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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척 마틴

책읽기 2006. 9. 19. 13:43


관심
척 마틴/ 김명신
대교 베텔스만

얼마전 함께 기획자로 일하는 기웅씨가 무슨 말 끝엔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대리님, 오늘은 하루 종일 대리님이랑 말 한번 못해봤어요..."
그러고 보니 같은 기획자이긴 하지만 파트가 달라 고려적 점심 같이 먹은 이후로는 인사도 제대로 나눈 적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더욱 뜨끔했던건 바로 옆자리에 앉은 은영씨가 같은 내용의 볼멘 소리를 했을 때였다.
내가 유령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_-;;;

변명같은 얘기지만 나는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형이다.
함께 웃고 떠드는 걸 피하지는 않지만 웬지 그러면 에너지가 소비되는 듯 해서다.
특히나 디자이너로 4년간 일하면서 혼자 몰두하는 일의 방식에 익숙해서인지, 이것이 주위동료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적이 없다.
더구나 이건 직장생활만의 어려움에 국한되는게 아니었다는게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친구, 이웃, 교회,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인간관계들...
코박고 일만 하는 게 유능한게 아님을 안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어떤 동료들은 굳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 책의 제안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일하는 틈틈히 파티션을 넘나들며 고요와 적막으로 막힌 동료들간의 혈류를 뚫어주는 사람들...
걔중에는 이런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사람의 상황을 걱정하고 기도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전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싱거운 문자 하나가 왔다.
부산에 비가 많이 온다고 별일 없냐는 안부 문자였다.
지난번 월드컵 토고전때는 '축구는 역시 역전골'이라며 문자를 보냈었다.
이 친구는 나 뿐만 아니라 지역적, 개성적인 차이로 떨어진 친구들을 잇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본의 아니게 해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친구 생각이 자주 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유능함과 효율로만 회사가 굴러간다고 믿는다면 이 사람은 아직 사회생활 초보다.
그러나 머리로만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또한 대부분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러한 '관심'에 대해 목말라 있다는 말이 아닐까?
이 책 뿐 아니라 하우석씨의 '뜨거운 관심'이나 '좋은 아침'같은 책들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많이 팔리고 있다.

이 책은 우선 모든 일에서 잠깐씩 멈추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거기서 배운 지혜들을 또 남들에게 나눠주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우화집의 구성대로 주인공을 돕는 사람의 제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이 책은 그리고 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얼마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동료들로부터 수십통의 위로, 격려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사소한 관심 하나가 그 어떤 회사의 복리후생보다 강한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또 나름의 내 스타일대로 이런 관심을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몇몇 동료들의 '비밀'스런 기도제목들을 가지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으로 그들을 돕는 데라면 시간과 돈이 그리 아깝지 않다.
그것 자체가 주는 유익이 비단 전해지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그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나 역시 행복하다.
이것이 '관심'이 가진 비밀이 아닐까?

우리가 이토록 뻔한 이야기에 매번 감동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기 때문이다.
지식은 앎으로만 끝난다면 지혜는 실천과 나눔이 함께 뒤따른다.
그때 그것을 진짜로 알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작은 '지혜'에 관한 이야기이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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