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08.04 간만에...
  2. 2006.12.06 [일상의 황홀 #27] 세 가지 동화
  3. 2006.11.05 아빠는 스물네살?
  4. 2006.10.17 사랑은 관심이다 6

간만에...

카테고리 없음 2007. 8. 4. 16:59
간만에 맞은 평온한 주말,
첫째가 아픈 바람에 집이 조용하다.
병원에 가니 인후염이라고 한다.

이렇게 뜻하지 않은 평화?가 찾아오면 우리 부부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이들 때문에 뭔가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우후죽순으로 떠오르는데
뭘 해야할지 몰라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첫째가 열이 많이 올라 수시로 깬다.
39도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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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이는 이제 네 살, 곧 다섯 살이 됩니다. 여느 아이가 그렇듯이 아빠가 책 읽어 주는 무지 좋아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아빠는 서원이를 위해 매일 세 가지의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서원이가 매일 듣고 싶어 하는 동화는 초콜릿, 사탕, 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아빠는 이 세 가지 주제를 여러 가지 동화와 섞어서 들려줍니다. 때로는 소재가 떨어져서 헤맬 때도 있지만 아들이 너무나 좋아해서 그만 둘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빵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는 호랑이가 등장하기도 하고, 독이 든 초컬릿을 먹고 잠든 공주도 등장합니다. 부럼 대신 사탕을 깨 먹다가 횡재하는 소년도 등장합니다. 대개의 등장인물은 서원왕자와 희원공주, 그리고 못된 요철이와 은영이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날 서원이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수월하게 잠자리에 듭니다.

저는 거의 2년 가까이 매주 월요일을 책 보는 날로 정하고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가장 일하기 싫은 월요일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에게 선물로 주기로 한 것입니다. 이 날은 아내의 압박도, 회사의 눈치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게 두 세시간 책 속에 빠져 지내는 즐거움, 그것은 오랫동안 제 무미건조한 삶에 큰 활력소가 되어주었습니다. 1년에 2,300권 가까운 책을 꾸준히 읽어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내가 나에게 선물한 월요일 저녁이라는 선물이었습니다.

희망과 기대가 있는 삶은 그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줍니다. 버려진 가구가 장인의 손길 몇 번을 거쳐 멋진 리폼으로 되살아 나듯이 우리의 삶도 이렇게 액센트와 데코레이션이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너무나 쉽게 매너리즘의 늪에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선물해본 경험은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도 선물을 해보세요. 일상에 지쳐 있다면, 꿈과 비전이라는 말을 생각해본 지 오래라면, 다가 올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 무엇을 자신에게 선물해 보세요. 그 기쁨이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은 아직도 캐내지 못한 보화로 가득한 게 분명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그 기쁨을 혼자만 누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 섣불리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진 마세요.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기쁨과 행복을 남에게 나눠줄 순 없답니다.

그러니 먼저 행복해지자구요^^



* 한 달에 한 두번, 가족끼리 삼겹살, 목살을 한 두근씩 사다가 같이 구워 먹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데요^^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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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엄마가 맛있는 대구탕을 끓이고 있는 동안 서원이와 희원이 그리고 아빠는 동네 산책을 나갔습니다. 서원이는 기찻길 잇기 놀이를 하고 싶은데 아빠는 맨날 하는 반복되는 놀이에 금방 싫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엄마는 교회에 볼일이 있어 출발전까지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어주야 합니다.

그런데 출발해야 할 오후 2시가 되도록 아빠와 아이들은 돌아오질 않습니다. 걱정이 된 엄마는 전화도 받지 않는 가족들을 찾으러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다가 오늘의 주인공 대현이를 만났습니다. 대현이는 서원이를 찾으러 간다는 말을 듣고 함께 가겠다고 따라섰습니다. 사실 조금 심심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정작 도착한 놀이터에는 서원이도 서원이 아빠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한참 찾아헤매던 대현이는 갑자기 심심해졌습니다. 그래서 서원이 찾는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네를 타기 시작합니다. 서원엄마는 놀겠다는 아이 말릴 수도 없어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대현이와 놀아줍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떤 아빠가 딸과 함께 놀이터 그네를 찾았는데 대현이가 이렇게 소리칩니다.

"우리 아빠는 24살이다!!!"

당황한 서원엄마는 누군지도 모르는 아저씨앞에서 민망, 또 민망입니다. 서원엄마는 올해로 서른 네살. 졸지에 10살이나 어린 신랑과 결혼한 연상의 여인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저씨가 허허 웃으며 자신도 민망한듯 자리를 서둘러 피합니다. 서원이와 동갑내기인 대현이는 이렇게 재미있고 엉뚱한 아이입니다.

