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2.04 시보레와 아이폰5 8894
  2. 2006.06.23 steve jobs keynote! 8
  3. 2006.06.16 [summary] 컬트 브랜드의 탄생, 아이팟 10

지겨워서였다.
2년 꼬박 아이폰 3GS를 썼다.
추호도 의심없이 아이폰5로 옮겨가리라 믿었다.
그러다 우연히 옵티머스 뷰2를 만났을 때 문득 그런 ‘자각’이 일었다.
스티브 잡스도 세상을 떠난 마당에
길어지고 빨리진 것 말고는 도무지 달라진 게 없을 것 같은 아이폰5로 왜 갈아타야하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딱 2달이었다.
5인치의 화면, 안드로이드폰의 생경함이 신선함으로 작동하기까지는.
이유야 많다.
출근길과 퇴근길, 5인치의 화면에 커버까지 여닫는 과정이 몹시도 걸리적거렸다.
굳이 볼륨을 모두 줄여야 진동으로 바뀐다거나,
살짝만 눌러도 작동하는 버튼에다 메뉴 버튼까지 피하느라 손에 걷돌기 일쑤인 점,
뭔가 2% 부족한 아이콘과 UI의 어설픔이 무뎌지기는 커녕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2달이 지났을 때 폰을 갈아탈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고,
나는 미련없이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좁고 길쭉한 아이폰5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이폰으로 돌아온 이유를 단 한 가지로 말해야만 한다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것도 어렵지 않다.
솔직히 앞의 이유들은 정말로 사소한 것들이다.
아이폰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아이폰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폰이 아름답다니...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전제를 달고도 멋쩍은 이유다.
전화를 하고,
웹서핑을 하고,
은행일을 보고,
또 그 외에 몇 가지의 앱들을 쓰고...
그런데 폰이 아름답다니.
아름다워서 쓰고 있다니.
그런데 사실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알루미늄의 테두리 마감과
차가운 질감을 즐기기 위해
케이스를 몇 개를 샀다가 벗기고,
필름을 몇 번을 씌웠다가 떼내버리는 모양새가 그렇다.
그 증거다.
그런데 이유는 정말 그것 뿐인가?

시보레는 차 이름이 아니다.
하일권이라는 작가가 자신의 졸업 작품을 장편으로 연재한
‘3단 변신 김창남’이라는 웹툰의 주인공 이름이다.
좀 더 정확히는 로봇의 이름이다.

이 웹툰은 뭐랄까...
식상한 소재와 식상한 주제의 조합물에 가깝다.
학원물에 왕따,
성긴 구성에 SF 흉내를 낸 어설픈 퓨전음식 같달까?
하지만 대단한 흡입력이 있고,
생뚱맞지만 지리함으로 늘어지지 않는 오버스러운 유머가
이제 그만 봐야지 할 때쯤 감칠맛을 낸다.
그러다 서서히 몰입으로 이끌고 끝내는 마음 속 작은 오열을 끌어내고 만다.
아...
이건 뭐지?


로봇이 있다.
이 로봇은 여학생의 외모를 그대로 재현해냈을 뿐
말투도 동작도 기계적이다.
다만 아주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인격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 점이 포인트다.
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이 왕따로 고통받는 한 소년의 설익은 감정이 쉴 자리를 만들어준다.
계산치 않고,
거짓이 없으며,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이 작동하자
작은 변화들이 일기 시작한다.
그 끝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다.
이 둘을 서로 떼어놓고 말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3단 합체 김창남’이라는 웹툰을 보면서
웬지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이 자꾸 오버랩되었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가 만든 건 전화기도 스마트폰도 아닌,
시보레 같은 로봇이 아닌가 하는,
외롭고 힘들 때 꺼내어 쓰다듬을 수 있는,
기계적이긴 해도 가끔씩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시보레와 시리...
뭔가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브랜드를 구성한 기본적인 조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실제의 필요를 채워주는 ‘기능적인 편익’이 있는가 하면
그런 유용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서적인 편익’도 있다.
이 정서적인 편익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 영향력 만큼은 막강하다.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쓰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들었던 친밀감과 소속감을 누릴 수 있으니까.
이는 모든 브랜드들이 다다르기 원하는 궁극의 경지다.
이 단계에 이른 브랜드는 마케팅도 프로모션도 필요없다.
기능적인 불편함도 유니크한 개성이 된다.
심지어 창업자가 죽고 주인이 바뀌어도 브랜드는 영속한다.
이른바 영생하는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웹툰 ‘3단 합체 김창남’의 제목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로봇 시보레는 친구 자전거 이름에서, 로봇 번호는 군번에서 따왔다고 한다.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이 ‘호구’이다.
약간의 상상, 혹은 해석의 여지도 없는 직설적이고 무성의한 이름,
하지만 의도치 않게 던져진 메시지는 묵직하다.
왜 우리는 사람이 아닌 로봇의 인격에 감동하게 된 걸까.
만화 속 현실은 사실 과장이랄 것도 없는 그야말로 현실이다.
그 속에서 아주 기본적인 인격, 인간적인 관계에 대한 목마름을 발견한다.
이 만화에 마음이 움직인 학생들이라면,
사람들이라면,
그런 기본적인 인력,
그러니까 진정성에 목마른 것이다.

