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리더스북

이 책의 저자는 투자경험만 20년째인 전문가이고 '시골의사'라는 아이디로 유명한 투자가이지만 실제로는 시골병원의 원장님이다.
병원에서의 일들을 수필형태로 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이 큰 반응을 얻었을 때에도 그의 명성은 이미 투자가들 사이에서 쟁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유명세는 비단 투자능력?에만 국한된건 아닌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감성과 논리를 적절히 버무린 탁월한 글솜씨가 도무지 예사롭지가 않다.
그분의 블로그에 열심히 들락거리는 와이프도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곤 한다.
자신이 이상형으로 삼던 인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까지 얘기한다.
의사라는 신분에 후덕한 인심, 거기다 돈에 대한 안목과 글솜씨까지 갖춘 이 분에게 경탄을 넘어 시기심까지 느껴지는 모양이다.
곤란한다.
한집에 살고 있는 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남편된 사람은 말이다^^

이 책은 주식이나 펀드같은 재테크에 관련된 사전지식이 있는 분들에게는 쉬울지 모르나 내게는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실세금리니 채권이니 하는 경제용어는 10년을 넘게 들어도 새롭고 생소한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을 원추, 강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빈틈없어 보이는 논리와 몇십년을 아우르는 장기적인 안목에 멋모르는 나도 설득이 되고 수긍이 가기 때문이다.
얄팍하게 돈 몇푼 오가는 것에 연연하는 일반 재테크 책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책이다.
아마도 두고 두고 곱씹어 읽어볼만한 책임에 분명하다.

이 책은 정의한다.
부자란 무엇인가?
부자란 돈의 크기에 있지 않다고 한다.
더 벌 필요가 없고 돈을 지키려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 순이 부자가 된 순간이라 한다.
돈의 크기보다 돈을 대하는 방식이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인구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그에 맞는 전략들이 필요함을 역설한바 있다.
부동산 시장을 뚫어보는 그의 시각에도 다분히 이러한 장기적인 안목의 지식들이 녹아있다.
약 10년후면 1.2명에 불과한 인구증가율 때문에 주택을 물려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고, 그에 따라 주택시장의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주택시장의 성장이 멈춘다고 한다.
또한 투자에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과 열정을 지닌 세대가 본격적으로 투자와 관련한 활동들에 뛰어듦에 따라 어느때보다 이에 관한 지식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가 온 것을 주위사람들을 보며 실감하게 된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출판에 관한 일련의 흐름들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된다.
저자는 인구증가율의 둔화로 인한 불황이 최소 30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이런 이유로 토지나 부동산같은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재테크 관련 책들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것도 설명이 가능하고, 3,40대 이후 중년층을 겨냥한 책들이 인기를 끌고 반응을 얻는 것도 설명이 된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어도 좋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감각은 이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몸으로 익히는 능력이 될 것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이분, 시골의사라고 해도 넘치는 표현은 아닐 것이다.
재미있고, 또 벅찬 세대이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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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구조는 10년 후부터 독립세대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오게 되지만 기존에 공급된 주택은 그대로 남게 되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굳이 그때가 아니더라도 불과 몇 년 후면 지금과는 달리 한 쌍의 부모에게서 겨우 1.2~1.3명의 자녀가 독립하게 되고 이때부터는 한 해 결혼하는 세 쌍의 부부 중에서 최소 두쌍이 각자의 부모에게서 집을 물려받게 된다.

<32p.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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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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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제법 찬 가을 아침에 일자리가 없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 분들의 모습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근사한 카페에서 코냑이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은 표정들이 대개 심각하다.
그러나 안동 막창 골목에서 소주 한 병 시켜놓고 돼지 막창을 굽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떠들썩하고 유쾌하다.

<282p.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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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사전 정보도 없이 수술을 맡은 환자가 나병 환자였음에도, 이 환자가 전염성이 있는지 없는지, 왜 이런 환자들을 아무 말도 안하고 데려왔는지 한마디 질문도 없이 조용히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던 마취과 의사의 태도에서 비로소 나의 경박성을 깨달았다.
그는 묵언으로써 내게 삶을 가르쳐준 것이다.
<150p.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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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을 짐작해보니 그는 아이가 사망한 것을 알면서도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온 것 같았다.
병원으로 오는 동안 그는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사랑하는 아내와의 꿈같은 삶, 임신과 출산의 아름다운 행복, 아내의 죽음, 그리고 아이와의 이별.
아마 그는 이미 세상과의 인연을 놓아버린 아이를 품에 안고
"아가야 병원에 가자. 얼른 가서 빨리 치료하면 나을거야..."하며 아이를, 아니 어쩌면 자기 자신을 다독거렸을 것이다.
< 64p.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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