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지음/을유문화사


구본형씨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편안함에 빠져들게 되요. 익숙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특유의 나른한 문체때문일까요? 아무튼 거의 1년만에 한권씩 책을 내시는 저자의 타이밍에 맞춰 저도 새로운 책을 대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준비란 다름 아닌 기다림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인스턴트 식품처럼 새로운 포장과 포맷으로 항상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공병씨의 신간이라면 구본형씨의 신간은 '이제 나올 때가 되었는데...'하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제서야 느즈막히 음식상을 내오는 시골집을 닮았습니다. 지루하지만 그만큼의 반가움이 있어서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구본형씨 하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떠올리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일상의 황홀'입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들을 발견하는 장면들은 이 책이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쉽게 구경할 수 없으니까요. 비슷한 내용과 구성들로 '팔기'에만 열중하는 자기계발서 사이에서 '구본형'만의 브랜드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그야말로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익숙하지 않은 글읽기의 힘을 선사합니다. 나는 그것이 자신만의 세계를 어느 정도 완성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완숙미 내지는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책은 이 분의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하는 분이라면 익히 예견했을 내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고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지난 1년간 자주 올리셨거든요. 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 새벽 글쓰기들이 모여 이 책 한권을 또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 작업이 벌써 10년여에 이르렀으니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과 생각의 울타리가 생겨났을 법도 합니다. 문체에 묻어나는 개성은 오래된 장맛과도 같아 누군가가 쉬이 베끼거나 따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내용만으로 보자면 일전에 읽었던 '코리아니티 경영'의 재미나 속도감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중국 고서의 좋은 이야기들을 소개한 뒤에 현대의 경영에 응용할 만한 지혜들을 소개하는 데서는 어떤 긴장감 같은게 느껴지질 않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스러움과 현대의 삶의 모습이 닮아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그 지혜를 현대에 응용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이 다가오질 않네요. 중국 고사에 대한 제 이해의 폭이 아무래도 저자의 그것에는 많이 못 미친 탓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초점을 '사람'에 두고 그것에서 방법을 찾으려 한 데에는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설픈 우화형식으로 익숙한 지식과 지혜들을 가볍게 전달하는 트렌드와는 정확하게 선을 긋고 계시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같은 소설형식의 글쓰기에 대한 미련은 버리시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는 있습니다. 책의 끝으로 가면 다소 이야기기 지루해지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변화 이야기'에서는 나름 끝까지 책읽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삶의 무게나 그 저변을 흐르는 진리는 어제나 오늘이나 묵직한 느낌입니다. 수학공식과 같이 딱 떨어지는 인생의 공식같은건 아무데도 없는 듯 합니다. 지나침과 모자람, 빠름과 느림, 선함과 악함의 역설이 주는 인생의 진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살아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인생의 무게를 설명해줍니다. 어쩌면 그래서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더욱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광활한 대지에서 벌어졌을 수많은 인재들의 명멸을 바라보면서 이 한가지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좀 더 진지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불꽃 튀는 열정을 몸에 옮겨 심는 서양의 자기계발서들과 이 책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합니다.

선생님, 새 책 잘 읽었습니다^^
내년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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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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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지음/생각의나무

얼마전 추석때 처갓집에서 하루밤을 잔 적이 있다. 애들을 어렵게 재우고 잠을 청했다가 새벽에 잠을 깼다. 몇시나 되었나 해서 시간을 보려니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내 핸드폰은 집에 두고 왔다. 아내 핸드폰을 찾으려니 괜스레 깨울 듯 해서 관두었다. 대략 4,5시쯤 되었겠거니 하고 시집오기 전 썼던 아내방을 찾았다.

이럴 줄 알고 처제방에서 책을 세권이나 찾아두었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던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리고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이렇게 세권을 찾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펴고 읽으려니 자꾸만 잠이 쏟아진다. 이상한데... 책이 재미없어서 그런가 싶어서 이책 저책을 전전한다. 그러나 도저히 쏟아지는 잠을 피해갈 수 없어서 그대로 침대위에 잠이 들어버렸다.

다시 잠을 깼을때 비로소 새벽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도 새벽 1,2시에 깨었던 모양이다. 과거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명절날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보다니...

