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형 CEO, 마법사형 CEO
리 G. 볼먼,테렌스 E. 딜 지음, 신승미 옮김, 강경태 감수/명진출판사

무언가를 '분석'한다는 것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방법을 쓰고도 그것이 '성공'하면 성공한 이유가 되고, '실패'하면 실패한 이유가 되니 '성공적인 리더의 유형 이것이다'라는 정의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 되고 만다.

좀 당돌한 표현을 하자면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스스로도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신의 설명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스타 CEO와 역사 속의 인물들을 끌어오지만 오히려 그것이 저자는 물론이고 읽는 독자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혼란스러움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책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짐 콜린스의 명저 'Good to Great'에서는 '성공하기 위한 특정한 리더십 유형'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사형, 혹을 마법사형은 CEO를 한마디로 '스타 CEO'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스타성이 되려 독이 되는 예를 그렇지 않은 유형과 비교해서 설득력 있게 전달해준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나 CEO는 자신의 유형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킬 때부터 비극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가진 캐릭터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쪽이 차리리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인간이 있나...'라는 욕을 수도 없이 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그의 그런 '부도덕한 카리스마'가 회사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홍보에 있어서 결정적인 기여를 할 때가 많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되려 착하게 자신의 일을 하다가 성과를 갈취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리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 그게 불공평하다고? 그게 사업 내지는 경영이라는 것이 아니던가.

오해는 마시길. 나는 특정한 리더십이 가진 장점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비판한 것일 뿐 결국은 '정직하고 투명하며 공명정대한 리더십'이 성과를 낸다고 믿는다. 그 성과를 비단 경영성과라는 '대차대조표'를 가지고 설명하면 앞뒤가 안 맞을지 모른다. 정직하게 경영하고도 망하는 기업들도 얼마든지 많으니까. 그러나 세상일의 성공과 가치를 어떻게 숫자로만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가지지 못한 단점에 쉬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그러다가 혼란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귀가 굳어버렸는지 책이 말하는 것들을 걸러서 읽을 줄도 알게 되었다.

사실 꼭 리더가 될 필요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류?에 조그만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것으로도 삶의 의미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리더가 되어야만 한다면 자신이 아닌 그 무엇을 모델로 삼아 나를 잃어버리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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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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