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황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01.26 [일상의 황홀 #28] 나는 자기계발이 싫어요!
  2. 2006.11.18 일상의 황홀 #20 내 잔을 채우소서 2
  3. 2006.11.15 네이버 오늘의 책
  4. 2005.03.19 일상의 황홀

이런 저런 일들로 무지하게 바쁘고 아팠던 탓에 거의 한달 너머 글을 쓰지 못했네요. 밀렸던 몇 편의 리뷰와 신간의 리뷰를 쓰고 나니 '일상의 황홀'에 대한 탐이 났습니다. 게다가 한 달 안으로 제 이름이 나가지는 않지만 책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이렇게라도 워밍업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나마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뚱맞은 제목이 나도 모르게 나와버렸습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고 전해지는 이승복 형님도 아니고... 자기계발이 싫다는 이 작은 항거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아는 게 많으면 시름이 깊어진다더니 수백권에 달하는 이른바 자기계발 서적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바로 '자기계발이 싫다'라는 작은 외침이라니 누군가 들으면 허탈할 법도 합니다. 이런 책 두세권 읽고도 '자기계발 서적이란 건 다 뻔해'라고 시니컬한 망언을 일삼는 분들은 쾌재를 부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순간만은 이 말이 진심입니다. 사람을 바꾼다는 것, 그것은 그 대상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역시나 어렵고도 또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많은 부분 완성된 채로 이 세상에 나오기 때문이지요. 특히나 기질에 관해서는 거의 '수리불가' 딱지를 달고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요즘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스스로를 너무 닥달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인격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완벽한 인간이 된다는 정말 흥분되는 일입니다. 스타일리쉬한 옷 매무새에 항상 환한 웃음으로 남을 향해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탁월한 일처리 솜씨와 적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탁월한 인간관계까지... 하지만 일상에서 제 한계와 부딪힐 때마다 크나큰 고통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확실히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스스로를 너무 높고 완벽한 기준에 두고 괴로워하는 건 책을 쓰신 분들의 바램도 아니었을 것이고,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 그 분들도 꼭 그렇게 항상 에너제틱한 삶을 사셨을 것 같지는 않단 말입니다^^

또 한가지, 로또나 다이아몬드, 부동산이 인기 있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희소성의 원칙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요?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물나는 노력과 선망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자기계발'이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성공한 1%의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이니 이도 당연하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성공'이란 것이 과연 1%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 조금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그런 성공과 행복은 과연 그렇게 불가능하기만 한 것일까요? 갑자기 그런 성공과 행복이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계발...
타성에 젖고 무기력에 빠진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실패를 반복한 이들에게는 신기루같은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모두가 다 아는 진리이지만 실천이 어려워 다다르지 못한다는 설명도 반만 맞는 설명인 듯 해요. 아주 작은 위로라도 좋습니다. 모두가 거대한 성공이나 완벽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기를 꿈 꾸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디 그런 성공과 행복을 알려주는 적당한 가격의 좋은 책 없을까요?^^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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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떠보니 3시가 좀 못 된 시간이다. 눈을 뜬 김에 책이나 볼까 하다가 어제 12시가 넘어서 잠든 생각이 퍼뜩 들어서 좀 더 자기로 했다. 그리고 4시에 일어났다. 성경을 보고 글도 좀 써보고 하지만 머리가 맑지 않고 자꾸만 졸고 있다. 이런 새벽은 의미가 없다. 다시 눈을 붙였다.

다시 일어난 시간은 7시, 밤이 길어진 탓도 있지만 잔뜩 흐린 날씨라 왠지 아직도 새벽 같은 생각이 든다. 토요일 오전이라 평소에 비하면 주변도 조용한 편이다. 다시 성경을 보고 어제 읽다 만 '향수'를 꺼내 읽고 간만에 잡은 권민씨의 '새벽 나라에 사는 거인'을 읽어보지만 역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종종 이런 날이 있다. 뭘 해도 집중이 안되고 무얼 하겠다는 의욕도 바닥을 드러내는 새벽, 마음이 흐르는 대로 그냥 쉬어버릴까 생각도 해보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런다고 해서 사라진 의욕이 저절로 돌아오진 않았다. 쉰다고 해도 미련은 남아서 올곧게 편히 쉬지 못한다. 이럴 때는 다시금 찬란한 삶의 불길을 타오르게 할 부싯돌을 찾아야 한다. 그건 어떤 뜻하지 않는 생각일 수도 있고, 잊혀져 있던 책 한권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 한마디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그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아 나설 때도 있다.

삶을 전쟁으로 생각하고 싸우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대개 이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치열함은 배우되 삶과는 싸우고 싶지 않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삶을 누리고 싶다. 사소한 일상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캐 올릴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다. 지구는 독수리 5형제에게 맡기고 나는 내 삶의 영역에서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캐내고 싶은 것이다. 소시민적인 삶이라 욕해도 상관 없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예배를 드리는데(기독교 기업이므로) 목사님이시자 편집국장님이신 분이 우리를 무척 나무라셨다. 지금 이 나라와 민족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 줄도 모르고 자신의 삶에만 매몰되어가는 나 같은 사람들을 향한 질타였다. 학생운동 때 이름을 날렸던 유시민 씨가 법정에서 남긴 말도 인용하셨다. 이 시대의 불의를 향해 분노하지 않는 자는 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옳은 말씀이다. 세상은 항상 이렇게 시대를 앞서 가는 사람들의 분노와 희생을 먹고 발전해왔다.(유시민 씨가 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 분노가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비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삶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의 가치로 재단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농부의 나른한 일상이 어쩌면 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해온 선각자들의 삶보다 더 소중한 것일 수도 있다. 그 판단은 사실 우리의 몫이 아니다.