지난 2년동안 이런 비슷한 열정으로 약 370권의 책을 읽어왔다. 읽었을 뿐 아니라 밑줄 치고 기록하고 남에게 전해왔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딱 1년동안 '독서큐'란 이름으로 매일 읽은 책들의 한 구절씩을 나눠왔다. 그러나 의무감으로 했던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매일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익히고 나누는 일이 이렇게 신나는 일이구나를 나 스스로도 매번 감탄하며 그 일을 했다.

뿐만 아니다. 책에 관한 한 전문가들을 자꾸만 만나게 되고, 회사에서는 '사내(社內) 공병호'로 불린다. 다음이나 네이버에 서평을 올리고 상품권을 받는 일이 늘었다. 개인 블로그의 방문자수는 하루 4,000명에 육박해서 별 수 없이 트래픽을 두배로 늘려야 했다. 조만간 IT전문가 모임에서 독서법에 관한 발표도 예정되어 있다. 사내 강연도 연말쯤엔 하게 될 것 같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
바로 이 한권의 책 때문이다.

우화형식의 가벼운 자기계발서들이 넘쳐나지만 걔중에서 진국으로 칠 수 있는 책들은 몇 권 되지 않는다. 거기서 구본형이란 이름은 그 이름만으로도 그의 책들을 신뢰하게 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매력있는 개인 브랜드이다. 20여년의 직장생활에서 나온 경험과 인문학적 감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그의 필력,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각과 배운걸 나누려는 그의 열정이 어우러져 나는 이 분의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고 본다. 절판된 책이 아니고서는 거의 다 읽었다. 그것도 여러번씩.

책은 생명력 있는 지혜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분의 책이 이토록 매력있는 것은 이 두가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말들의 배열이 아니라 자신이 몸소 경험한 것에 기초해 일반적인 지식에 머무를 만한 내용들을 전혀 새로운 영양분으로 재생산해낸다. 이 분의 책을 읽으면 가슴이 뛴다. 이대로 살아선 안 될 것 같은 불꽃이 튄다. 그것은 바로 평범한 일상을 다시 살게 하는 동기부여의 힘이다.

나는 구본형씨를 통해 '하루를 잘 사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배우고 깨달았고 또 실천으로까지 연결시켰다. 구본형씨의 가르침?대로 매일 새벽의 두시간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그러나 기쁨으로 가득찬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어나 글을 쓰면서 하루를 준비한다. 네살짜리와 6개월된 아이의 아버지가 새벽을 깨우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러나 나 혼자 나라는 육체와 정신의 칼을 갈 수 있는 이 새벽시간을 나는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긴다. 이 꿀맛같은 시간을 맛본 뒤에 삶의 다른 즐거움들은 포기한지 오래다.

책을 그저 읽는데만 머무르면 크게 의미가 없다. 책읽기가 가정과 직장생활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적어도 내게는 시간낭비일 뿐이다.(물론 틈틈히 소설과 에세이도 자주 읽지만^^) 이러한 변화가 한권의 책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앞으로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나눠주고 싶다.

책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그 증거가 되고 싶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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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경영자가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여 집중할 만한 훌륭한 투자처다.
... 인재의 기준은 위대한 조직의 창조를 지향하는 구체적인 비전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직원의 채용과 계발 그리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열정을 불어놓은 활력화가 경영 활동의 근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적합한 직원'이며, 가장 큰 손실은 '부적합한 직원'이기 때문이다.
<249p. 코리아이티 경영, 구본형>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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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니티 경영
구본형/휴머니스트
2005.12.05 / 1판 1쇄


* 그러나 일본인들은 현재에 뿌려진 씨앗이 미래에 반드시 커다란 나무로 자라서 다시 많은 씨앗을 뿌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43p.

* 시간을 흘러가는 물로 보는 미국인들은 순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하낟. 반대로 시간의 동시성과 순환성을 믿는 일본인들은 연속성 동시에 동시성을 강조한다. 도요타의 시스템은 이같은 문화적 차이를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44p.

* 일본인들은 팔리면 생산하고 안 팔리면 생산을 중지하는 경영방식이 아니라, 안 팔리는 이유를 끊임없이 개선함으로써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일본인들에게 과거란 '뒤짚어엎어야 할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고쳐 써야 할 것'이다. 49p.

* 프랑스의 기업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무는 계획, 연구개발, 전략 같은 지적인 직업들이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문화적 귀결이다. 51p.

* 한국도 오랫동안 일본식의 퀄리티 서클과 전사적 퀄리티 운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노력만 많이 들 뿐이지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개선은 한국적 진보의 방식이 아니다. 52p.

