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청정기

완벽한 하루 2006. 10. 19. 06:40

지난주 주일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좋은 목사란 교회가 만들어내는 독을 마셔서 없애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목사님 역시 선배 목사님에게 들으신 말인 것 같은데 목회 초기에는 잘 모르던 이 말의 뜻을 이제서야 조금은 아실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즉 교회는 죄인들로 넘치는 곳이라 그로 인한 교만이나 시기, 질투, 원망같은 것들이 자연스레 생겨나기 마련이라고, 목회자란 이런 '독'들을 마셔 없애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공기 청정기'같은 삶의 원리가 교회에서만 통하란 법은 없습니다. 어제는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프로그래머가 씩씩대며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3주째 처리되지 않는 일 때문에 열이 받은 것입니다. 사실 제 잘못은 아니라 순간 억울한 생각도 들었지만, 경험상 같이 짜증을 내봐야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작은 산 하나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원망이나 짜증은 시골길에서 발에 채이는 돌부리들처럼 흔하게 만나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들은 박힌 돌멩이를 원망하기 보다는 빼내어 버리거나 자신의 부주의를 잠시 탓할뿐 그 일로 자신이나 남을 더 이상 다치게 하지 않습니다.

이건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가 나면 뒷목부터 뻣뻣해지고 아예 말을 않는 제 성격으로 아내가 힘들어한다면, 저는 화가 나면 직설적인 표현으로 당장 풀어버려야 하는 아내를 이해하는게 무척 힘들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성장배경이나 지금의 상황, 기질같은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이러한 '독'들을 심각하게 되새김질하지 않고 흘려버릴 수 있는 여유를 조금은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내는 인정하지 않을것입니다만^^)

손해보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저는 세상을 등지고 도를 닦는 삶보다는 이 진흙탕에서 옷이 조금 더러워질 지언정 부대끼며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합니다. 그것이 진짜 살아있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독을 마시는 사람들은 어떻하냐구요? 스스로 해독하는 방법을 배워야지요. 목사님들은 매일의 기도와 성경을 묵상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할 것이고 저같은 범인^^들은 이렇게 새벽마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해독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크리스천이므로 기도와 말씀을 보긴 합니다^^) 좋은 책들을 읽는 것도 이러한 해독작용에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구요.

모쪼록 독을 뿜어내는 사람보다 그 독을 마셔 없애는 '공기 청정기'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그렇다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 우리집 공기청정기, 둘째' 딸!' 희원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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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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