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고잉

책읽기 2006. 9. 4. 20:39


이지고잉
야마가와 겐이치/천채정
해피니언

나와 결혼한 사람은 원래 재즈를 좋아했는데 결혼 전 배우자에 관한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음악적 취향'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재즈란 음악을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무지 기승전결이 없는 이 음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처음도 시작도 비슷하다. 가운데도 비슷하다.
가요든 팝이든 클라식이든 나름의 클락이막스를 갖고 있게 마련인데
나는 재즈를 들으면서 그런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곤 했다.

이 책은 마치 재즈같은 책이다.
성공을 향해 기승전결을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에 혼란스런 질문을 던지고 간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지? 쉬엄 쉬엄 하면 안돼?"

자기계발서니 경영서니 재테크게 관련된 책들의 홍수속에서
마치 돌연변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을 굳이 시간을 내어서 읽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아마도 전혀 다른 템포로 살아가는 사람을 향한 본능적인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 사람이 인생을 대충 대충 살아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과 회사에 관한 이 사람의 의견은 정신이 번쩍 들만큼 냉정하다.
그가 주문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라' 는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 살지 말라는 말이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채 그것에 쫓겨다니지 말라는 얘기다.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우리는 성공에 관한 수많은 책들과 사람들에 자극을 받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정기적으로 '죽음'에 관해서 생각한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이 전해주었던 메시지처럼
이 세상이 좇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은 오로지 공허한 결과만을 낳을거라는 지혜어린 충고에 맞딱드리곤 한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 빨라서 그런 충고에 귀기울일 시간이 없다.
좀 더 달려보고 대답하겠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언제나 우리에게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잠시 일을 내려놓자.
우리가 쉬어간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는 걸 우리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힘에 부치지 않는 삶의 템포를 찾아보자.
나만의 삶의 스타일을 만들어보자고 이 책은 제안한다.

이 책은 그대에게 게으름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를 주문한다.

당신의 인생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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