얘기를 맺자.
삼류 웹툰에 마음이 울컥했다는 사실을 떠벌리는 것도 개운치 않지만
웬만한 소설이 주는 감동 못지 않다는 고백 또한 사실이니까.
말하고 싶은 건 한 가지다.
우리에겐 점점 더 깊어지는 결핍의 우물이 있다.
그건 아주 작은 격려,
혹은 관심,
그리고 희망일지 모른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선뜻 하지 않는 손 내밀기,
자신이 피해자나 루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맛설 수 있는 적지 않은 용기.

어쩌면 스티브 잡스는
한 손에 꼬옥 감기는
그런 로봇 하나를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Posted by 박요철
,

steve jobs keynote!

웹기획 2006. 6. 23. 16:56


기획자의 완성은 PT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브 잡스는 정점에 서있는 인물이다.
진정한 기획자는 그가 기획하는 바를 통해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궁극적인 비즈니스의 목표는 '자신이 만든 가치있는 무언가를 전달하고 누리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대상이 함께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 고객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의 오만함이 용서받는 것이다.
아니 추앙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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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


컬트 브랜드의 탄생, 아이팟
리댄더 카니/ 이마스(emars.co.kr)옮김
미래의 창

*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한다. 아이팟의 빛나는 진가는 바로 이 음악을, 엄청난 양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이팟에는 평생 들을 만큼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으며, 그야말로 개인적인 성격이 짙은 소지품이다. 음악은 우리의 가슴과 영혼 깊은 곳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아이팟은 컴퓨터나 승용차, 고급 구두보다도 더욱 우리를 구성하는 ㅇ리부요, 개성을 표현하는 일부다. 아이팟에 들어 있는 음악은 우리 자신을 말해준다. 13p.

* 아이팟은 나의 음악 감상 습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제 더 이상 (아주 드문 예도 있지만) 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싶지 않아졌다. 이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만 업로드하여 하루종일 좋아하는 노래만 들을 수 있다. 아이팟을 듣고 있으면 슈퍼마켓에 가는 길도, 지루한 출퇴근길도 영화 속 모험이 된다. 15p.

* 아이팟이 음악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음악의 재생 및 감상방식이 달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의 유통방식 그리고 곧 제작방식까지도 변화될 전망이다. 아이팟의 등장으로 음악산업의 주요 상품이던 앨범의 자리를 재생목록이 대신하게 되었다.

* 아이팟의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사람들은 대개 아이팟을 손에 넣은지 30초만에 기본사용법을 마스터할 수 있다. 18p.

* 애플이 아이팟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땐 이미 최초의 하드 드라이브형 플레이어도, 최대 용량도, 최저 가격도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팟은 매킨토시 컴퓨터만 지원할 뿐이었다. 획기적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실제로 첫 반응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30p.

* 그리고 지금, 한때 파멸을 예고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고집하던 완고함을 아이팟 덕택에 애플 최고의 자산이 되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힘을 행사할 수 있었기에 가장 사용이 편리한 디지털 뮤직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경쟁사들이 고장이 잦은 시스템을 판매했던 것과 달리 애플의 3단계 조합인 하드웨어(아이팟), 소프트웨어(아이튠즈), 온라인 서비스(뮤직스토어)는 첨단 기술 제품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유기적 연결을 자랑했다. 38p.

* 도시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할수록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안전하다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공간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지요. 58p.

