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씨 안녕!

완벽한 하루 2006. 11. 4. 07:53

2년 가까이 함께 일했던 은영씨가 어제 퇴사했다. 같은 기획자로 늘 옆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았고 이름까지 와이프랑 같아서 다른 이보다 친근함이 더했던게 사실이다. 게다가 기질까지 비슷해서 어떤 일로 좋아하고 힘들어하는지를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한번은 은영씨가 나를 보고 작은 오빠처럼 여긴다는 말을 했었는데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은영씨를 이제 더는 회사에서 볼 수가 없다.

솔직히 자리가 비어야 실감이 날 듯 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금방 티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다음주 월요일이 되어야 종종 서운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송별회를 한 어제도 이게 송별회인지 그냥 가끔 있는 팀회식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그래도 식사할때나 볼링을 칠 때의 뒷모습을 보니 쓸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몹시 서툴다. 사람들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불편해진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사람을 대한다. 그것이 내게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 사람들중에는 정말로 '친밀함의 대가'들이 많다. 어제만 해도 곳곳에서 서로 끌어안고 아쉬워하는 통에 괜히 내가 머쓱해진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경상도 출신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가장 큰 지혜가 사람을 향한 친밀함의 지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책에서 모리교수는 제자에게 아래와 같은 지혜를 조심스레 전해준다.

"미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리느냐고 물었지. 하지만 내가 이 병을 앓으며 배운 가장 큰 것을 말해줄까?"
"뭐죠?"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누가 뭐래도 나는 아직 사랑에 서툴다. 그래서인지 유독 나를 찍은 사진을 보면 항상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전보다 몇배는 더 많이 웃고 사는 요즘이지만 내게는 아직 웃음은 훈련이 덜된 영역이다. 진정한 행복을 담은 미소를 '뒤센 미소'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미소를 향한 훈련은 일상의 삶에서 진정한 기쁨을 끌어내고 또 그 기쁨을 주위사람들과 아낌없이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과정에서 나온다. 과연 얼마쯤이면 나의 웃음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까?

은영씨는 교제하는 사람이 있다. 곧 결혼할지도 모른다. 난 이 두사람을 진정으로 아끼고 걱정하고 기도하고 있다. 그 마음밭이 고우니 그들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이들까지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고 겨우 2년을 알아온 사람이지만 여동생처럼 생각이 나고 걱정이 될 것이다.

정말로 가슴 두근거리는 삶을 살 수 있는 직장과 일상과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은영씨~ 그동안 수고했어^^



* 은영씨는 모든 직원들에게 이런 선물을 남기고 갔다. '시민의 숲 지압길'을 딱 한번 같이 걸어본 기억이 있다. 몹씨 고통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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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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