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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홀릭

완벽한 하루 2006. 11. 2. 13:52

내가 아침을 어떻게라도 챙겨먹게 되는 건 커피때문이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건 몸도 나이도 부담스러워하는지라 밥을 못 챙겨먹으면 김밥이든 빵이든 꼭 챙겨먹게 된다. 마치 일을 위한 하루의 의식을 치루는 것처럼 이 시간을 기다린다. 카페인중독인줄은 알지만 일상의 무료함에 작은 방점 하나를 찍는 듯이 내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커피를 많이 마시냐 하면 그건 아니다. 하루에 1잔을 넘기지 않을 때가 많다. 서너잔씩 마셔본 적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입안에 하루종일 쓴 맛이 남는다. 뭐든 넘치면 그 매력을 잃게 마련이다. 약간은 아쉬운 듯한 커피 마시기를 위해서 1잔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그나마도 부담이 될 듯 하여 하루에 반잔으로 줄인게 두어달 전이었던가? 커피를 즐긴다기보다 그 시간을 즐긴다면 반잔으로 줄여도 무방할 듯 싶었다.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고 오전업무에 대한 부담을 가볍게 날려버리려면 그 정도로 충분할 듯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굳이 한잔 다 마셔야 할 이유가 없다. 커피한잔에도 게으른 고정관념이 묻어있음을 느꼈다. 그 후로 쭉 한잔을 타서는 반잔을 버리는 수고를 해오고 있다. 버리는 건 낭비지만 커피스틱이라 다른 방법이 없다. 혼자서 병커피를 타마실 수도 없고...

그런데 고정관념은 털어버렸는지 모르지만 습관은 고치지 못했다. 하루 한잔이 아침 반잔, 점심후 반잔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하루에 1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 되니 이건 정말이지 예상치못했던 결과다. 재밌다^^

욕망과 싸워서 이기는 건 참 어렵고도 부질없는 짓이다. 본능과 싸우는 건 무모한 짓이다. 그보다는 다른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편이 더 확실하고 효과적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잠과 싸우는 것보다는 그 새벽에 더 매력적인 일들을 배치해놓으면 굳이 힘든 싸움을 하지 않아도 기쁘게 새벽을 깨울 수 있다. 2차 성징을 맞은 학생들에게 야한 사진을 보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몸과 마음이 흠뻑 젖을 만한 생산적인 취미를 갖게 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듯이...

그런데 아직까지 식후 한잔의 커피만큼 매력적인 즐거움과 행복을 찾지 못했다. 녹차는 쓰고 둥굴레차는 냄새가 별로다. 이 정도면 커피 한잔이래도 중독은 중독 아닌가...
이런...-_-;;;
커피홀릭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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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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