* 정통한 소식통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어쩌면 애플 대신 소니가 아이팟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990년 대 말 포탈플레이어는 아이팟과 같은 소니의 뮤직플레이어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익명을 요구한 도쿄의 소니 직원이 밝혔다. "포탈플레이어는 소니의 자회사인 아이와와 협력한 바 있다"라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아이와는 제품 마무리에 근접했었는데 소니가 이를 무산시켰다. 견본을 본 적이 있다. 지금껏 내가 본 가장 멋진 MP3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소니 중역들은 이 같은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69p.

* 크나우스는 아이팟 개발 완성시기가 거의 다가올 때까지 참여했지만 아이팟 출시 직전에 아이팟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일을 그만뒀다. "실수였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 순간 생각한대로 밀고 나가야 했죠." 33세의 크나우스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업무를 하고 있다. 73p.

* 아이팟처럼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제품은 드물었다. 신규 사용자들은 아이팟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열정적으로 아이팟 선교사역을 도맡아서 사람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팟이 주는 즐거움을 설파했다. 자신의 아이팟 속에 어떤 곳이 들어 있는지가 블로거들 간의 최고의 화제이며 어떤 이들은 아이팟에 대한 찬사의 뜻으로 자체적인 아이팟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83p.

* 이어폰을 흰색으로 정한 것은 마케팅 수호천사가 내린 행운처럼 보이지만 사실 플레이어와 단순히 색상을 통일시키려던 의도의 결과이다. 85p.

* 2004년, 교사 조지 마스터스가 손수 제작한 아이팟 광고가 빠르게 '전염성'을 띠고 퍼지면서 마케팅계가 술렁거렸다. 마스터스의 60초짜리 애니메이션 광고에는 날아다니는 아이팟들과 고동치는 심장, 바쁘게 돌아가는 70년대 풍의 환각적 조명을 그렸다.

... 2004년 11월, 마스터스는 이 광고를 개인 웹사이트에 올렸다. 몇몇 블로그에서 이 작품을 스크랩해 가기 전까지 방문객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무려 37,000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블로그와 이메일 사이에서 이 광고가 돌고 돌았다. 87p.

* 아이팟 사용자들은 나름대로 애플 컴퓨터를 위한 광고를 만들 뿐 아니라 스스로가 애플의 광고 자체로 변신한다. 독립 웹 서비스인 아이팟 마이포토는 어떤 디지털 사진도 아이팟을 대표하는 실루엣 광고 모양으로 바꿔준다. 95p.

* 팬디만이 고가의 명품 아이팟 액세서리를 소개한 패션 브랜드는 아니었다. 푸씨, 디올, 샤넬, 코치와 같은 대부분 세계적인 유명 디자인 업체에서 아이팟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104p.

* 이제 아이팟을 갖고 잇다고 해서 특히 세련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절대 한물 갔다고 볼 수는 없어요. 아이팟은 첨단 유행 액세서리에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분으로 빠르게 변모했습니다. 110p.

* 아이팟은 독특한 표현의 도구이다. 우리는 세계 곳곳의 이국적인 장소에 있는 아이팟의 모습을 담은 수천 장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아이라운지 웹사이트의 세계 속에 아이팟이라는 갤러리는 장거리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부터 아이팟 주인의 뒤뜰에서 찍은 사진까지 무려 3,300장이 넘는 아이팟 사진을 소장하고 있다. 146p.

* 아이팟 사용자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아이라운지 웹사이트에서 아이팟 컨셉 디자인 갤러리를 찾으면 된다. 새로운 기능이 가미된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팟을 담은 나만의 위시리스트를 공유하고자 하는 아마추어들이 고안해 낸 220여 개의 상상 속 미래형 아이팟 디자인을 포토샵 형태로 볼 수 있다. 대체로 고품질 제품의 디자인이다.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로서 디테일까지 예쁘게 묘사되어 있다. 152p.

* 한 사람이 선곡한 음악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소설가 닉 혼비가 작품 '하이 피델리티'에서도 썼듯이 "두 사람의 음악 취향이 심하게 다르거나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 공통점이 전혀 없는데도 그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재생목록주의는 인종, 성, 종교가 아니라 아이튠즈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드러난 괴상한 음악 취향에 기반한 차별주의라고 어브리는 말한다.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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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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