이 뒤통수에 대고 엄격한 목소리로 준엄하게 판결을 내리신다.

"희원이는 휴지 안 돼!!!"


그리고, 엄마에게도 판결을 내리신다. "엄마는, 맴매 안 돼!!"


어이없어진 엄마가 이의를 제기했다. "서원아, 엄마는 '안 돼' 훈련시켜야 되는데?"


한층 더 엄한 목소리에 손짓발짓까지 이어지면서 확정이 내려진다.

"아냐, 희원이는 휴지 안되고, 엄마는 맴매 안돼!!!"





.....................................가만 생각해보니, 서원이가 엄마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뉘 집 아들인지...똑똑하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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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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