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한길사

로마인 이야기, 그 두번째 이야기는 사실 로마역사서라기보다는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전기라고 해도 크게 무리 없을 정도로 인물위주로 전개된다. 그래서인지 지리하게 읽었던 1권과는 달리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시간 가는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전쟁 3부작에 내가 빠졌던 이유 그대로 말이다.

하지만 이 두 전쟁영웅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라고는 해도 이 책의 주제는 사실 좀 다르다. 2권의 주된 메시지는 '어찌해서 로마가 강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가 평범한 나라였다면 한니발이라는 걸출한 영웅에 의해서 개전초기에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로마는 기존의 고대국가들과는 많이 다른 나라였다. 왕없이 매년 바뀌는 두명의 집정관에 의해 나라가 통치되고, 한 나라를 정복했다 해도 결코 그 나라를 직접 통치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자치권을 유지해주고 인정해준다. 이 차이가 고대국가들 사이에서 로마가 성장하고 번영하게 된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로마는 사람으로 치면 사교성이 뛰어난 정치인 같다. 그들은 친구를 만들줄 알았고 적까지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한명의 영웅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험에 처해있을 때면 항상 그 빈자리를 메꿀 수 있는 인물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스키피오는 그런 인물들 중 한명이었을 뿐이다.

로마에 관한 다양한 역사서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관을 비교해서 이해하기는 힘들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대충 위에서 설명한 그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전쟁에 관한 묘사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이라 할만한 그녀의 필력을 인정한다면 '한니발 전쟁'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재였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도 싶다. 마치 실제 전쟁장면을 손바닥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그녀의 묘사를 보고 있노라면 역사서속서 몇줄로 끝난 그 시대의 인물들이 말을 타고 눈앞을 달리는 듯이 느껴진다. 단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기술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가 가는 것이다.

아무튼 추석기간 내내 시오노 나나미, 그리고 로마, 한니발, 스키피오와 함께 했더니 오늘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뉴스가 범상치 않게 들린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한번의 해프닝이로 끝날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란 필연과 우연의 절묘한 줄다리기다.
그래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도 매우 모호하다.
평범하고 무능한 한 사람의 국민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이 땅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것 뿐이리라...
Posted by 박요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