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 부족해!

이은영 2006. 11. 8. 13:30
나만 혼자 몰랐던 내 우울증
노무라 소이치로 지음, 변은숙 옮김, 김병수 감수/팝콘북스(다산북스)

주위 사람들-가족, 친구-이 주의할 것이 있다. 첫째, 질책하거나 격려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래서는 안된다.","이런 때일수록 더 열심히 해."...같은 말을 해선 안된다. 왜냐하면...우울증에 걸리면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도 할 수가 없고, 그래서 추궁당하고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 또한 격려의 말 역시 스스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우울증 환자를 자극시키는 일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휴식이 필요하다며 "기분 전환도 할 겸 온천에 가서 푹 쉬다오자.",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자."며 권유하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여행이나 노래방같은 놀이는 건강한 사람한테는 기분 전환이 될 수 있으나 우울증 환자에게는 가장 힘든 일이다. (우울증에 걸리기 전 환자가 그런 것들을 아주 좋아했다 하더라도) 왜냐하면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병이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이 권유하는 '기분전환'은 기름이 거의 다 떨어져가는 자동차로 장거리 질주를 하도록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울증 급성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낫는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병인 우울증'에 있어서는 치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만 혼자 몰랐던 내 우울증' 중, 노무라 소이치로 지음. 팝콘북스>


'우울하다'고 하면 대개의 경우,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반응이 있습니다. "복에 겨워서....쯧쯧..." 내지는 "기운내!!" , 혹은 "살기 편하니까, 별...정신력이 약해서 그래!!" 등으로 압축됩니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저도 그랬습니다.

'겪어본다는 것'은 사람을 편향되게 몰고 갈 소지도 다분이 있지만, '겪어보기'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세계로 인도해줍니다.

몸도, 마음도, 영혼도, 에너지가 몽땅 고갈되버려 꼼짝도 할 수 없는 그 상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겪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 끈적거리는 터널을 함참 통과중인 요즘...우울증으로 힘들어했던 사람들에 대해-비록 면전에 대고 한 말은 아닐지라고-함부로 혀를 놀려 평가했던 그 무지의 시간이 많이 후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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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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