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쓰는 글인데 한 가지만 더.

친구에 관련된 자료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로빈 윌리엄스 얘기를 알게 되었다.
얼마전 '웨딩 라이센스'에서 너무나 익숙해진 복습연기를 보여준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살짝 빈정이 상해 있던 참이었는데 다시 한번 이 배우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이 분 어릴 때 생각 밖에 뚱뚱해서 왕따였던 모양이다.
얼마나 친구가 없었던지 혼자 여러 사람 흉내를 내면서 놀았다고 하니까.
물론 이 때의 연기 아닌 연기가 힘이 되어서 이 후에 각종 다양한 역할을 통해 놀라운 배우로 탄생하니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이 분에게도 한 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했으니 수퍼맨, 아니 '친구' 크리스토퍼 리브를 만나게 된다. 수퍼맨도 영화속에서처럼 왕따였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들 두 사람, 결국 영혼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고, 그리고 익히 알다시피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는 낙마 사고로 온 몸이 마비되는 큰 사고를 당한다.
병상에서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수술모에 마스크를 쓰고 노란 가운을 입은 사람 하나가 '확인할 길 없는' 놀라운 코믹극을 펼쳐보인 모양이다. 우리의 수퍼맨은 그 날 사고 이후 처음으로 마음껏 웃었다고 하는데 이 문제의 노란 가운이 바로 로빈 윌리엄스였다. 그리고 2004년 크리스토퍼 리브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내마저 암으로 그의 뒤를 이었을 때 남은 13살짜리 아들을 맡아준 사람도 바로 로빈 윌리엄스였다.

이 뉴스의 진위 여부가 궁금한 사람은 중앙일보를 뒤지거나 채인택 국제부문 차장을 찾으면 될 일이고, 아무튼 이 순간만큼은 딴지 걸지 않고 진짜 친구에 대한 로빈 윌리엄스의 인생 수업을 조용히 묵상하고 싶다.
친구를 위해 늘 하던 유머 연기 한번 했다고 해서 특별히 대단할 이유도 없고, 어차피 그동안 벌어 놓은 재산이 적지 않을테니 아이 하나 맡아주는게 엄청나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지만 웬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스스로에게 조금만 엄격해보자. 친구라면서 돈 한 푼 빌려준 일이 없고 간만에 걸려온 전화 자기 혼자 바쁘다고 퉁명스럽게 받았던 기억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감동해도 해 될 것이 없다.

그냥 오늘은 이들 두 사람의 우정을 한 없이 부러워할 따름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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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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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 무더위 찜통 속에서 잡지 한 권을 만들어 내기 위해 거의 '발악' 수준의 산고를 거쳤다.
지금 그 원고들은 어여쁜 옷을 입는 작업 중이다.
맘 같아서야 죄다 새로 쓰고 싶은 욕심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글거리며 타오르지만 참고 또 참는다. 때로는 순리에 맡기고 포기해야할 때도 있다. 이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해야 되지 않겠는가.

누가 들어도 재미 없을 것 같은 '결혼' 다음의 주제는 바로 친구다.
처음 친구 주제를 잡았을 때는 뭔가 굉장이 재밌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하기야 닳고 닳은 결혼이야기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에야 무슨 주제인들 재미없게 들렸겠는가.
하지만 정작 주제로 잡고 본격적인 꼭지를 구상하자니 이 또한 만만챦은 주제임이 서서히 꼬리를 지나 몸통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도 역시 '관계', 사람의 관계에 관한 주제가 아니던가 말이다.

구글에서 대충 반나절을 검색하고 역시 '살아 있는' 지식이 생명이다 싶어 간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 친구는 이른바 '우리들' 친구세계의 허브이자 살아 있는 도시 로마와 같은 존재다.
모든 정보가 이 친구로부터 시작되어서 이 친구를 거쳐 퍼져 나간다.
그리고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러한 관계의 이음줄 역할을 하기 위해서 나름의 희생을 해왔다는 사실을...
그런데 하도 간만에 전화를 하니 얘기할 주제가 없다.
그 집의 유일한 아들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아 식은 땀 흐르는 순간을 넘기기도 했다.
하기야 얼마전 둘째가 이미 태어난 줄도 모르고 '둘째 계획'을 물었던 경험에 비할바 아니긴 하지만.
정말 나는 친구를 친구로 삼고 있는 것인지...

이해관계와 득실을 넘어선 관계를 갈구하는 우리들 어린 영혼들은 손해는 보지 않고 이익만 보려고 친구를 구하는 때가 너무 많다.
그러면서 그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아주 작은 노력조차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모든 우주의 법칙이 그렇듯 친구 관계도 딱 자신이 투자한만큼만 남는다.
자신이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만 친구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정말이지 '친구 귀한 줄'을 알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친구를 사귀는 것 역시 정말 힘들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친구'에 대해서 쓰게 되었으니 당분간은 잃어버린 친구들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하루에 한 번씩은 연락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글을 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내 양심이 너무 초라해진다.
그저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것인지,
그들이 생각하는 친구란 어떤 친구를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어떤 친구였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거 불안하다.
내게 과연 '단 한 명'의 친구는 남아 있는 것인가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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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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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회사로 옮길 때 업종을 바꾼 탓도 있었지만 워낙 장기 근속자가 많은 탓에 4년 내리 대리 직함을 달았다. 팀장을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팀장의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요즘 들어 리더의 역할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팀장이 되면 팀원의 낯빛부터 살핀다.
그 친구의 일하는 모양새와 성과를 살펴야 되는데 이게 그렇지가 않다.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역시 사람의 힘은 능력이 아닌 태도에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의 과거 행태를 돌아보았을 때 난 참 '갑갑한' 팀원 혹은 부하직원이었음에 분명하다. 스스로의 일에 대한 욕심은 있었지만 늘 표정은 어두웠을 것이다. 일을 하나의 큐브로 보지 않고 한 쪽 부분만 맞추려 애쓰다보니 자연히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불만이 생겼을 것이고 성과도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교사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일일이 그것을 팀원에게 설명해줄 수도 없다. 그런 설명은 이전 회사의 대표님이 워낙에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공평무사와 리더십에 관한 한 나의 영원한 모델이 될 수 있는 분이다. 그러나 그 분도 나를 변화시키진 못했다. 내가 리더가 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큰 회사에 들어갔던 동료 하나가 회사 내의 정치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을 해왔다. 직접적인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평생 하지 않던 위경련을 세 번이나 겪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일의 분량도 이전 회사의 절반 밖에 안된다는데. 그러면서 드는 생각, 그건 회사의 작고 큼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의 도량이 그만큼 넓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우울해진다. 나는 참으로 도량이 좁은 사람이니 우리 팀원들이 불쌍하고 안스럽고안돼보이기까지 한다.