같은 네살이지만 대현이는 서원이와 많이 다릅니다. 엄마도 없이 하루 종일 온 동네를 쏘다니며 잘도 놉니다. 서원이가 떼를 쓰면 첨엔 '나빠 나빠'하다가도 곧장 서원이의 말을 들어줍니다. 어찌나 싹싹한지 서원이 엄마, 아빠는 이 놈 나중에 커서 뭔 일을 해도 하겠어 하며 칭찬합니다. 자기 아들이지만 대현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역시 기질은 타고 나는것이라고 서원 아빠는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자신의 주변을 봄날처럼 밝게 여름처럼 시원하게 하는 우리 동네 대현이 이야기입니다.

서원아,
그래도 아빠가 서원이를 얼마나 이뻐라 하고 사랑하는지 알지?
하지만 대현이의 장점은 너도 좀 배웠으면 좋겠구나.
항상 밝고 겁없이 모험을 즐길 줄 알며, 그러면서도 다른 이를 배려하는 대현이의 성품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삶의 지혜란다.

너는 대현이와 다르니 비교할 생각은 없어. 너도 너만의 장점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어울려 가는 이 세상에선 꼭 필요한 대현이의 장점을 조금은 배웠으면 좋겠구나.
아빠는 그걸 서른살도 훨씬 넘어서야 깨달았단다.

그러나 이건 절대 잊지 마.
나는 세상에서 서원이가 쩨~~~~~~~~~~~~~~~~일 좋으니까!!!
헛!
절대로 희원이한테는 말하면 안된다^^



* 서원이 아빠는 고민중입니다. 왜 대현이 얼굴보다 서원이 얼굴이 1.5배는 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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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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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퇴근하고 나서 집에 오자마자 오뎅국에 맛있는 저녁을 해결하고 곧장 아들과 집을 나섰습니다. 평소같으면 TV를 보거나 마지못해 차놀이와 블록놀이를 하다가 어렵게 어렵게 재우는 일이 반복되곤 했는데 사실 아이나 저나 무척 피곤한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은 겁니다. 이왕 놀아줄거면 제대로 놀아주자고^^

역시나 우리 서원이 아빠와의 야밤산책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산책은 걷는거니까 안아달래거나 업어달래지 말랬더니 저 아랫동네까지 걸어가는 동안 한번도 떼를 쓰지 않는겁니다. 오히려 폴짝 폴짝 뛰며 달려갑니다. 희색은 만연, 서원이와 저는 동네에 주차된 차 이름을 알아맞추며 지하보도를 건너 한솔마을 놀이터까지 상쾌한 저녁 산책을 했습니다. 서원이가 좋아하는 아반떼를 발결할 때마다 신이 납니다. 찬영이네 차인 스펙트라, 동호네 차인 스포티지, 그리고 이야기차라 불리는 옛 아반떼, 최근 가장 좋아하는 신형 아반떼까지... 내 아들이 차 이름을 일일이 꿰뜷을정도로 차를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더랬습니다.

여자 아이 하나가 엄마랑 막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놀이터에 왔습니다. 누군가 두고 간 모래놀이 삽과 바께스?가 눈에 띕니다. 그걸로 서원이는 KTX용 음식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추석때 탔던 KTX의 기억이 아직도 선하게 아이 머릿속에 남은 듯 합니다.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성도 만듭니다. 더 놀겠다는 아이를 데리고 근처 벤치에 앉아봅니다. 주위에는 운동하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가로등 불빛을 받은 나뭇잎에 군데 군데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가뭄이 심해서 낙엽이 예전같지 않다는게 실감납니다. 그러고보니 놀이터 모래들도 심하게 먼지가 날리더군요. 아무튼 저녁공기는 상쾌했고 아이와의 대화는 계속됩니다.

돌아오는 길에 더 놀겠다는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삶의 지혜란 희한합니다. 피하면 피할수록 불행으로 옥죄이지만 '싫어도 옳다고' 믿는 일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들이 솟아납니다. 책이 가르치는 것들도 대부분 이러한 실제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오래전 일화가 생각납니다. 중학교 과학선생님이 하루는 교탁을 힘껏 밀며 우리에게 생각나는게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교탁은 처음엔 꼼짝 않다가 계속 힘을 주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 힘차게 교실 한쪽으로 밀려갔습니다. 태경이라고 기억하는 아이가 답을 맞추었습니다. 처음엔 힘이 들지만 나중에는 곧 쉽게 밀리는 것 같다고. 선생님은 그게 '최대정지마찰력'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배움만은 생생히 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변화를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지식은 이와 같습니다. 이것을 저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를 정말 잘 사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순간 순간 삶이 내게 주는 축복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아들여 충만해지는 것, 내가 가진 한계를(아이와 놀아주는 아주 작은 것들이라도) 뛰어 넘어 그 너머에 있는 기쁨과 보람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진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의 산책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입니다^^



* 추석때 광안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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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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