* 멋은 규제를 벗어나는 것이며 구속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방만함이 아니라 또 하나의 중심을 가지는 새로운 통일을 이룬다. 이것이 한국 문화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53p.

* 현상을 따져서 원인을 파악해내고 이를 이론화하는 데 미국인들처럼 뛰어난 경우는 없다. 영미 경험주의 전통은 이론적 분석과 보편화에 훌륭한 정신적 터전이 되었다. 그들은 경영의 세계 역시 보편적 규범에 따라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경영학이라는 학문적 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인이나 독일인, 일본인들은 미국인만큼 경영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든 일을 보편적 체계의 틀 속에 집어넣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경영을 학문으로 체계화하는 데 미국인들보다 뒤질 수 밖에 없다. 56p.

*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는 미국과 일본의 공장 체계를 '벽돌공과 석공'으로 비유했다. 미국인들은 미리 규격화되어 있는 벽돌을 이용해서 표준적이고 단일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모양, 크기, 기능이 서로 다른 규격화된 벽돌을 쌓아올림으로써 '집'이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일본인들은 다양한 모양의 돌을 다야안 목적과 필요에 따라 다듬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쌓아간다. 63p.

* 문화들 사이에서 우열이 없다는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봐도 일본의 정신적 자세와 시선은 이웃과의 공존 가능성을 위협하는 치명적 약점이다.

... 일본인들이 객관적 진실과 진리를 받아들이는 이론적 인식 수준은 야만적이라고 불릴 만큼 빈곤하다. 64p.

* 한국인들은 법치국가를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우리가 만들고 싶어 한 사회는 '법이 필요 없는 사회'였던 것이다. 이것이 유가의 덕치주의 이상이었고, 우리의 오래된 가치관이었다. 법이 지켜지지 않아서 불투명한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지켜야 할 도덕과 윤리가 깨어지기 때문에 오탁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67p.

*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경영자들이 직원 위에 군림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풍부한 감정의 소유자이며, 위계가 가지는 공식성을 밀접한 인간관계로 보완한다. 71p.

* 한국인에게 가장 취약한 대목은 바로 힘이 작용하는 방향이 지나치게 수직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은 권위주의 청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 하지만 정치적, 사회적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개인들은 자유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고, 인터넷 확산을 통해 한국은 가장 빠르게 수직적 경직성을 깨고 수평적 정보 전달을 구가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바뀌고 있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타고난 권위주의자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 그러나 한국인들은 '얼굴이 있는 관계'를 가정하는 조직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코리아니티가 가지고 있는 반21세기적인 가치 가운데 대표적인 하나를 들라면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를 꼽겠다.

... 권위는 존중되고 훌륭한 에너지로 활용하되, 권위주의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수직적 권위주의는 도처에서 수평적 속성들이 자생해 나오려는 힘을 꺾고 부러뜨림으로써 조직을 과거의 반복적 증식 속에 빠뜨렸다. 75p.

* 첫째,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리 속의 나라'는 정신적 틀이다. 남과 똑같이 구는 것을 '쿨'하다고 느끼는 것은 한국인들이 가진 공동체주의의 일상적 표현이다. 한국인들은 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손색없는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공동체주의 속에서도 늘 '나'를 잊지 않는다. 85p.

* 다섯째, 누구나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입을 모으는 2가지는 바로 배움과 근면이다.

... 그러나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로컬리제이션이라는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내부를 탐색할 또 다른 센서를 아주 많이 그리고 아주 깊이 설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세계화의 밑천으로 쓸 수 있는 것은 결국 한국적인 토속성이기 때문이다.

... 개인이 자신만의 강점을 활용해서 성공의 길을 열듯이, 한 사회는 문화적 특수성을 성장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 87p.

*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서양과 동양의 차이를 저맥락low context 사회와 고맥락high context 사회라는 구분을 통해 설명한다.

... 이는 한국인이 왜 그토록 칭찬에 인색한지를 잘 설명해 준다. 유교 전통에 따르면,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원칙은 마땅히 지켜야 할 사회적 역할에 근거한다.

... 한국 사회는 칭찬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중요시하는 관계 지향성을 문화적 특징으로 한다.

... 길을 가다가 좀 부딪혀도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례한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그 수많은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에 지켜야 할 예의도 없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조금씩 부딪히고 섞이며 걷는 장소가 길인 것이다. 91p.

