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무더위 찜통 속에서 잡지 한 권을 만들어 내기 위해 거의 '발악' 수준의 산고를 거쳤다.
지금 그 원고들은 어여쁜 옷을 입는 작업 중이다.
맘 같아서야 죄다 새로 쓰고 싶은 욕심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글거리며 타오르지만 참고 또 참는다. 때로는 순리에 맡기고 포기해야할 때도 있다. 이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해야 되지 않겠는가.

누가 들어도 재미 없을 것 같은 '결혼' 다음의 주제는 바로 친구다.
처음 친구 주제를 잡았을 때는 뭔가 굉장이 재밌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하기야 닳고 닳은 결혼이야기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에야 무슨 주제인들 재미없게 들렸겠는가.
하지만 정작 주제로 잡고 본격적인 꼭지를 구상하자니 이 또한 만만챦은 주제임이 서서히 꼬리를 지나 몸통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도 역시 '관계', 사람의 관계에 관한 주제가 아니던가 말이다.

구글에서 대충 반나절을 검색하고 역시 '살아 있는' 지식이 생명이다 싶어 간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 친구는 이른바 '우리들' 친구세계의 허브이자 살아 있는 도시 로마와 같은 존재다.
모든 정보가 이 친구로부터 시작되어서 이 친구를 거쳐 퍼져 나간다.
그리고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러한 관계의 이음줄 역할을 하기 위해서 나름의 희생을 해왔다는 사실을...
그런데 하도 간만에 전화를 하니 얘기할 주제가 없다.
그 집의 유일한 아들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아 식은 땀 흐르는 순간을 넘기기도 했다.
하기야 얼마전 둘째가 이미 태어난 줄도 모르고 '둘째 계획'을 물었던 경험에 비할바 아니긴 하지만.
정말 나는 친구를 친구로 삼고 있는 것인지...

이해관계와 득실을 넘어선 관계를 갈구하는 우리들 어린 영혼들은 손해는 보지 않고 이익만 보려고 친구를 구하는 때가 너무 많다.
그러면서 그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아주 작은 노력조차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모든 우주의 법칙이 그렇듯 친구 관계도 딱 자신이 투자한만큼만 남는다.
자신이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만 친구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정말이지 '친구 귀한 줄'을 알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친구를 사귀는 것 역시 정말 힘들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친구'에 대해서 쓰게 되었으니 당분간은 잃어버린 친구들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하루에 한 번씩은 연락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글을 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내 양심이 너무 초라해진다.
그저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것인지,
그들이 생각하는 친구란 어떤 친구를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어떤 친구였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거 불안하다.
내게 과연 '단 한 명'의 친구는 남아 있는 것인가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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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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