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소담출판사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가
부시와 고이즈미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밥맛이 저만큼 날아가며 일순 욕짓거리가 차마 입밖으로 내뱉어지지 못하고 우물거려지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감정이란 이렇듯 도발적이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이렇듯 조건반사적인 경험을 자주 만들어낸다.
'무조건 싫은'것이다.
그래서 자리를 두고 자근자근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몇십년을 두고 화해하고 이해하지 않고서는 풀어내기 힘든 것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의 노력은 다소 무모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다.

억지스럽다.
윤동주를 연구한다는 주인공의 설정도 그렇고,
역사적인 현실때문에 사랑을 접었다는 주인공 아버지와 일본 여자의 얘기도 그렇고,
성공한 작가가 되어 돌아와 사랑을 되찾는 일본 남자의 얘기에도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는다.

사랑이야기라면
사랑이야기로 끝났어야 했다.
그 얄팍한 사랑얘기에 몇십년,
아니 몇백년 묵은 감정의 찌꺼기를 어설프게 올려놓고 나니
아주 아주 개운치 않은
그런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되는 것이다.

그들과 화해해야 한다.
우리의 후손들을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주고 받는 소설 한권으로 될 일은 애초부터 아니었다.

이책을 읽은 후인데도
고이즈미가 신문속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싸대기를 한대 올려주고 싶다.
언제까지 이래서는 안되지 하는 이성이
한권 책으로 읽은 감동을 가볍게 짓밟는 형국이다.

그러니 더더욱 어설퍼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는 안되는 것이다.
누군가 십자가에 박히는 희생이 없이는
그런 희생속에서 모든 잘못을 내어놓는 진정한 화해와 용서없이는
그렇게 쉽게는
안되는 것이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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