* 그러나 한국인의 다수는 낙오되어 떨어져 나오기보다는 억압받지만 집단 속에 남아 있는 길을 택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60퍼센트, 한국 대학생의 약 70퍼센트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로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고립되는 것'을 들었다.

... 화병은 주변에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은 너무 많지만 진정한 관계는 아주 드문 상황에서 생기는 심리적 장애다. 93p.

* 한국인들은 사물들을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 떼어내 이해하는 것을 매우 미숙한 사고방식으로 여긴다.

... 논쟁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나와 그 사람은 적대적 관계로 인식되고, 따라서 열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논리 이전에 관계가 먼저 설정되기 때문이다. 95.

* 예를 들어 해고나 스핀오프spin off가 한국인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감정적 공황을 낳는다. 그래서 조직으로부터 직원을 떼어내는 프로세스는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적절한 보완장치 없이 적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쓰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96p.

* 한국을 위선적인 사회 혹은 안팎이 다른 이중적인 사회로 인식하는 선입견과 왜곡만 떼어내면, 한국인들이 '우리 속에 나를 가지고 잇다'는 것은 매우 정확한 관찰이다. 한국인들은 '우리'라는 집단 속에 자아를 심어두는 데 익숙한 문화적 DNA를 가지고 있다. 미국적 개인주의와 일본식 집단주의 사이에 한국인들이 자리 잡고 있는 걳이다. 한국인들은 '우리'와 '나', 공동체와 개인이라는 2가지 속성을 다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98p.

* 한국인은 집단과 개인 사이에 머물며 그 둘 사이의 갈등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이것은 위선니 아니라 현실적 고뇌의 모습이다.

... 그러나 집단주의적인 동시에 주어진 자리를 뛰어넘어 자아를 실현해야 한다는 비전을 버리지 않는 한, 한국인들은 이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고 스트레스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 엄청난 스트레스는 가장 괜찮은 해결책, 곧 충실한 조직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자아의 목표를 잃지 않는 길을 찾아내려 하는 데서 생겨나는 긴장으로 해석된다. 101p.

* 지역에 따라 동편제와 서편제로 갈라지고, 스승에 따라 계보가 갈라지며, 이윽고 자신이 커가면서 자기만의 계보를 하나 더 만들어가는 이 증식성이 바로 한국식 개인주의의 방향과 목표가 되어야 한다.

... 예를 들어 기업속의 작은 기업가가 되어 자신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처럼 활동하다가 때가 되면 진짜 자신의 회사를 차려 독립하며, 모기업과 우호관계를 맺고 훌륭한 동지와 파트너로서 관련 영역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만들어가는 것은 기업에게나 개인에게만 멋진 기회일 것이다. 104,5p.

* 한국인에게 세상은 늘 변하며 모순으로 가득찬 곳이다. 따라서 어떤 일의 경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반대의 경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옳다고 여겨지는 것이 변하여 나중에는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7p.

* 나는 한국인의 멋이 바로 이런 모순을 견디고 껴안는 힘에서 나오며, 그 내면적 모순들이 서로 갈등하고 회통하는 가운데 파격을 만들어내어 이윽고 새로운 조화의 길로 나아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114p.

* 결국 모순을 껴아는 힘은 내면에서 그 모순을 회통시켜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창조해내는 한국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따. 이때 모순은 갈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동인이 된다. 115p.

* 경영은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경영이 사회적 명분을 잃은 돈벌이로 전락한다면 윤리경영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비윤리적 기업은 사회로부터 축출되어 마땅하다. 이것이 선비정신이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결정적 대목이다.

... 쉽게 사람을 버리는 기업은 또한 인재들에 의해 쉽게 버림받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 없이는 어떤 기업도 장기적으로성장하고 번영하지 못한다. 인재는 오랫동안 공들여 키워지는 것이다. 올곧은 선비는 여러 뛰어난 스승과 멘토들이 도와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스럽게 만들어 배출한 동량들이다. 조직에 대해 충성심과 자극함을 가지지 못한 개인주의자들은 언제고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조직을 떠날 것이고, 그들에게 의리와 명분은 더 이상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지금 가장 훌륭한 직업인의 조건 가운데 하나는 평생을 학습할 수 있는 자세와 열정이다. 어제의 지식으로 오늘을 살 수 없을 만큼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졌기에 학습 없는 인재란 없다. 134p.

