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6.11.03 PMP와 폴라로이드 카메라 2
  2. 2006.10.25 일희일비
  3. 2006.10.20 산세베리아
  4. 2006.10.14 당신에게 관심있어요^^ 1
  5. 2006.09.19 관심, 척 마틴

제가 다니는 회사는 인터넷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라 이벤트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이벤트 상품으로는 최근까지 MP3같은 최신 디지털 기기가 인기가 있었습니다. 아니 그것을 좋아한다고 저희들은 믿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최근 그 상품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바뀌었고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가격은 되려 더 싼데도 사람들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갖고 싶어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올리는 코너에서는 '내가 평소에 이벤트같은 것에는 신경도 안 썼지만 이 상품만은 갖고 싶다'라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이 사람조차 반색을 하며 어떻게 하면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느냐고 되려 제게 묻더군요^^

우리는 수많은 사실과 가정사이를 넘나들며 살아갑니다. 그럴거라 믿었던 많은 것들이 사실로 드러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사업과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익숙한 가정'들에 의문을 품고 다른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이런 걸 '지식'이라고 부릅니다. 모두가 MP3를 갖고 싶어할거라고 쉽게 지레짐작하고 있을 때에 저희 직원 중 하나가 '사실은 이런 걸 좋아할지도 몰라'라고 남들과는 다른 '가정'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로 확인되었고 그걸 지켜본 우리들도 다음번 다른 이벤트에 써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런게 '진짜 지식'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의 사용자들과 이번주에 작은 모임을 가졌습니다. 걔중 한 분이 늦은 결혼을 하게 되셨는데 아직까지 '프로포즈'를 안했다는 것입니다. 그 작은 실수가 얼마나 지대한 결과를 낳는지 몸소 경험한 저로써는 팔딱 팔딱 뛸 노릇이었습니다. 함께 했던 거의 모든 분들, 그 중에서도 여자분들은 이 가엾은 노총각분의 '무지몽매'함이 안타까워 참으로 혀를 찼습니다. 형식적이고 불필요해 보이는 작은 이벤트 하나가 여자들에게는 얼마나 큰 기쁨과 추억으로 남는지 도무지 우리 어리석은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처럼 평생 시달리게 되는 것이죠^^

이런 지식은 어디에서 올까요? 바로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그 관심은 '사물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옵니다. 그 관심은 끝없는 질문들을 낳습니다. '그건 왜 그럴까? 이게 아닐까?' 이런 질문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또 실행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지식은 온몸이 경험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오래도록 지속됩니다. 마치 한번 배우면 결코 잊어먹지 않는 자전거 타기처럼 말입니다.

일을 하든 사람을 만나든 좀 더 많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관심을 쏟아야겠습니다. 그래서 배운 지식이 있다면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더 많은 분들께 나눠주렵니다.

나는 그것이 진짜 '살아가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이렇게 이쁜 아가씨에게 관심을 안 가질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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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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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

완벽한 하루 2006. 10. 25. 10:01

저희 동네는 세대수가 많은 빌라촌이라 항상 주차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중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모자라 인도에 차를 올려두는 경우도 많은데 이게 문제입니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떡하니 인도를 막고 있는 차들, 결국 차도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때 시쳇말로 두껑 열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지나갈 수 있는 조그만 틈마저도 만들지 않고 주차를 시켜놓은 차들을 보면 언젠가는 한번 해보리라 맘먹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떠오릅니다. 바로 이쑤시개, 들은 얘기지만 열쇠구멍을 막아놓으면 차문을 못 연다나요^^

아무튼 살다보면 이런 사소한 분노에 피가 거꾸로 쏫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되는데 저는 남들도 이런 줄만 알았습니다. 한번은 아내와 함께 길을 가다가 인도를 가로막고 막 주차하는 차를 발견했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쌓여왔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상상만 했던 욕들이 거침없이 차주인을 향해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발견한 한가지,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 차주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입니다. 내가 심한거구나, 내가 오바하는거구나 그런 생각이 퍼뜩 들자 한없이 무안해진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몇번 경험한 바지만 아내는 이런 면에서 저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여자이긴 하지만(여성을 비하할 뜻은 전혀 없답니다^^) 저보다는 인격적인 면에서 큰 그릇임을 깨달을 때가 많죠. 사사로운 감정을 함부로 흘리지 않습니다. 나는 아내의 이런 면을 종종 흠모해왔는데 쉽게 배울 수 있는 건 아닌 듯 합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섬세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만^^

최근에 읽고 있는 '긍정심리학'을 읽다보니 '행복'에 대한 많은 오해들이 풀리는 것을 느낍니다. 이를테면 저처럼 감정을 참지 못하고 쏟아내는 행위는 오히려 건강에 더 해롭다고 하네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되집어 해결하는 것 역시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던져준 큰 오해라고 합니다. 이 책 뿐만 아니라 많은 책들이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마라'로 충고합니다.

