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제'때문에 시골에 내려갔다고 올라오는 길에 광주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렀습니다. 장거리 이동을 할 때면 꼭 책을 가져가야 안심이 되는 '부커홀릭'이라서 책 파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예전처럼 쉽게 잘 안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찾다찾다 터미널 끝까지 갔는데 영풍문고가 보이는 겁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리고 그곳에서 즐거운 방황을 하던 중에 베스트셀러 5위에 올라 있는 '내려놓음'을 발견했습니다. 참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사실 '긍정의 힘'도 목사님이 쓴 종교서적이라 할 수 있지만 베스트셀러에 그토록 오래 올라 있어도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 내용 자체가 일반인도 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어서 크게 종교색 있는 책처럼 여겨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내려놓음'은 전혀 다른, 어쩌면 정반대쪽에 서 있는 책입니다. '긍정의 힘'이 줄기차게 '성공'한 인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면 '내려놓음'은 그 '성공'을 내려놓는 이야기를 줄기차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람들은 목이 마릅니다. 넘쳐나는 자기계발과 재테크 책들을 보십시오. '인생수업'은 그 내용보다는 '이미지'만으로도 사람을 유혹합니다. 우리에겐 쉼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진리이든 아니든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마치 목마른 사람들이 바닷물을 마시지만 더 큰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빈자리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려놓음'은 게임의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모두가 채우는 이야기를 할 때 '버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열광한 책은 아니었지만 정 반대의 길에서 '진리'를 발견한 사람들이 입소문을 낳고 또 낳아 2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결국 '내려놓음'의 길로 인도했군요.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 가진 것을 '내어놓는' 그런 단순한 메시지를 담은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법정의 '무소유'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책이 됩니다. 저자도 이러한 곡해 아닌 곡해를 가장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어쩌면 '성공'을 쫓는 사람들이 그 반대의 길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오해를 가장 경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팔복'의 최춘선 할아버지가 남긴 '사명은 각자각자요'라는 말을 자주 떠올립니다. 하나님은 획일화된 방식으로 절대 우리를 부르시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내려놓음'이 진리가 된다면 다윗과 솔로몬의 부유한 삶은 결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부유한가 아닌가, 내려놓을 것인가 올려놓을 것인가로 우리를 부르시진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목소리를 가장 올바르게 따라간 자를 기뻐하셨습니다.

진리를 아는 우리는 목마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내려놓을 것은 '우리의 욕심'이고 올려드릴 것은 '하나님의 뜻하심'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하심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려놓는' 사람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군요.

예기치 않게 얘기가 길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하나님의 뜻에 목마른 사람이 있고, 책이 있고, 그 책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한편으로 흐뭇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삶으로 녹여내는 그런 분들, 그런 분들을 이 곳에서 더 많이 만났으면 정말 좋겠군요^^

(혹 읽으셨다면)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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