* 세계화 시대에 성공하는 조직이 되려면 지구적 감수성에 따른 범세계적 동질성을 수용하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야와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지역문화적 차이가 존중되는 이질성을 차별적 가치로 전략화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세계적이면서 지역적이어야 하는 모순과 역설'의 과제를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 이미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모순적 가치를 가진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두 모순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경영이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적이라고 설파했다. 141p.

* 디지털 컨버전스는 기술 시대의 키워드가 되었고, 한국은 그 기회에 빨리 올라타고 있다. 한국인들은 여러 모순적 요소를 섞고 비벼서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데 능하다. 그뿐 아니라 이미 있는것들로부터 일탈하여 파격의 멋을 만들어내는 변용력이 바로 코리아니티의 창조력이다. 142p.

* 노키아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은 주요 사업에 집중했다. 핀란드의 대표적 재래기업인 노키아는 고무, 제지, 케이블 등 30개 가량의 비즈니스 믹스를 가지고 있는 문어발식 잡화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현실을 깨달았다. 인구 500만의 작은 나라가 자기들밖에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소수의 일에 집중하여 그 일을 남들보다 잘하는 것뿐이었다. 그들은 텔레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158p.

* 기업의 성공은 부드러운 무형의 가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미래의 비즈니스 성공에 필수적인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의 답은 이제 분명해졌다. 그것은 사람이다. 두뇌와 가슴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제 우리는 당장의 재무적 성과를 내다보며 조직을 경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업 조직의 구조와 운영 원칙은 '앞으로 5년, 10년, 15년 뒤의 사업 목표를 겨냥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218p.

* 코리아니티 인재경영은 단 한 가지 믿음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전제를 진실로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차용한 가치관은 신념이 될 수 없다. 말과 신념의 차이는 결국 믿음이다. 정말로 믿는다는 말은 인재를 선발하고 계발하고 유지하는 일을 경영의 가장 우선적 가치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 예를 들어 회사가 병들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직원들의 퇴사다. 직원이 떠나려고 한다면 그 조직은 이미 병든 조직이다. 이것은 직원의 충성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직원의 열정을 끌어내지 못한 경영자의 믿음 부족 탓이다. 최고의 일터를 제공함으로써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경영자의 신념이 되어야 하며, 일선 관리자들의 실천을 통해 구현되는 가치여야 한다.

... 사람을 얻고 사람을 남기려면 2가지 기본 태도가 중요하다. 첫째는 사람에게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이다. 둘째는 비즈니스가 정치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28,9p.

*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고, 직위에 적합한 인물을 선별하고, 젊은 인재를 훈련하고, 글로벌 관리자를 육성하고, 성과 미달자들의 문제를 처리하며, 전체 인력풀을 검토하는 등 사람에게 시간의 절반 정도를 쓴다"고 말했다. 230p.

* 지난 25년간 100만 명의 직원과 8만 명에 이르는 관리자들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직원이 많은 기업일수록 가장 중요한 경영 성과지표인 고객만족도, 수익성, 생산성이 높다. 다시 말하자면 직원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적절한 곳에 배치해서 그 재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도록 하는 기업이 훌륭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231p.

* 이때 중요한 것이 투명성이다. 투명성이란 제약이 아니다. 투명성은 오히려 장점의 부각으로 전환될 수 있다.

... 가시적이고 투명한 제도적 장치는 직원들의 정치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233p.

* 나는 유능함이란 어울림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자신과의 어울림, 회사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 사이의 어울림, 세상의 기준과 자신의 기준 사이의 화해 같은 것을 유능함의 기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따라서 두 사람을 놓고 누가 더 유능한가 하는 질문은 위험하다. 사람마다 유능함이 발휘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에 그 사람이 '적합한' 사람인가를 묻는 것이다. 236p.

*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과 나눈 이야기의 내용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몇 초 사이에 받은 인상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리고 그 몇 초의 인상은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발 바뀌지 않는다. 241p.

* 중요한 점은 어떤 과정을 거치든 그 결과로 기업의 미래 비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선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질과 재능은 교육을 통해 얻어지지 않는다. 오직 채용을 통해 얻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채용이 중요한 이유다. 242p.

