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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여인이 아니라 집시 걸이야!

Author : 박요철 / Date : 2011.08.04 08:54 / Category : 완벽한 하루


인간은 오감으로 소통하는 존재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그럴싸하면서도 식상한, 상투적인 문장을 판에 박은 듯 옮긴 모양새지만 이건 정말 맞는 말이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 냄새만 맡고도 그 시절의 일들을 고스란히 떠올릴 때가 많다. 굳이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떠올리지 않아도 말이다. 내 경우는 어떨까? 군대 있을때 좋아하던 여자로부터 받았던 향수 뿌린 편지? (아내는 내 블로글 거의 보지 않는 걸로 알고 있지만... 꽤 불안한걸... 하지만 아내는 이미 내 일기를 통해 숨기고 싶은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 비오는 날마다 들려오던 (영화가 아닌) '카사블랑카'란 팝송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예민하면서도 매우 둔감한 기묘한 성격의 소유자인 나로써는 특별한 감흥을 갖고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특히다른 모든 것은 포기해도 음악적 취향만은 같기를 간절히 바라던 아내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내가 아닌가. 하지만 어제부터 계속해서 듣고 있는 윈터플레이의 '집시 여인'(확인해보니 '집시걸'이었다 T.T)은 가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때맞춰 읽고 있는 '마이 코리안 델리'의 경쾌하고 익살스런 문장들이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묘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내가 이 글을 왜 쓰게 되었는지를 블로그 포스트의 제목을 보고 환기하게 되었지만... 이 주제대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냥 글을 쓰고 싶었을 뿐이다. 무겁게 내리쓰는 만년필의 촉감에 의지한 다이어리의 글쓰기를 벗어난... 그러한 마음의 발동에 기여한 것이 윈터플레이의 '집시여인(확인하니 집시걸이다. 흐흑...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이요 벤 라이더 하우의 애정어린 한국인 씹기 '마이 코리안 델리'라는 것이다.

8시 53분, 이제는 정말로 일을 준비할 때다.
오늘 만나는 모든 이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에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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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실!

Author : 박요철 / Date : 2009.11.11 00:18 / Category : 완벽한 하루



"덕만은... 아직... 이더냐?"

평소에 '선덕여왕'을 거의 보지 않던 저도 어제와 오늘 방송분은 보았습니다.
미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서.
엿가락 늘이듯 길어진 스토리지만 어차피 광고로 먹고 사는 방송의 생리를 비난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 오늘 고현정이 보여준 연기는 길이길이 인구에 회자될 명연기였음에 분명합니다.
이 미실의 엔딩을 위해 들인 작가들의 노력에 존경을 표하고 싶을 뿐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미실이 그토록 얻고 싶어 했던 그것, 얻으려고 했던 그것,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브랜드가 간절히 다다르고 싶은 궁극의 경지가 아닐런지요.
그 존재만으로도 뿌듯해지는 브랜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아 그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숭배'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는 브랜드를 제 손으로 만들어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CEO아 브랜더들이 간절히 바라는 꿈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돈과 시간, 가족은 물론 인간성까지도 팽개치며 신기루와도 같은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만 둘래요."

'더냐'로 일관하던 서슬퍼런 어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 남자의 여자, 한 아들의 어머니로 찰나처럼 돌아오던 인간적인 미실의 모습을 혹 보셨습니까?
아주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저는 보는 내내 그것이 과연 '연기'만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요.
미실이 그러했듯 현실 속의 고현정도 그 비슷한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저토록 열렬히 자신을 태워가며 연기했던 것은 아닐런지요.
그리고는, 그렇게 독하게 살아가기 위해 가슴 속 깊은 곳에 쌓아두었던 회한을 작은 독백을 통해 설핏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인간의 욕망이란 때로는 인간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 그것을 만들어낸 주인에게 날카로운 화살을 돌리기 일쑤입니다.
미실도, 인간 고현정도, 아니 우리 모두도 '욕망'과 싸우려는 무모한 도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혹 오늘의 엔딩에서 배울 수 있다고 한다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비난받게 될까요?

나는 미실이 '나눌 수 없도록 연모한 그 무엇'이 자신의 삶과 바꿀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만한 야망을 담을 그릇이 될 수 없다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대응하고, 움직이기 위해 쏟을 그 에너지를,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의 가족을 행복하게 하며, 나를 만나는 이들이 행복하게 하는데 아낌없이 모두 써버리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두 시간 넘어까지 열렬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모 회사 이사님의 얼굴과 조언들을 하나씩 둘씩 되새기고,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면 흥분된 목소리로 퇴근길의 내게 전화를 주셨던 사장님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직접 장에 나가 사온 생고등어로 지상에서 둘도 없는 찜요리를 해준 아내의 솜씨를 떠올리고,
자신의 엉덩이에 얼굴을 갖다대라 한 후 아낌없이 방귀를 뀌어댄 네살배기 딸아이의 영민함?을 떠올리면서,
한낱 드라마이지만, 생각의 공간과 지혜의 메시지를 오롯이 담아내온 '선덕여왕'에게 감사할 수 있다면,
그래서 뭔가 큰 일을 이뤄낼 듯한 흥분으로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지금 이 순간입니다.

브랜드가 사람을 닮았다면,
그런 하루를 경험하게 해줄 브랜드라야
만드는 이도, 그것을 사는 이도 행복해질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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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고현정, 미실, 브랜드, 선덕여왕, 유니타스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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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프로의 자세

Author : 박요철 / Date : 2008.09.26 09:01 / Category : 완벽한 하루

곧 창간될 잡지의 인용 문제 때문에 구본형씨에게 메일을 썼다.
놀랍게도 오전이 다 가기 전에 답장이 왔다. 그것도 위트 넘치고 유쾌한 허락의 메일을...

