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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비 속으로...

이은영 2006. 11. 14. 13:29

서원력 43개월하고도 열하루


샘터모임에 가야되는데, 입고 갈 옷이 마땅찮다.

즈이들 옷 입힐때는 '시간없다, 서둘러라'고 방방 뛰어다니던 엄마가, 옷걸이 앞에서 뒤적거리고만 있으니....

그 꼴을 보던 서원군이 살며시 엄마 뒤에 와서 한마디 던진다.

"엄마, 입을 옷이 업셔?"

...............................................................

엄마가 머리 감느라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희원이가 앙앙 울어대기 시작했다.

이미 엄마 머리는 샴푸칠을 시작해서, 도로 나오기도 구찮다.

'에라...할 수 없다. 언능 감고 나갈테니 그 때까지만 좀 울어라...'하고 있는데, 희원이 울던 소리가 그쳤다.

웬 일인가 쳐다봤더니.....

서원이가, 장난감 삼으라고 준 우유병에다가 젖꼭지를 끼워서 희원이 입에다가 물려주고 있었다. "자, 우유 먹어, 엄마 머리 감고 있으니까 참아."

......희원이는 모유를 먹어서, 서원이 앞에서는 우유병 물려주는 걸 한 번도 안 보여줬는데, 저걸 어디서 봤누????

..................................................................

날은 춥고, 마트는 멀고...허구헌날 김치와 야채 볶음밥으로 끼니를 떼운지 어언 몇주째...

서원이랑 TV를 보는데, 무슨 고기요리가 나온다.

"와~~맛있겠따~~~"

네살먹은 아들이랑 서른 세살먹은 엄마랑, 두 모자가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서 고기요리에 몰입하고 있는데....

"엄마, 저거 맛있겠어요,"

"그치, 진짜 맛있겠따."

"엄마, 나 저거 먹고 싶어요."

"엉, 엄마도 먹고 싶어."

"엄마, 저거 만들어줘."

"엄마도 만들어주고 싶은데, 집에 고기가 없어."

"집에 고기가 업셔?"

"엉, 날도 춥고, 엄마가 기운이 없어서 마트까지 고기사러 못 가."

먹고는 싶은데, 집에 고기가 없어서 못 먹게된, 서원군이 근사한 제의를 했다.

"엄마, 우리 테레비 속으로 들어가서 저거 먹자."

.......을매나 먹고 싶었으면...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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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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