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9.18 우리는 왜 부유한 노예로 살고 있는가? 6198
  2. 2012.09.07 홀리스터 495
  3. 2012.09.05 나는 훼미리마트, 아니 CU에 간다 5186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그 스스로가 워커홀릭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그 일을 사랑한 모양이다. 그렇게 일했으니 인정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장관직을 내려놓고 가정으로 돌아간다. 이런 스토리가 아주 드문 것은 아니나 책의 서두에 밝히는 그 이유를 읽어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가 여느 날처럼 출근을 서두르던 어느 날 아침, 아들이 그를 붙잡고 자신의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음씨 착한, 그러나 바쁜 아빠는 솔직하게 아마도 내일 아침이 되어서야 널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를 달랜다. 하지만 아들은 반드시 오늘이어야 한다고 아빠를 조른다. 그 이유를 묻자 아들이 이렇게 답한다. '아빠가 오늘 나와 함께 있었다'라는 사실을 눈으로 보아야만, 그러니까 밤에 자신과 있었다는 얘기가 아닌 실제로 아빠가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라고 말한 것이다. 저자는 이 말에 충격을 받고 그 날로 사표를 쓴다.


어쩌면 사적일 수도 있는 저자의 경험담을 맨 앞에 쓰는 이유는 그가 이 책에 쓰고 있는 '신경제' 시대의 변화가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라 생각되어서다. 매끄러운 번역 탓인지, 아니면 저자 특유의 스토리 텔링이 진정성 있어서 그런 것인지 이 책은 내용의 무게게 비해 의외로 잘 읽힌다. 특히 미국의 과거사로부터 현재, 미래를 통찰해서 설명해주는 그의 안목은 마치 이륙 후 땅 아래를 내려다보던 아찔하고 놀랍던 첫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눈 앞의 현실을 붙잡기 위해, 발등에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일반적인 책들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다. 그것이 혹자에게는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또한 브랜드의 기원 혹은 태생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말한다. 자급자족의 경제에서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를 거쳐 양과 질의 끝없는 혁신을 요구하는 '신경제'시대에 왜 브랜드가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2000년 대 초에 쓰여진 책이지만 워낙 거시적으로 바라본 탓인지 십 수년이 지난 책인지 금방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였다. 브랜드의 기원에 대한 통찰이 중요한 이유는 조금 더 긴 안목으로 브랜드의 미래를 읽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겨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뭔가'를 기대한 이에게는 다소 맥 풀리는 '미국식 긍정'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맺는다. 따지고 보면 어떤 답을 제시하기 위해서 쓰여진 책이라기보다는 과거에 대한 반추를 통한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저자의 깊은 성찰 과정을 보여준 것이니 딱히 불만이라고 말할 것은 없다. 더구나 미국의 과거와 오늘은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대입하기엔 더 없이 좋은 모델이 아니던가. 급행 열차가 아닌 완행 열차를 타고 가는 여행의 느긋한 즐거움을 떠올린다면, 게다가 입에 착착 감기는 훌륭한 번역의 묘미를 떠올려 봤을 때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아니 확신이 든다.


무엇보다 이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서 읽어야겠다.

가능하면 같은 출판사, 혹은 번역가가 옮긴 책으로.


p.s. 이 남자의 키가 150이 채 안된다는 사실을 독서 중에 우연히 알았다. 그가 더 당당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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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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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스터

브랜드 2012. 9. 7. 11:04

홀리스터...

미국의 유명 의류 브랜드인 '아베크롬비 앤 피치'의 계열 브랜드입니다. 나름 우월한 신체 조건을 가진 서양인의 체형에 꼭 맞춘 브랜드로 예전부터 '인종차별'에 관련된 논란이 적지 않았죠. 동양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 바탕에 깔린 탓입니다. 그런 브랜드가 왠일로  여의도에 새로 개장한 서울국제금융센터의 IFC몰에 상륙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픈 행사의 하나로 경복궁에서 촬영을 했던 모델 하나가 '찢어진 눈'으로 사진을 찍은 탓이죠. 이 포즈는 전형적인 '동양인 비하' 메시지로 유명합니다. 미국에서는 동양인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스타벅스 직원이 컵에 이 찢어진 눈의 그림을 그려 넣어서 적지 않은 잡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아베크롬비 앤 피치, 홀리스터 모두 브랜드 정체성의 근간에 '우월한 신체에 대한 동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매장엔 언제나 '우월한' 신체를 가진 남자 모델들이 해상 구조원처럼 상의를 탈의하고 호각을 건 채 손님들을 맞죠. 그것이 이 브랜드를 '차별화'시킨 가장 큰 이유인 것만은 분명한 듯 합니다.


*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한 한인에게 백인 종업원이 '찢어진 눈' 을 그려넣어 주어 논란이 되었다.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202111544561001)


하지만 의문이네요. 무조건 '차별화'에만 성공해도 좋은 것인지. 그 메시지가 잘못된 신념이나 가치에 근거한 것이어도 홍보와 매출에만 도움이 되어도 상관없는 것인지. 독일 민족에 대한 우월감으로 전 세계를 유례없는 참혹한 전쟁과 희생으로 몰아넣은 히틀러의 사례를 꼭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이런 생각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자기만의 생각'을 제품에 담아 이에 동의하는 소비자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는 것은 모든 브랜드의 염원이자 소망이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품질과 기능만으로 승부하지 않아도 되고 타 브랜드와의 경쟁을 통한 생존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그 출발은 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꼭 여기에 장황하게 써야 할 필요는 없을테지요?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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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danbis.net/12557)


요즘 이런 풍경 자주 봅니다^^

바로 '훼미리마트'가 'CU'로 이름을 바꿨기 때문인데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훼미리마트'는 1973년 탄생한 대표적인 일본 편의점 브랜드입니다.
(참고로 같은 일본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은 원래 미국에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격화되는 편의점 시장에서 로열티도 부담스러웠을테고, 20년 넘게 쌓은 노하우에서 오는 자신감도 있었겠죠?
아무튼 딱히 입에 붙는 이름은 아니지만 자체 브랜드에 대한 욕심을 용기있게 실천했다는 점은 높이 사주고 싶습니다.

다만...
점주들의 불만이 큰 모양입니다.
동의를 얻어 시작한 브랜드 개편이라지만 '훼미리마트'의 브랜드명을 믿고 편의점을 시작한 점주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네요.
사람이든 기업이든 그만큼 '이름'이, 아니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반증도 되겠구요.

문득 김애란 작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라는 단편이 떠오릅니다.
여기서 여자 주인공은 편의점의 멋진 알바가 혹이라도 자신의 모든 라이프 스타일을 꿰고 있지 않을까 해서 불안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구매하는 곳이고 보니 조금만 유추해도 자신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콘X을 구매하는 장면에서 여주인공은 식은 땀을 흘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반전이 있습니다.
알바 남자가 주인공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없었음을 알려주는 작은 사건이 일어나거든요...

대략 통 유리 안의 진열대만 보아도 '편의점'인 줄 짐작 가능한 상황에서
고개 들어 브랜드명까지 확인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네요.
자체 브랜드의 삼각김밥과 아이스크림, 컵라면의 판매가 꽤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제게는 '편의점'일 뿐이지 '훼미리마트'는 아닌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CU라...
저는 왜 자꾸 포도씨유가 생각나죠?)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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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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