* 따라서 새로운 인재의 채용 못지않게 이미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발 전략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반적 교육훈련보다는 개개인의 재능과 적성 그리고 취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부서나 직무로 자발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훨씬 유용할 수 있다. 아울러 유능한 관리자의 코칭과 멘토링이 유용한 현장교육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무어보다도 직원 스스로 배우도록 도와야 한다. 10년간 경험을 쌓았다고 해서 꼭 무언가를 터득한 것은 아니다. '1년의 경험을 10번 되풀이하는 사람들'도 많다. 평생직장을 보장한다는 것은 신선한 사고와 기술로 무장한 젊은이드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장애는 나이가 아니라 경험을 쌓으면서도 그 경험 위에 새로운 것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246p.

*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적합한 배움과 기회를 제공하여 열정을 이끌어내고,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사람을 배치하여 적합한 대우를 해줌으로써 '사람들이 스스로 경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훌륭한 경영자와 리더가 실행에 옮겨야 할 과제이다.

... 직원의 채용과 계발 그리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열정을 불어넣은 활력화가 경영 활동의 근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적합한 직원'이며, 가장 큰 손실은 '부적합한 직원'이기 때문이다. 249p.

*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참여와 일상 업무 속에서의 창의성과 유머를 중요시한다. 이 회사의 인사부는 직원들의 차별적 특성을 고취시키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경찰처럼 감시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회사는 300쪽에 이르는 기업운영지침을 과감히 없애버렸다.

* 이제부터 개인은 스스로 비즈니스를 경영해야 한다.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사업을 경영하듯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새로운 실험을 감행해야 한다. 1인 기업가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해야 한다.

첫째, 약속한 영역에서 언제나 균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서비스 수준이 언제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끊임없이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경영자가 힘쓰는 대목이다. 262p.

* 톰 피터스는 <경영파괴>라는 책에서 한 여성 컨설턴트가 자신의 성과와 가치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는 것을 예시한 적이 있다.

- 과거 나의 경력을 입증할 만한 완성된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적인 두세 개를 선별할 것.
- 내가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제공했던 질적, 양적인 효익을 열거할 것.
- 지난 12개월 동안 나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 줄, 고객으로부터 받은 인증서와 감사장을 챙겨둘 것.
- 내가 한 해 동안 새로 배운 것들을 정확하게 설명할 것.
- 나의 자질이 지난해보다 얼마나 더 향상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것.
- 불어난 명함첩을 정리하고, 나의 네트워크에 추가하여 새로운 관계로 발전시킨 사람들의 이름을 들어볼 것.
- 내가 1년 전보다 크게 달라진 점들을 이력석에 명기할 것.

이런 모색의 결과로 제안된 것이 바로 1인 기업가로서의 직원을 '이력서'로 관리하는 것에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톰 피터스는 이미 10년 전에 이 일의 중요성을 설파했고, 나는 그의 주장이 코리아니티에 매우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관심 있게 연구해 보았다. 264,5p.

* 내가 이력서에 써야 할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직장인들 가운데 이 한두 가지를 적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많은 직장인들을 괴롭히는 큰 이유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한두 가지 일에서 인정을 받아 이름을 얻으면, 우리는 그 명성을 브랜드 파워라고 부른다. 각 개인은 자기 경력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은 모든 직원을 훌륭한 전문가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 275p.

*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현장을 제공해 주는 스폰서링보다 더 커다란 지원은 없다. 이것은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직무에서 해방되어 매너리즘을 벗고, 제2의 인생을 걸고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긴장 속으로 즐겁게 투입할 수 있다는 것만큼 좋은 동기 부여는 없다. 좋아서 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몰입도가 높고 스스로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을 때 성과 또한 빛나기 마련이다. 이는 회사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280p.

* 피터 드러커는 "어떤 조직도 완전한 조직은 아니며, 그 조직은 결국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점을 전제하라"고 강조한다. 훌륭한 경영자는 솔선해서 기존 조직을 끊임없이 해체해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291p.

* 그러나 이제 돈은 지위를 제치고 모든 것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 돈의 논리에 따르면, 가난은 싼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자는 싸구려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부유함은 비싼 것이다. 따라서 부자는 고귀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돈이 싼 것과 비싼 것을 판단하고, 천박함과 고귀함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돈이 만들어낸 차별이다. 그리고 이 차별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제 윤리를 다루는 함수는 더 간단해졌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끝없는 유혹인 돈과의 관계를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340p.

* 다시 말해서 <성경>은 부의 추구를 경제적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을 수 있는 개인적 귀결로 보았다. 이것은 부를 추구하는 활동을 경제학이 아니라 윤리학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뜻한다. 342p.

