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로 흔하지 않은 외근을 한 후에
회사로 돌아가기 애매한 시간이 되어 간만에 강남의 교보문고를 들렀다.
반갑다.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알 수 없이 평안해지고 부자가 되는 것 같다.
책이 지천으로 깔린 것에 흥분하는 것을 보니
마침 얼마전 본 '아이스 에이지2'가 떠오른다.
거기에 나온 다람쥐 비슷하게 생긴 동물의 도토리에 대한 집착이 떠올라 헛웃음이 난다.
그냥 책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무엇을 배우는게 즐거워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허영인가?

사실 책 그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것이 주는 지적인 자극을 좇아다닌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것이 제일 싫다.
내가 혹 정체될 지라도 세상은 쉴새 없이 움직인다.
그것도 열정과 모험과 기쁨으로 가득 차서 움직이는 이들이 정말 많다.
그 에너지를 책으로나마
조금이나마 채워가고 싶은 것이다.

이제 충전을 시작한다...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책만드는 집

벼르고 별렀던 '월든'을 샀다.
이곳 저곳에서 인용되거나 추천되어진 책이라 내심 기대를 크게 했었는데
한적한 시골에서의 유유자적하는 삶을 기대한 사람으로써는 주제가 썩 가볍지는 않다.
개인의 사색 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을 했다는 어려운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집중해서 읽는 쪽보다 이곳 저곳을 넘다들며 게릴라전을 펼쳤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니 아마 미국 건국 초기 무렵의 글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놀라운 것은 그때 그 사람들의 고민이나 지금의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좀 호흡을 길게 가지고 읽어볼 책인 듯...




90%가 하류로 전락한다
후지이 겐키/ 이혁재
재인

확실히 일본책은 제목부터가 자극적이다.
그리고 짧고 축약적인 내용이 많다.
이것은 단지 국내에 번역된 책들이 가진 공통점이거나 내 편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나라 책들도 선별되어서 수입되는 것 마찬가지일텐데...
그러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쭉 훑어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경고하는 일본의 미래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세상은 점점 양극화되어간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소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일본국민이 하류로 전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선언을 한다.
그 근거는 대략 성장동력이 제한되어 있고, 국제화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으며, 특히 공무원이나 여런선도계층들이 위험을 덮어놓고 장밋빛 미래만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 과연
이건 일본만의 얘기일까?




3인행
김정길/ 돋을새김

이해할 수 없는 베스트셀러들의 물결속에서
일찌감치 '많이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이 아님을 몇번이나 절감한 바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왜 어떤 특정한 책을 많이 읽는가 하는 것은 언제나 궁금하기 마련이다.
책 표지도 매력적이고 추천사도 그럴듯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다가 이 책에 빠져버렸다.
정치인이라...
그러고 보니 부산에서 살 때 이 사람 이름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3당 합당때 YS를 떠나 DJ의 뒤를 따르던 사람...
그런데 이 사람, 정치적인 편견을 벗고 나니 필력이 대단하다.
이 시대에 존경받을만한 인물들을 '만난 것'도 아니고 겨우 책을 통해 '읽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인데도 흡인력이 있다.
더구나 사도 바울을 그 인물들의 목록에 넣을만큼 신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하다.
세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한사람이 스승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가끔씩은 모든 편견을 던져놓고 익숙하지 않은 책에 눈길을 주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실천해야 할 것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너무나 많으므로...
Posted by 박요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