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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2 우리가족, 방송 전파를 타게 되다 4
우리 가족이 매스컴을 타게 됐다.
아내가 6살짜리 큰아들 문제로 생방송 부모 사이트에 글을 올린 모양인데 작가로부터 촬영일까지 통보를 받았다 한다.
둘이서 머리 싸매서 고민했지만 '그래도 전문가한테 물어보는게 낫다'는 내 말을 듣고 상담을 받더니, 결국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아들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안타까움, 답답함 그 이상이다.
서원이가 겪는 어려움들이 내가 줄곧 겪어왔던 문제들이고 지금 현재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유전적'일 수 있다는 가정 때문에 마음이 조금은 심란하기도 하다.
그만큼 고치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 아들이 내가 겪어왔던 그러한 문제들을 고스란히 겪을 생각을 하면 심란하기조차 한 것이다.

지금 서원이를 괴롭히는 것이 G나 J라면 오늘날 내게 있어 그 G나 J는 무엇일까?
서원이가 유치원엘 가기 싫듯이 나의 출근길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문제가 무엇인가 보다는 그 문제를 대하고 다루는 나와 서원이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도깨비 방망이 같은 답은 없다.
한가지 감사한 일이 있다면
아내나 나나 문제를 글로 표현하고 그 덕분에 도움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촬영을 하고 방송을 타게 된다면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이다^^

6세 아들, 3세 딸을 둔 엄마입니다.
작년 6월부터 집 뒤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그럭저럭 재미 붙이고 잘 다니더니...그해 겨울서부터 같은 반에 저를 괴롭히는 녀석이 둘 있는데, 그 녀석들 때문에 유치원 가기를 힘들어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올해 개학하고서부터는 아침마다 전쟁입니다. 아침에 기분좋게 일어나서, 기분좋게 밥먹고, 그래서, 오늘은 유치원에 좀 수월하게 가겠다 싶을라치면...유치원 가려고 옷 입히면서부터 우울해하기 시작해서, 가방을 메면 눈물을 뚝뚝....

아이가 유치원 가방 메면서부터 눈물 뚝뚝 흘리는데...이걸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그럼, G랑, J가 유치원에 없다면 말야, 그러면 유치원에 가겠니?"
"아니야, 걔네들은 항상 유치원에 있어."
"그러니까, 만약에, 만약에 말야, G랑 J가 유치원에 없다면, 유치원 갈거야?"
"...응..."

급기야 유치원 담임 선생님께서 그 친구들과는 당분간 격리시켜주겠다, 친구들에게 "앞으로 000 힘들게 하지마라, 000 괴롭히는 친구는 혼내주겠다"고 말해주겠다고 까지 약속을 해주셨는데, 그래도 도리도리...유치원에 안 가겠답니다.

우리 아들은 상당히 개인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인데다, 본인이 싫어도 거절을 잘 못합니다. 친구들이 귀찮게 들러붙어도, "하지마, 싫어"라고 말을 못하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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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이가 저렇게 나오면, 저도 같이 따라서 안절부절입니다. 엄마가 뭔가 결정을 내려줘야 하는데, 저는요....너무 우유부단한데다 쓸데없이 생각하느라 에너지를 다 소비해버립니다. 뭔가 행동하기전에, 생각하느라 힘이 다 소진되서 정작 움직여야 할 때는 기진맥진해버립니다. 제가 절 봐도 어이가 없을 때가 많아요.

유치원 보내야하는데...어째....
저렇게 싫어하는데....
안 보내면...아침에 이불개기도 힘들어하는 체력에 애 둘을 어떻게 보려고...
그러면 다른 유치원을 알아봐? 다른 유치원도 마찬가질텐데, 거기라고 그런 친구들이 없을까...
어떻게 하는게 최선일까...

남편이나, 동생, 친한 이웃들, 유치원 선생님...이렇게 저렇게 좋은 얘기들을 해주면, 잘 듣고, 뭔가 한 쪽으로 결정을 내려야하는데...항상 최선을 찾다가...생각하다가...이 문제도 결국, 발등에 불 떨어지면 그제서야, 최악이나 모면하는 정도의 결정을 내릴거예요.

이걸 어째요.....저처럼 생각만하다가, 힘 다 써버리는 희한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 ebs '60분 부모' 홈페이지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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