그러나 저는 요즘도 자주 사사로운 일에 목숨 거는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소량 계산대에 떡하니 5개 이상의 물건을 올려놓거나 버스안에서 DMB를 큰소리로 틀어놓고 보는 사람, 파란불인데 건널목 한가운데 차를 세우는 사람, 그럴 때면 저는 이런 상상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느끼는 분노의 안테나들을 하나씩 하나씩 뽑아내는 상상입니다.

어떤 수도승이 3년의 수련을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스승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스승앞에 섭니다. 그런 그에게 스승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꼭 하나만 묻겠다. 꽃이 문간에 세워둔 우산대 오른쪽에 있더냐 왼쪽에 있더냐?"
제자는 두말 없이 다시 3년의 수련을 시작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삶의 지혜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에서 나오며, 그같은 애정은 사람에게 '여유'를 선물합니다. 내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더 깊고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이 여유일 듯 합니다. 내 속에 이런 여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짜증과 불편이 나를 분노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여유를 위해서 우선은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데... 나는 아직도 이 모든 것에 한없이 서툽니다.

그러나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조금은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우리 희원이에게 '진짜' 웃는 법을 배워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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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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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베리아

완벽한 하루 2006. 10. 20. 06:31

며칠전 주말에 서원이와 함께 산세베리아의 화분갈이를 해주었습니다. 너무 커버린데다 몸에 맞지 않는 작은 화분이 급기야 깨지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분 하나만 따로 사기가 마땅치 않은데다 게으른 주인 탓에 그야말로 산세베리아만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와중에 꽃까지 피운 겁니다. 서원이와 함께 앞산 어귀에서 지렁이가 득실거리는 좋은 흙을 퍼와서 비록 버려진 것이지만 큰 화분에 옮겨다 심었습니다. 물도 시원하게 뿌려주구요.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산세베리아는 와이프가 이웃집 아줌마에게 얼떨결에 얻어온 것이라 합니다. 이게 뭐야 투덜거리며 싫다는 말은 못하고 받아온 모양인데 그후로 산세베리아는 철저하게 버림받은채 커왔습니다. 반면 이웃집 아줌마는 지극 정성으로 키운 모양인데 결국 지금 살아남은 것은 우리집 산세베리아입니다. 꽃까지 피웠다는 얘기는 아까 드렸지요?^^

최근에 '관심'에 대한 책들이 집중적으로 출판되고 저 역시 관심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전에 한번 얘기드린바 있지만 그러나 과유불급,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더 나쁠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되네요. 이런 예는 사실 흔합니다. 알을 깨고 나오는 나비가 안타까워 도와주면 곧 죽어버린다죠. 이런 원리는 우리들의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인듯 합니다.

가능하면 서원이를 강하게 키워주고 싶습니다. 저랑 외모는 물론이고 습관, 성격까지 유사한 서원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만 준다면 나약하게 자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제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어찌나 겁이 많았던지 친구들이랑 산에 갔다가 다리 많이 달린 거미를 보고 울고, 공부가 힘들다고 울고, 저보다 어린 동생한테 맞아 울고... 제 어릴 때 삶은 그야말로 나약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제가 이나마 사회생활을 하게 된건 나름대로는 힘든 삶의 경험들을 거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스승은 아끼는 제자를 무조건 싸고 돌지 않습니다. 오히려 혹독한 고난을 맛보게 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닫고 자라게 합니다. 아끼기 때문에 더욱 그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벌을 무조건적으로 용서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박는 과정은 바로 그런 이유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어야 그 빛을 발하게 됩니다.

오늘 내게는 어떤 어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러나 거기에서 단 한가지라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은 가치있는 어려움이라 생각합니다. 예상치 못한 실패에서 배우라고 말했던 피터 드러커의 말이 가슴에 깊이 와닿는 아침입니다.

그러니 오늘 혹 힘드시더라도 너무 투덜거리지만은 마세요^^
우리가 자라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 카트라이더 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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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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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어머니가 분당에 있는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다. 막 태어난 둘째 손녀가 보고 싶으셨는지 그 먼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오신 것이다. 그렇게 희원이를 안고 얼르시던 어머니가 대뜸 우리 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너그 엄마 뭐 달라진거 없나?"
달라진거? 어머니의 파마머리와 짧은 팔둑, 늘상 입으시던 옷하며 크게 달라진 걸 알 수가 없다.
"이렇게 관심이 없어요. 저그 엄마 얼굴에..."

그러시면서 점 빼는 수술을 하시고 얼굴 곳곳에 붙이신 조그만 살색 반창고를 가리키신다. 요즘 들어 얼굴에 반점이 들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들으신다는 거였다. 그러고보니 네다섯개의 반창고가 얼굴 곳곳에 붙어있다. 조금만 신경써서 보았더라도 금방 발견했을 터인데 사실 어머니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린애가 된다더니... 하는 생각보다는 여전한 나의 무심함이 들킨 듯 해서 죄송스러웠다.