뭘 억지로 끌어내려 들지 말자. 잔이 가득 차면 넘치듯이 내 생각과 의욕과 가치가 나를 채우기를 기다리자. 새벽을 깨우는 것을 결코 우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책 읽기를 다른 일상의 일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갖다 두어서도 안 된다. 아주 작은 일상으로부터 제대로 배울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위대한 책을 읽어도 더 얻어낼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의욕이 솟는다. 또 하루를 살아봐야겠다^^




* 새로운 서재, 책 읽은지 고작 2년째라 책장이 좀 빈약하다. 그래도 거의 다 내 손을 거친 책들이라 그 애틋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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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네이버 책 담당자 분께서 제가 두 번째로 도전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서평이 네이버 '오늘의 책'에 소개되게 되었다고 메일을 보내오셨더군요. '익숙한 것과의 결별' 서평이 아직 소개되지도 않은 시점이라 몹시 들뜨기도 해서 아내에게 메신저로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반응이 차갑습니다.

"이사준비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사람한테 꼭 그렇게 자기 자랑을 해야겠어?"

책만 읽는다고 투덜대다가도 이런 일이 생기면 내심 못 이기는 척 추켜세워주던 사람이라 이런 뜻밖의 반응에 멍한 상태로 있는데, 아내는 이미 메신저를 끄고 모니터 화면 뒤쪽으로 도망간 뒤였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의아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최근 며칠 간격으로 연달아 세 번씩이나 밤을 샜습니다. 바로 제가 '대망'과 '향수', '내 이름은 빨강'을 사온 날입니다. 다른 때는 도무지 책 읽을 시간을 낼 수 없는 아내로써는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새벽 3,4시까지라도 한숨에 읽어버립니다. 저와는 달리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온 아내는 그 읽는 속도도 대단하거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배움과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가 아이 둘을 낳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증거도 되지 싶었습니다.

원래 의대를 지망했던 아내는 집안 형편 때문에 재수를 하지 못하고 '화학공학과'를 전공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대학원 과정까지 마치게 되고 유학의 길까지 열렸지만 또 다시 형편 때문에 그 꿈을 접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몇 년간 일하게 됩니다. 그러다 저를 만나 결혼하고서는 벌써 5년 가까이 아이들 뒷바라지 외에는 꿈도 못 꾸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집안 살림만으로 만족하기에는 마음 속 꿈의 빈 그릇이 너무 큰 사람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남편이란 사람은 책 읽은 지 고작 2년 만에 다음, 네이버, 예스24, 알라딘 등의 우수서평에 하루가 멀다 하고 뽑히고 있으니 그 상대적인 박탈감이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5년 가까이 같이 살아오긴 했지만 전 참 눈치 없는 사람입니다. 반성, 또 반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모든 일을 자신의 시각과 기준, 감정으로 풀어내려 하므로 인간관계가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중 몇몇 사람은 그 본성을 거슬러 철저히 타인을 배려하거나 혹은 절대적인 존재에 자신의 주인 자리를 내어 놓습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 같은 것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향한 의지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철저한 자기부인, 자기희생의 또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며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인재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큰 손실인지 모릅니다^^ 당장은 젖먹이 희원이 때문에 힘들겠지만 아이들은 금방 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조그마한 여유만 허락된다면 아마 제 코가 납작해질 만큼 큰 일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은 아내나 저나 화를 멈추고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어쩌면 이 모두가 더 큰 성장을 위한 작은 희생이요 대가일 수 있으니까요. 조바심 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 때를 기다려는 그런 시간으로 소중히 채워가야 하겠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씩씩대고 있지만 말입니다^^




* 처제가 가락시장에서 킹 크랩과 굴을 사왔군요. 제 철이라 그 맛이 끝내줬습니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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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황홀

완벽한 하루 2005. 3. 19. 06:15

'일상의 끈을 놓치지 말 것, 그것이 현실이니까.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것, 그것이 실천으로서의 변화니까.
하루를 잘 보낼 것, 그것이 삶이니까.
하루속에서 늘 나의 삶을 건져낼 것. 그리하여 '나'를 완성할 것 - 아,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은총이니 단지 간절함으로 기원할 것.

일상의 황홀 - 구본형'

모든 변화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순간부터 시작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그 효율성은 둘째 치더라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기쁨이 삶의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루가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잘 살아보려는 노력, 내일은 더욱 더 나아지겠다는 결심, 그리고 오늘의 한 순간을 기쁨으로 보낼 수 있는 여유... 이러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우리를 좀 더 나은 삶으로 초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요즘 저는 전도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을 전하는 데에도 굉장히 정교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전도란 기술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하나님의 생각을 전달한다는 것에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그 근본원리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이란 전적으로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내가 그것을 대신 전달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전할 수 있을 뿐'인데 내 생각과 궤변의 가지를 쳐내고 '순전한' 복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 것입니다. 삶도 이와 같아서 자신의 욕심을 들어내고 남을 위한 삶에 촛점을 맞추면 인생 자에가 가진 본래의 의무에 온전히 충실한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성공한 어느 누구도 자신을 위한 삶에 매몰되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되새깁니다.
'공헌하는 삶' 그것이 언제나 항상 가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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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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