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it be...

완벽한 하루 2008. 9. 25. 10:35
얼마 전 사장님이 회사 막내 직원을 조용히 불러서 '회사에서는 워드를 써요. 아래한글은 학교에서나 쓰는거라구'라며 타이르시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순간 뜨끔했다. 나야말로 직장생활이 10년이 가까워오는데도 아래한글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학교형 인간이 아니던가. 물론 재주껏 병행해 쓰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글 쓰는 업으로 전환되면서 이 워드의 존재가 내게 적지 않은 숙제가 되어버렸다. 아래한글의 아주 초기부터 2.5 버전과 3.0b 버전의 화려한 등장을 목격했던 나로써는 세상의 중심에 서버린 워드의 존재가 여간 마뜩챦은게 아니다. 그러나 내가 아래한글을 선호하는 게 과연 그 이유때문만일까?

막 작업을 시작하면서 깨달은건데 내가 워드를 불편해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지나친 친절 때문이다.
'1'을 치고 '.'을 쳐서 번호라도 매길라치면 아예 개요 스타일로 바꿔버린다. 나는 이게 여간 불만스러운 게 아니다. 항상 자동개요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도움말을 살펴보면 이 자동기능을 끄는 기능도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하겠지만 오피스의 이런 자동 기능은 가끔씩 나를 숨막히게 하고 열정적으로 일에 나서는 나의 의욕을 아주 엉뚱한 이유로 끊어버리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완성 기능 자체를 뭐라 하는 건 아니다)

'좀머씨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이 사람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한사코 다른 사람들의 참견을 거부한다. 결국 주인공은 좀머씨가 호수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도 침묵하는데 그것은 평소의 그처럼 '날 좀 내버려두라고...'라고 대답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가끔씩은 내버려두자.
아내가 너무나 어려운 방법으로 블로그를 쓰거나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때도 내버려두자.
효율과 속도만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귀챦게 군다면 비틀즈의 Let it be 를 틀어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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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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