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휴가를 냈다.
몸의 모든 에너지가 방전된 기분,
월요일 출근해서 하루 종일 집중 못하고 헤매다가 덜컥 연차를 쓰고 원없이 쉬었다.
오후 느즈막히 일어나 정말로 몇달만에 영화를 보고,
아쉬운 마음에 서점으로 가 당기는 책 몇권을 읽고 돌아왔다.
사는 것 같다.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10점
박경철 지음/리더스북

우리 와이프의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새 책이 나왔다.
대부분 말기 암환자의 얘기들인데 그 사연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애달파서 책 읽는 내내 계속 읽어야 하나 하는 질문을 쉴 수 없었다.
그런 기분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이야기 하나하나는 아쉽다 싶을 정도로 짧게 짧게 읽힌다.
그래서 세번째 장을 넘기면 1/5 정도 책장을 채운게 마치 DVD의 보너스트랙같다.
짧아도 아쉽지 않은 묘한 책읽기의 경험이었다.

삶은 참 공평하지 않고,
삶은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만약 내가 크리스천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다음 세상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요즘처럼 교회가 욕 먹는 시절이 또 있을까 싶은 시절에 위험한 발언인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없이 사는 사람들이 조금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해피어 - 10점
탈 벤 샤하르 지음, 노혜숙 옮김/위즈덤하우스

그 다음 읽은 책은 '해피어'.
이 책을 읽다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여럿 나온다.
마틴 셀리그먼,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세상은 여전히 '성공'과 '행복'이 화두다.
그리고 그 행복학의 정점에 '긍정 심리학'이 우뚝 솟아있다.

기존의 행복 관련 서적들이 사례와 예화를 근간으로 했다면
이 책이 나온 배경이 하버드대의 한 강의였다는 점이 말해주듯이
학문적인 배경을 근거로 익숙한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 주는 책이다.
그래서 관련 책들을 여러번 읽은 나로써는 새로운 감흥은 약한 책이었다.
그래도 굳이 한 권을 소장해야 한다면 이 책도 그 후보가 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한껏 우울한 기분으로 서점을 들어섰다가
다시 반쯤 충전된 기분으로 서점을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또 실망하듯이
책읽기가 행복이나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다만 위로나 격려,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위대한 책도 사람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을 수 있는 자유마저 허락한 것도
시험이라기보다는 지극한 사랑에 가깝다.
혼자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
그것이 때로는 엄청난 파국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러한 선택의 자유는 명백한 인간만의 특권이다.

다만 안타까운 건 여전히 베스트셀러 언저리만을 돌고 있는 내 책 읽기의 편협함이다.
많이 깊이 읽어야 선택의 범위도 넓어질텐데
어제도 어렵게 어렵게 얻은 두어시간의 자유시간을 쏟아부은 터라...

이제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
많이 보다는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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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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