* 기억하자. 선비들은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이익이 있을 때는 그 옳고 그름을 따져 불일치가 생기면 언제나 명분을 따랐으며, 그것이 선비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도라고 여겼다. 훌륭한 경영자가 된다는 것도 이와 같다. 돈을 추구하되 그것이 올바른 방법을 통하지 않으면 경영자로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무너지는 유능한 사람들을 수없이 보았다. 353p.

*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매킨지의 접근법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공식적인 훈련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구체적인 직무교육부터 전체적인 리더십교육에 이르기까지, 입사하는 날부터 회사를 떠날 때까지 지원해 주는 계발 과정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투자한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은 교육방법이다. 사실은 이보다 훨씬 중요한 2가지 접근법이 있다. 이 2가지 방법은 모두 개인적인 노력과 학습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361p.

* 우리는 유능한 경영과 관련하여 이성의 우월성에 대한 이상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CCL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상위세 직위에서 가장 차별적인 성공 요인은 '부학직원과의 인간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업무성취도가 높은 상위 25퍼센트의 관리자와 성취도가 낮은 하위 25퍼센트의 관리자 사이의 현저한 차이는 바로 애정을 원하고 요구하는 애정지수였다. 378p.

* 격력의 또 다른 기본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사람 개인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그가 하고 있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다. 유능한 관리자는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 질문하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의 개인적 역사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잘하며, 어디에 관심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안 만큼 이해하고 그 사람이 자기다운 장점으로 빛날 때 감탄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칭찬이고 격려다. 이때 관지라는 스폰서의 역할을 가장 멋지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380p.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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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구본형 / humanist
1판 3쇄 / 2005.09.12.

* 온갖 종류의 구조조정에도 상관없이 한 조직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 성장하고 싶다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자신의 특별함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고, 일을 처리하는 자신만의 좋은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유능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그들은 적절한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말은 떼거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과는 매우 다른 개념이다. 적절한 관계라는 것은 본인의 성격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다. 그러나 적절함의 특징은 하나다. 폐쇄회로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누구와도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셋째, 그들은 늘 학습한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한다. 전문성이 자격증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식은 변하고 경험은 늘 다르게 적용된다. 자신의 소질을 이해하고 잠재력을 계발한다. 이들은 대체로 겸손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애정 없이는 자신을 불태울 수 없다. 어떤 분야든 자신을 불사르지 않고서는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세상의 흐름에 대한 대략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단추를 끼울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요한 사람들은 떠남을 늘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떠남으로써 남겨진 조직의 힘이 격감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놓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70,1p.

* 모든 위대한 리더는 유혹에 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을 포장하든지, 크고 부드러운 젖가슴으로 지그시 눌러 이성을 질식시키든지, 위대한 사상을 통해 혼을 빼앗거나 달콤한 꿈속으로 사람들을 몰고 간다. 매력이 없는 리더란 없다. 리더는 반드시 자신의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유혹은 매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매력은 가장 자기다운 것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이다. 76p.

* 우리는 기쁨을 위해 산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늘 섞여 있었다. 작은 수고들은 이런 기쁨을 위해 동반되는 선물의 포장지거나 아름다운 포장 끈이나 리본 같은 것들이다. 114p.

* 나는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글 쓰는 일에 몰두하는데, 이 시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선택했다. 나는 시간의 불모지를 내게 불하했다. 그리고 가장 귀중한 나만의 시간대로 만들었다. 마치 모두가 버린 시간의 밭을 일궈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찾아내지 못했다면 영원히 잠 속에 묻혀버릴 뻔한 보물 같은 땅이었다. 하루 시간의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두 시간이 거의 변하지 않는 내 작업시간이다. 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늘 가족과 친구들에게 우선적으로 열려 있다. 121p.

* 무엇인가를 할 때 다른 것을 계획하지 않고, 어떤 것을 계획할 때 다른 행위를 하지 않으면 순간에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몰입된 순간 순간을 살 수 있으면 행복하다. 196p.

* 바람이 조금 있는 아름다운 날에는 밝은 햇빛 속을 반바지 차림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산책하고, 우울한 날에는 집 안에서 그 기분에 어울리는 좋은 책 한 권을 볼 수 있다면 인생은 이미 행복하다. 이때 돈이란 밥 먹고 난 후 아이스크림 한 개, 혹은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실 만큼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인생이란 그렇게 간단한 것 아닐가? 197p.

