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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09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2. 2006.11.07 2006년 11월 7일, 오늘의 독서일기 1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10점
다치바나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처음 만난 건 1년여전쯤 'TV,책을 말하다'라는 프로의 공개녹화를 방청하고 선물로 받았을 때였다. 책과 과학에 관한 주제였는데 패널들이 한결같이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높이 평가해서 무척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글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해 중간쯤 읽었다가 말았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다치바나 다카시는 다독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독서 법은 책 매니아들을 통해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최근에 시간관리 전문가의 독서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 이 분의 실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야말로 책에 미친 사람의 이야기를 꼽으라면 단연 이 사람이 선두에 서지 않을까 싶다. 책을 둘 곳이 없어서 아예 서재전용의 건물을 올려버린 사람이니까. 이 건물은 일본에서도 '고양이 건물'로 꽤 유명한 듯 하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독서에 관한 여러 글들과 강연을 모은 책이다. 책에 미친 사람답게 독서에 관한 이분의 열정은 그야말로 '비교불가'. 중학생 때 쓴 독서에 관한 글을 읽어보면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겨 겨우 책 읽기의 초입에 들어선 나로써는 정말이지 존경, 또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책 읽기에 관련된 고정관념을 하나씩 깬다. 우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전 위주의 책 읽기에 반대하고 있다. 책에도 수명이 있어서 10, 50, 혹은 100년을 가는 책이 있게 마련이지만 흔히 '고전'이라고 말하는 책들이 실상은 전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는 그의 주장은 내게는 다소 충격이었다. 또한 철저히 실용적인 책 읽기를 강조하다 보니 '어떤 유익을 주는가'라는 단순 명쾌한 필터링으로 모든 책들을 걸러버린다. 필요하다면 이 책을 뜯어 저 책에 붙이는 식의 작업도 쉽게 한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러나 권수 단위가 아닌 미터, 혹은 사과상자 단위로 책을 읽어내는 그의 열정은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과 즐거움에서 나온다는 데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삶은 일과 다른 생활이 전혀 구분되어 있지 않다. 항상 일에 쫓기고 엄청난 작업량을 자랑하지만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도 않다. 철저히 즐기고 몰두하는 삶이야말로 그렇게 많은 자기계발서적들이 강조하던 바가 아니었던가.

또한 도쿄대 출신에 일본 최고의 월간지로 분류되는 '문예춘추'의 기자직도 쉽게 버릴 만큼 그의 책, 혹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퇴사의 변'이라는 그의 글을 읽어보면 남은 삶 동안 회사를 다녀서는 결코 읽을 수 없는 책의 권수를 일일이 계산하는 그의 다급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내가 보기에 이 사람은 확실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분처럼 책을 읽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내게 있어 책 읽기는 취미는 아니라 하더라도 직업 역시 아니다. 내 삶에 활력소가 되고 나른한 삶에 액센트를 줄 수 있다면, 그래서 하루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게 살게 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실제적인 지식만큼이나 책이 주는 동기부여의 힘을 내 나름의 방식대로 소화하며 읽어내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이야말로 전부 읽을 필요는 없다. 강연과 투고한 원고들을 모은 책이니만큼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 특히나 우리로써는 관심도 없고 알 길도 없는 일본작가들의 책 리스트를 일일이 관심 있게 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단지 개인적으로 단 한가지만 얻을 수 있기를 주문하고 싶다. 즉 좋아하는 일에 대해 평생을 걸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온몸으로 누리며 살아가는 그의 삶이 주는 충만한 에너지,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 책의 어느 곳을 펼쳐도 상관이 없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그것 한가지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내 경우, 하고 싶은 일이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보는 것뿐이다. "그 정도라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할 수있는 일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좀 더 참아 봐. 다른 편집부로 옮기면 책은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거야"라고 충고해주는 사람도 몇 있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서재의 서가 앞에 앉으면 언제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조함이 엄습해 왔다. 1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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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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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청어람미디어

외부미팅이 있어서 강남역에 들렀다가 결국 전부터 읽고 싶었던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샀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봤는데 생각보다 잘~ 읽힌다.
과연 독서의 대가는 독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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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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