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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를 맨 바퀴

책읽기 2006. 12. 23. 16:17

넥타이를 맨 바퀴
크레이그 하비 지음, 조행복 옮김, 이우일 그림/황금나침반


이 책의 미덕은 사실적이고 솔직하다는 점일 것이다. 미사여구를 뺀 채 직장인들이 처하게 되는 환경과 그에 따른 문제들을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그 점이 이 책이 가지게 된 양날의 검이다. '공감'은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단순한 '처세술'이상의 지혜를 전달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동료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으며, 내가 하는 일 모두가 성과를 내는 그러한 르네상스가 직장인들에게는 그다지 자주 오지 않는다. 10년을 일해도 그런 나날을 한번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능력의 있고 없음과 인격의 정도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들 이러한 욕망을 가진 채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본능은 숭고한 봉사심으로 평생을 살다간 테레사 수녀에게도 남의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본격적인 봉사를 시작하기 전 어떤 수녀학교의 교장으로 있었던 테레사 수녀의 갈등을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설사 어제 그런 날이 있었다고 해도 오늘 아침 그러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내 기분이 나빠져서일 수도 있고, 내가 모르는 모종의 결정이 밤새 있었을 수도 있다. 회사의 크고 적음, 직급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우리에게 '살아남기'는 일상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상황에서 좀 더 현명하게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바퀴벌레'에게 배우는 우화집이다. 사실 우화집 이라기에는 사족과 서술이 너무 많아 소설로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인류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것이라 말하는 '바퀴벌레'만큼 '생존'에 관한 적절한 비유가 또 어디 있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인데도 나는 지금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 조금 전 병원에 가서 체온을 재보니 39.7도라고 한다. 마치 얼굴에 불수건을 대고 일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단연코 말하지만 나는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건 아니다. 서비스 오픈 일정에 맞추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정하기 움직이는' 것이다. 같이 주말에 출근해도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일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점을 너무 간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 책을 읽고 정신이 든다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정치력 101'이라는 책을 권해주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과 권력암투에서 밀리는 '순진한' 직장인들을 돕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보고 습관'이라는 책도 우직이 열심히 일하는 것 이상으로 직장 상사와 동료들과 자신의 업무를 공유 내지 보고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나처럼 '묵묵히 일만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열불 나고 화딱지 나는 내용이기는 하나 이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사람은 좋든 싫든 '조직'에 속하거나 '조직'을 만들며 살아간다. 그러니 생존을 위한 아귀다툼을 새삼스레 바라볼 것도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되는 것은 진정한 성과를 위한 '협력'과 '헌신', '열정'의 과정에는 이러한 잔머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주는 적합한 버스에 타는 것,
개인적으로는 그것을 답이라 믿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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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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