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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17 사랑은 관심이다 6

어제는 퇴근하고 나서 집에 오자마자 오뎅국에 맛있는 저녁을 해결하고 곧장 아들과 집을 나섰습니다. 평소같으면 TV를 보거나 마지못해 차놀이와 블록놀이를 하다가 어렵게 어렵게 재우는 일이 반복되곤 했는데 사실 아이나 저나 무척 피곤한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은 겁니다. 이왕 놀아줄거면 제대로 놀아주자고^^

역시나 우리 서원이 아빠와의 야밤산책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산책은 걷는거니까 안아달래거나 업어달래지 말랬더니 저 아랫동네까지 걸어가는 동안 한번도 떼를 쓰지 않는겁니다. 오히려 폴짝 폴짝 뛰며 달려갑니다. 희색은 만연, 서원이와 저는 동네에 주차된 차 이름을 알아맞추며 지하보도를 건너 한솔마을 놀이터까지 상쾌한 저녁 산책을 했습니다. 서원이가 좋아하는 아반떼를 발결할 때마다 신이 납니다. 찬영이네 차인 스펙트라, 동호네 차인 스포티지, 그리고 이야기차라 불리는 옛 아반떼, 최근 가장 좋아하는 신형 아반떼까지... 내 아들이 차 이름을 일일이 꿰뜷을정도로 차를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더랬습니다.

여자 아이 하나가 엄마랑 막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놀이터에 왔습니다. 누군가 두고 간 모래놀이 삽과 바께스?가 눈에 띕니다. 그걸로 서원이는 KTX용 음식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추석때 탔던 KTX의 기억이 아직도 선하게 아이 머릿속에 남은 듯 합니다.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성도 만듭니다. 더 놀겠다는 아이를 데리고 근처 벤치에 앉아봅니다. 주위에는 운동하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가로등 불빛을 받은 나뭇잎에 군데 군데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가뭄이 심해서 낙엽이 예전같지 않다는게 실감납니다. 그러고보니 놀이터 모래들도 심하게 먼지가 날리더군요. 아무튼 저녁공기는 상쾌했고 아이와의 대화는 계속됩니다.

돌아오는 길에 더 놀겠다는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삶의 지혜란 희한합니다. 피하면 피할수록 불행으로 옥죄이지만 '싫어도 옳다고' 믿는 일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들이 솟아납니다. 책이 가르치는 것들도 대부분 이러한 실제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오래전 일화가 생각납니다. 중학교 과학선생님이 하루는 교탁을 힘껏 밀며 우리에게 생각나는게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교탁은 처음엔 꼼짝 않다가 계속 힘을 주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 힘차게 교실 한쪽으로 밀려갔습니다. 태경이라고 기억하는 아이가 답을 맞추었습니다. 처음엔 힘이 들지만 나중에는 곧 쉽게 밀리는 것 같다고. 선생님은 그게 '최대정지마찰력'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배움만은 생생히 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변화를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지식은 이와 같습니다. 이것을 저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를 정말 잘 사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순간 순간 삶이 내게 주는 축복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아들여 충만해지는 것, 내가 가진 한계를(아이와 놀아주는 아주 작은 것들이라도) 뛰어 넘어 그 너머에 있는 기쁨과 보람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진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의 산책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입니다^^



* 추석때 광안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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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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