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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22 일상의 황홀 #22 아내가 가출했어요! 2
  2. 2006.07.03 4

지난 주 토요일,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교회 선,후배들과 함께 늦은 회포를 풀고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훨씬 넘어 있습니다. 친구를 서울역까지 바래다 주고 늦은 저녁까지 먹고 오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습니다. 아내에게 몇 번 전화를 했는데 마지막 전화는 '피곤하다'며 바로 끊어버리더군요. 약간은 걱정은 됐지만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들을 두고 혼자 빠져 나오기는 곤란했습니다. 힘들어도 이해해주겠거니 생각했더랬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분위기 상당히 냉랭합니다. 대충 씻고 PC로 이리저리 써핑이나 하다 잘까 생각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가보니 아내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무슨 메모를 남기고 있습니다. 헉!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듭니다. 말로만 듣던 아내의 가출이 5년 만에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나다니!!!

아내는 일요일 아침에 처리할 일 두어가지를 남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어 화도 나고 말리기도 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아내 얼굴을 보니 느낀 바 있어서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무턱대고 집을 나서는 아내에 대한 화가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안쓰러움이었을 것입니다. 그 동안 몇 번 혼자 쉬고 오라 얘기했었지만 젖먹이 아이를 떼어 놓고 두세 시간 이상을 견디지 못하니 기껏해야 처제랑 찜찔방을 다녀온 게 다였거든요. 더구나 아이를 잠시라도 대신 맡아줄 가족이 근처엔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4살짜리 아들, 7개월짜리 딸, 그리고 아빠와의 주말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아내는 다음날 오후 4시 무렵 내 눈치를 살피며(이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_-;;;)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은 식구들은 짜장면 한 그릇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먹을 게 없어서라기 보다 먹을 시간이 없어서...) 오붓한?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아이 둘과 지내본 적이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식욕이 달아날 만큼 무지하게 힘들었습니다. 아내는 이 생활을 벌써 7개월째 아무런 불평(이 완전히 없지는 않았고^^)없이 해내고 있었습니다. 첫째를 키운 지난 4년까지 더하면 우울증이 생길 법도 합니다. 다행히 하룻밤을 푹 쉬고 온 아내의 혈색이 조금은 좋아진 듯 합니다.

함께 저녁을 먹는 주일날 저녁, 아내는 한 달에 두어 번씩은 휴가를 달라고 정중히 요청해옵니다. 저는 다음 번 나갈 때는 오뎅국이라도 좀 끓여놓고 나가라고 제안을 합니다. 아내는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놓고 나가겠다고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어디 갔다왔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다음 번 휴가비도 미리 챙겨주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육아란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애들이 심하게 칭얼댈 때면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어디 던져버릴 것 같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일 때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쉼을 찾은 과정이 그리 지혜롭지는 못했지만 그걸 따지기엔 저 역시 어지간히 무심했었습니다.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하루 동안의 평화였습니다. 그걸 미리 챙겨주지 못한 제 잘못이 훨씬 큽니다.

사랑은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때로는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수학공식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저는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을 실제로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이 회복이 되면 분명히 말해둘 것입니다. 힘들면 미리 말하라고. 화를 내며 집을 나서는 것은 두 아이의 엄마와 한 남자의 아내로써 무지하게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분명히 말해둘 것입니다.

다만 오늘은 원 없이 쉴 수 있는 또 한번의 하루를 만들기 위해 방법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뭐 이게 사는거쟎아요. 안 그런가요?^^




* 필리핀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마사지를 해 주던 현지인들이 아내의 몸매를 극찬했었는데... 저와 5년을 사는 동안 너무 많이 지친 듯 하네요...-_-;;;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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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 2006. 7. 3. 09:44
익숙한 것과의 결별

* 당신은 어쩌면 지금 하루하루의 반복되는 일과 때문에 정신 없이 바쁠지도 모른다. 항상 서류 더미 속에 묻혀 있을 수도 있다. 누구를 도와줄 마음의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만일 당신이 정말 그런 상태에 있다면 빨리 그곳에서 빠져나와라. 당신은 지금 매우 위험한 늪 속에 있다. 유능한 리엔지니어링 전문가가 가장 먼저 손대는 분야가 바로 그곳이다. 160p.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

* 전화, 이메일, 사무실에 두드리는 구호 요청에 응대하느라 온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다. 창조적인 영감이 필요하고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야 하며, 여러 가지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집중력 있는 관심을 쏟아야 하는 프로젝트들은 늘 옆으로 밀쳐지고 있었다. 갈수록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 줄어들었다.

... 이런 문제는 업무뿐만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자연을 찾아 에너지를 충전하려고 해도 늘 쫓기는 마음에 무엇에든 마음을 두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라는 아침에 깨어나면 20~30분 동안 일체 외부적인 문제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리고는 업무상 해결해야 할 일과 자신의 사생활의 우선순위를 차례로 써내려갔다. 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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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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