이 곳에서는 하워드 가드너나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같은 당대 최고의 교수들에게서 원고를 자주 받는다.
처음엔 긴가민가 하면서 메일을 보내지만 정성을 다한 답변을 받고 담당 에디터들이 종종 감격하는 모습을 보았다. 반면 국내 대학의 교수들은 고자세로 일관한다.거절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잡지에 감히 내 글을...' 이런 뉘앙스가 섞인 대답을 듣는 모양이다.
이건 뭔가 잘못된거 아닐까?

물론 제 3국이라 할 수 있을 낯선 나라의 메일이 신기해서 답장을 했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야 우리 잡지 인지도가높다고 할 수 없으니 굳이 이해하라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진짜 프로를 가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구본형씨가 누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자기계발서 저자이자 강사가 아니던가. 그런데 나는 이 분에게 메일을 보낼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 정말 사람을 아끼고, 사람의 열정을 아끼고, 또한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겸손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진짜 프로가 되고 싶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만큼, 그리고 성공한 만큼 겸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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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be...

Author : 박요철 / Date : 2008.09.25 10:35 / Category : 완벽한 하루

얼마 전 사장님이 회사 막내 직원을 조용히 불러서 '회사에서는 워드를 써요. 아래한글은 학교에서나 쓰는거라구'라며 타이르시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순간 뜨끔했다. 나야말로 직장생활이 10년이 가까워오는데도 아래한글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학교형 인간이 아니던가. 물론 재주껏 병행해 쓰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글 쓰는 업으로 전환되면서 이 워드의 존재가 내게 적지 않은 숙제가 되어버렸다. 아래한글의 아주 초기부터 2.5 버전과 3.0b 버전의 화려한 등장을 목격했던 나로써는 세상의 중심에 서버린 워드의 존재가 여간 마뜩챦은게 아니다. 그러나 내가 아래한글을 선호하는 게 과연 그 이유때문만일까?

막 작업을 시작하면서 깨달은건데 내가 워드를 불편해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지나친 친절 때문이다.
'1'을 치고 '.'을 쳐서 번호라도 매길라치면 아예 개요 스타일로 바꿔버린다. 나는 이게 여간 불만스러운 게 아니다. 항상 자동개요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도움말을 살펴보면 이 자동기능을 끄는 기능도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하겠지만 오피스의 이런 자동 기능은 가끔씩 나를 숨막히게 하고 열정적으로 일에 나서는 나의 의욕을 아주 엉뚱한 이유로 끊어버리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완성 기능 자체를 뭐라 하는 건 아니다)

'좀머씨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이 사람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한사코 다른 사람들의 참견을 거부한다. 결국 주인공은 좀머씨가 호수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도 침묵하는데 그것은 평소의 그처럼 '날 좀 내버려두라고...'라고 대답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가끔씩은 내버려두자.
아내가 너무나 어려운 방법으로 블로그를 쓰거나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때도 내버려두자.
효율과 속도만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귀챦게 군다면 비틀즈의 Let it be 를 틀어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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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의 친구

Author : 박요철 / Date : 2008.09.24 20:04 / Category : 완벽한 하루

간만에 쓰는 글인데 한 가지만 더.

친구에 관련된 자료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로빈 윌리엄스 얘기를 알게 되었다.
얼마전 '웨딩 라이센스'에서 너무나 익숙해진 복습연기를 보여준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살짝 빈정이 상해 있던 참이었는데 다시 한번 이 배우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이 분 어릴 때 생각 밖에 뚱뚱해서 왕따였던 모양이다.
얼마나 친구가 없었던지 혼자 여러 사람 흉내를 내면서 놀았다고 하니까.
물론 이 때의 연기 아닌 연기가 힘이 되어서 이 후에 각종 다양한 역할을 통해 놀라운 배우로 탄생하니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이 분에게도 한 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했으니 수퍼맨, 아니 '친구' 크리스토퍼 리브를 만나게 된다. 수퍼맨도 영화속에서처럼 왕따였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들 두 사람, 결국 영혼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고, 그리고 익히 알다시피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는 낙마 사고로 온 몸이 마비되는 큰 사고를 당한다.
병상에서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수술모에 마스크를 쓰고 노란 가운을 입은 사람 하나가 '확인할 길 없는' 놀라운 코믹극을 펼쳐보인 모양이다. 우리의 수퍼맨은 그 날 사고 이후 처음으로 마음껏 웃었다고 하는데 이 문제의 노란 가운이 바로 로빈 윌리엄스였다. 그리고 2004년 크리스토퍼 리브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내마저 암으로 그의 뒤를 이었을 때 남은 13살짜리 아들을 맡아준 사람도 바로 로빈 윌리엄스였다.

이 뉴스의 진위 여부가 궁금한 사람은 중앙일보를 뒤지거나 채인택 국제부문 차장을 찾으면 될 일이고, 아무튼 이 순간만큼은 딴지 걸지 않고 진짜 친구에 대한 로빈 윌리엄스의 인생 수업을 조용히 묵상하고 싶다.
친구를 위해 늘 하던 유머 연기 한번 했다고 해서 특별히 대단할 이유도 없고, 어차피 그동안 벌어 놓은 재산이 적지 않을테니 아이 하나 맡아주는게 엄청나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지만 웬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스스로에게 조금만 엄격해보자. 친구라면서 돈 한 푼 빌려준 일이 없고 간만에 걸려온 전화 자기 혼자 바쁘다고 퉁명스럽게 받았던 기억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감동해도 해 될 것이 없다.

그냥 오늘은 이들 두 사람의 우정을 한 없이 부러워할 따름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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