* 나도 늦게 인생을 시작한 사람이다. 나는 어디서나 만나는 그저 평범한 남자였다. 특별한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그러다 우연히 글 쓰고 강연하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인지 정체를 잘 모르는 식물이 자라나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처럼, 나도 잎만 가지고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이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도 내가 아니다. 유일함이라니, 얼마나 황홀한 이야기인가? 216p.

* 나는 한 가지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을 자제했다. 읽기 싫으면 읽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썼다. 매일 쓰는 것은 다행히 아주 즐거운 놀이였다. 나는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와 느낌과 생각을 내 일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찾아내고 표현해보려고 했다. 그것은 늘 살아 있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나는 놀이가 가진 위대한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논다는 것은 순수하며 아무런 이해를 따지지 않는다. 경제적 계산을 넘어 빠져들게 한다.

나는 나만의 놀이를 찾아내려 했다.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답답하면 답답함을 즐기고, 권태로우면 권태를 데리고 놀려 했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 조급함에 그 이유 없음을 질타하곤 했다. 이유 없는 조급함에 대해서는 늘 한 호흡을 더 쉬곤 했다. 나는 나를 찾아오는 어떠한 것들과도 가능한 한 싸우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매우 호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싸움조차도 즐기려 하는 경우가 있다. 적과 논다는 것이 싸움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233,4p

* 우리는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다가 죽는다. 한 번도 살기 위해 일을 버린 적이 없다. 놀기 위해 산 적도 없다. 그래서 살기 위해 산 적이 없는 것이다. 235p.

* 그러나 가끔 대단한 존경심을 가지고 개를 대하기도 한다. 비록 먹다 남은 밥 한 덩이에 된장국을 섞은 것이지만 밥 한 그릇에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모른다. 개가 지르는 나직한 환성을 이해할 수 있다. "아, 밥이다, 밥. 맛있는 밥." 236p.

* 아침에 일어나 책을 쓰기 시작한 지 8년이 되었다. 책을 쓰는 일은 내가 가장 잘 배우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재능이 있겠지만, 이 방법이 내 스타일이다. 나는 내가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그들의 지식은 나라는 특별한 여과기를 거쳐 새로운 표현법을 얻게 된다. 239p.

* 경제적으로 학습은 자신을 '자본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교육과 훈련, 그리고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서만 포인트가 누적되는 자본이 바로 '인적 자본'이다. 자신을 자본화할 때는 전략적 배려를 해야 한다. 인생은 길지만 또한 짧고 유한하기 때문이다. 전략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학습은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40p.

* 나를 변화시켰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내 하루가 바뀌었는지를 물으면 확실해진다. 오늘을 놓치면 삶을 놓치는 것이다. 하루를 즐길 수 있으면 훌륭한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나의 물결로서,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가 나에게 바라는 목적이다.
하루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나의 두 번째 커리어도 없다. 264p.

* 나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의미와 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개인적인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며 믿음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진력을 다한다. 감수성이 강하고 사려가 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능란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그러나 세계를 함께 할 사람을 고르는 데 까다롭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보일 수 있다. 270p.

* 나를 깨우는 일에 능숙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깨어나는 것도 도울 수 있다. 자기를 깨우고 난 후에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271p.

* 이렇게 짜여진 강연의 반응은 훌륭하기도 하고 한편 실망스럽기도 했다. 좋은 내용이었지만 내 강연은 고작 그 강연장 안에서만 생명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들은 강연장을 벗어나는 순간 모든 것을 잊었다. 이것이 좋은 말의 한계였다. '좋은 말'은 강연장이라는 무균실에서만 살아 있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에 불과했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지없이 부서지며 다시 어제의 관성으로 합류되는 사람들을 보며 자괴감이 많았다. 285p.

* 2005.09.13

2004년에 나온 구본형씨의 아홉번째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일상의 황홀, 낯선 곳에서의 아침에 이은 그의 네번째 책읽기다.
완숙미가 느껴지는 그의 글쓰기에서 괜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의 사이트에서 유독 이 책이 많이 언급되어서(그나마 최근의 책이기도 해서일테지만...) 손이 안가는 책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책값을 지불했다.

나도 나이 마흔이 되면 나만의 문체와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첫번째 나의 책을 쓸 수 있을까?
그 전에 조금 더 열심히 생각하고 일하고 살아야겠다...
틈틈히 그의 생각을 옮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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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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