사랑은 관심을 동반한다.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영화, 그리고 취미들... 그 사람이 좋아할만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갖은 발품, 손품을 팔지만 그러나 피곤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아내가 다니던 교회를 옮기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하루 세끼 혼자서 밥먹는 쓸쓸함을 이해하냐고 물었다. B형 간염 보균자인 아내는 쉽게 피로를 느낀다. 추석연휴를 끝내고 나서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아내를 위해서 캘리포니아롤을 정성스레 사가기도 했고 최근에 받은 도서상품권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책보다 아내가 좋아하는 외식을 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의 진정한 상실감과 공허감을 읽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울증에 걸린 듯 하다며 관련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책을 사볼 때만 해도 그저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러려니, 병원에나 가봐야겠거니 생각했을 뿐이다.

인생이 가르쳐주는 진리란 언제나 단순명료하다. 자신만큼 남을 사랑하라는 황금률이다. 우리는 하루종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행복한 순간,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먹고 싶은 것, 내가 누리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그러나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대상인 아내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나를 버리고 남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 놀랍게도 내가 더 행복해진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작으나마 관심을 보여주고, 그의 뒷모습에 대고는 다할 수 없는 축복의 마음을 전하는 훈련을 하자.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항상 관심을 갖고 있음을 고백하고 그 사람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일로 고민하고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갖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랑은 관심이기 때문이다.
그 관심은 반드시 행복한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마련이며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자 보람이 될 것이다.

자신의 존재와 삶으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예수님은 전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셨지만 그가 관심을 가진 대상은 언제나 과부나 아이들, 세리같은 그 시대의 소외된 자들이었고 ,아흔아홉마리의 양보다는 단 한마리의 양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은 분이셨다.

이제서야 그 말의 참뜻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듯도 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관심이 있다.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축복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바라고 있다.

그러니 부디, 꼭, 행복하시라^^


* '관심'에 관해 최근에 읽은 책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관심

좋은 아침

뜨거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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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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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척 마틴

책읽기 2006. 9. 19. 13:43


관심
척 마틴/ 김명신
대교 베텔스만

얼마전 함께 기획자로 일하는 기웅씨가 무슨 말 끝엔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대리님, 오늘은 하루 종일 대리님이랑 말 한번 못해봤어요..."
그러고 보니 같은 기획자이긴 하지만 파트가 달라 고려적 점심 같이 먹은 이후로는 인사도 제대로 나눈 적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더욱 뜨끔했던건 바로 옆자리에 앉은 은영씨가 같은 내용의 볼멘 소리를 했을 때였다.
내가 유령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_-;;;

변명같은 얘기지만 나는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형이다.
함께 웃고 떠드는 걸 피하지는 않지만 웬지 그러면 에너지가 소비되는 듯 해서다.
특히나 디자이너로 4년간 일하면서 혼자 몰두하는 일의 방식에 익숙해서인지, 이것이 주위동료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적이 없다.
더구나 이건 직장생활만의 어려움에 국한되는게 아니었다는게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친구, 이웃, 교회,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인간관계들...
코박고 일만 하는 게 유능한게 아님을 안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어떤 동료들은 굳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 책의 제안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일하는 틈틈히 파티션을 넘나들며 고요와 적막으로 막힌 동료들간의 혈류를 뚫어주는 사람들...
걔중에는 이런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사람의 상황을 걱정하고 기도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전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싱거운 문자 하나가 왔다.
부산에 비가 많이 온다고 별일 없냐는 안부 문자였다.
지난번 월드컵 토고전때는 '축구는 역시 역전골'이라며 문자를 보냈었다.
이 친구는 나 뿐만 아니라 지역적, 개성적인 차이로 떨어진 친구들을 잇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본의 아니게 해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친구 생각이 자주 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유능함과 효율로만 회사가 굴러간다고 믿는다면 이 사람은 아직 사회생활 초보다.
그러나 머리로만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또한 대부분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러한 '관심'에 대해 목말라 있다는 말이 아닐까?
이 책 뿐 아니라 하우석씨의 '뜨거운 관심'이나 '좋은 아침'같은 책들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많이 팔리고 있다.

이 책은 우선 모든 일에서 잠깐씩 멈추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거기서 배운 지혜들을 또 남들에게 나눠주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우화집의 구성대로 주인공을 돕는 사람의 제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이 책은 그리고 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얼마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동료들로부터 수십통의 위로, 격려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사소한 관심 하나가 그 어떤 회사의 복리후생보다 강한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또 나름의 내 스타일대로 이런 관심을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몇몇 동료들의 '비밀'스런 기도제목들을 가지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으로 그들을 돕는 데라면 시간과 돈이 그리 아깝지 않다.
그것 자체가 주는 유익이 비단 전해지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그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나 역시 행복하다.
이것이 '관심'이 가진 비밀이 아닐까?

우리가 이토록 뻔한 이야기에 매번 감동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기 때문이다.
지식은 앎으로만 끝난다면 지혜는 실천과 나눔이 함께 뒤따른다.
그때 그것을 진짜로 알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작은 '지혜'에 관한 이야기이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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