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보통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150~500시간이며, 이는 회사에서 1~3개월 동안 일한 것과 같은 시간이라고 한다. 시간의 절대적인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결혼은 식장에 들어가 봐야 안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 자체를 준비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고작 5시간이 채 안 된다. 이를테면 결혼과 관련된 책을 읽는다거나, 조금 더 신경을 쓰면 관련된 세미나를 듣는 정도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혼율 30%, 이혼율 세계 3위의 대기록이다.

얼마 전 회사 대표님이 미국 출장 다녀오면서 가져오신 잡지와 책,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놀라울 정도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결혼준비 체크 리스들에 놀랐다. 어떤 책은 거의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 수준이었으니까. 고작 체크리스트에 국한된 국내의 자료들에 비하면 확실히 결혼식 준비에서도 그들 특유의 논리정연함과 합리주의적이고 실용적인 면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결혼' 자체의 준비에 대한 고민은 그리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실망도 되고 위안도 되었다.

그렇다면 '결혼' 자체를 준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왜 결혼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는 것이고, '어떻게 하면 더욱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전경험을 얻는 것이다. 그러려면 '결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또한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따라야 한다. 결혼은 그저 독립할 때가 된 성인들의 '짝짓기'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 진지하고도 어려운 주제들을 실제적이고 재밌게 풀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단순한 체크리스트, 매뉴얼을 뛰어넘어 결혼에 대한 상담가, 멘토, 가이드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이 지금 나의 가장 큰, 그리고 행복한 고민이다.

어찌 되었든 '괜챦은' 잡지, 혹은 magabook이 나올 거라는 분명한 확신은 있다.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Do you know your wife?  (0) 2008.07.08
closed  (0) 2008.07.08
화성남자는 없다  (0) 2008.07.03
밖에서 열 수 없는 문  (1) 2008.06.20
잘 살어...  (0) 2008.06.19
Posted by 박요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