한 사람의 능력은 능력X태도X열정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문제는 능력과 열정이 아무리 뛰어나도 태도가 마이너스가 되면 전체의 값은 커지지만 그 값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태도는 일면 바꾸기 쉬워도 실제로는 가장 어렵다. 태도가 나쁜 열정적인 직원이 성과를 내기보다 능력이 조금 모자란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기 쉬운 것도 그 탓이다. 어차피 이 땅에 천재는 많지 않고 우리의 능력은 꾸준함의 유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만큼 기본적인 토양이 가꿔져 있다. 그것도 안되면 동료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겸손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 일을 살피고 내 마음을 살피고, 팀원의 일을 살피고 팀원의 마음을 살피고, 회사의 일을 살피고 회사의 목표에 나와 우리 팀을 비추어 본다.

이 열정이 짧은 조바심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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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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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이은영 2008. 9. 24. 17:04
진부하지만, 굉장한 소재. '행복...'
 
EBS에서 피지 주민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프로그램을 봤다.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계획도 없어 보이고, 대책도 없어 보이고, 뭘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딱히 없어 보이고...시야에 존재하는 옆 집 사람들도 나와 거진 비슷비슷한 형편으로 살아가니 상대적 박탈감도 없고...그렇다고, 무기력하거나, 우울해 보이지도 않는 희한한 사람들.
 
피지 원주민 아주머니가 뻘밭에 나가 한나절 열심히 뻘을 파헤쳐서 게를 두어마리 잡았다.
게를 잡아서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살아낸다 했다. 

아주머니는 나무 껍질로 게를 둘둘 말아서, 길가로 나가더니 마냥 게를 들고서 서 있는다.
그렇게 서 있으니 지나가던 차들이 서서 흥정에 들어간다. 딱히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완전 파는 사람 마음이다.

첫번째 차가 멈췄다. 근사해 보이는 차다.
흥정을 하던 아주머니는 200피지 달러는 받아야 겠다며 딱지를 놨다.
두번째인가, 세번째 흥정에서 "친구집에 가야되는데 아무 것도 준비를 못했다"며 허름한 차에서 내린 남자에게 그냥 120피지 달러에 팔아버린다. (피지에서는 초대받았을 때, 뭔가 선물을 준비해 가야 된단다.)
그러면서 "오늘 흥정은 정말 잘 됐다. 행복하다"며 뒤돌아서서, 그 커다란 엉덩이를 흔들며 흔들흔들 집으로 간다.

카메라 맨이, 아까 흥정보다 훨씬 싸게 팔지 않았냐"고 의아해 하니,
"정말 필요한 사람이 게를 가져갔고, 나도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서 행복하다."고 대답해주시는 철학자 아줌마.
"당신도 행복하라"며 카메라 맨에게 덕담을 잃지 않으시는 센스. 
"Happy. I'm very happy~~~~"
 
.
.
.
 
기념으로, 마트에서 특가세일하는 꽃게 사다가 탕 끓여먹다.
기대이상으로 싱싱하고 맛난 녀석들, 가족들이 맛나게 먹는 모습에 행복해지다.
 
"Happy. I'm very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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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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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들고 있는 잡지의 그 다음 호 주제가 친구다.
한 석달간 결혼에 미쳐 있었더니 이제 결혼이라는 말만 들어도 넌덜머리가 나던 차에
친구라 하니 얼마나 재밌고 즐겁고 쉬운 주제인가 했는데... 과연 그럴까?

우연히 지식e채널에서 마이클 무어의 이야기를 봤는데 콜롬바인이란 키워드가 머릿속에 박혀버렸다.
그 두 친구는 자신의 친구?들 12명과 한 명의 교사를 향해 왜 총을 쏘았을까?
그들 둘은 콜롬바인 총기 사고가 있던 그 날 아침 함께 볼링을 쳤다고 한다.
과연 그들은 볼링을 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결국 볼링핀보다 많은 수의 친구를 쓰러뜨렸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친구란 뭐지?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고 해서?
서로 안면이 있고 가볍게 인사를 나눌 수 있다고 해서?
뭔가 친구의 조건 같은게 있지 않을까?

생각에 쫓기지 않기 위해서 블로그에 들어왔는데
더욱 생각에 쫓기고 있다.
아침부터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_-;;;

p.s. 가만 보니 최근 개봉한 '20세기 소년'도 결국엔 친구 이야기다.

20세기 소년
감독 츠츠미 유키히코 (2008 / 일본)
출연 카라사와 토시아키, 토요카와 에츠시, 토키와 타카코, 카가와 테루유키
상세보기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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