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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고

책읽기 2006. 10. 20. 13:49
행복한 수고
테리 그린 지음, 신혜경 옮김/해피니언

이 책을 읽다 보니 떠오르는 몇사람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때였던가요? 무슨 일인가로 집에 가지 못하게 되자 저는 근처 친구집에 전화를 해서는 하룻밤 신세지자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 동네라는 것만 알았지 자세한 위치까지는 몰랐기에 천천히 약속한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만치서 가로등 불빛을 뒷짐지고 달려오는게 보였습니다. 약간은 긴장한채 멈칫거리는 틈에 그 친구가 헐떡이며 달려와서는 내 손을 잡았습니다. 발에는 급하게 신은듯한 슬리퍼가 걸려있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 친구는 웃고 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 웃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왜 굳이 뛰어나와야만 했을까? 특별히 친하다고도 할 수 없고 밤늦은 방문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문밖에 나와서 기다리는 것도 감사할 마당에 달려오다니... 그후로도 그 친구랑 특별한 기억이 더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유독 그 장면은 제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최근에 만났습니다. 둘째를 낳고 나서 산후조리를 할 곳이 마땅챦았던 우리부부에게 구세주 한 분이 나타난 것입니다. 교회에서 같은 훈련을 받던 분인데 그 분이 처음 우리집에 와서 둘째를 손수 씻겨주실때만 해도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우리집 사정을 눈치 챈 집사님이 매일 첫째 서원이를 데리고 저녁늦게까지 놀아주신 것입니다. 그것도 본인집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올때마다 뭔가를 들고 오는 서원이의 얼굴은 어린이집을 다녀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신나보였습니다. 아내는 진짜 신앙의 모습이 무엇인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이렇게 실감나게 배운 적은 없다고 여러번 고백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이웃들에게서 진정한 삶의 기쁨과 행복을 생생하게 맛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숱하게 나오는 우화집처럼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에 관한 거창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일상속에서 퍼올린 글들이라 마치 남의 일기를 훔쳐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사소한 수고들은 누구나 생각은 했을지언정 선뜻 옮기지 못했던 실천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게는 그것이 오히려 더 비범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진정한 힘이자 진짜메시지입니다.

아이를 둘 가지게 되고 맞벌이로도 힘들다는 서울생활을 외벌이로 버티는 동안 몸도 마음도 점점 여유가 없어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하나일때와 다른 두아이의 엄마로써, 자신의 한계와 자주 맞딱뜨립니다. 관심도 열정도 수고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만 매몰되어가지만 그것은 밑이 없는 독과도 같아서 답이 없는 채로 점점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하지만 이 책은 명쾌하게 제안합니다. 답을 내어놓습니다. 이웃을 위해 행복하게 수고하라. 그러면 너 자신은 물론 이 세상도 좀 더 살만해질 것이다.

이 책을 공원에서 두번째로 읽는 동안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최근에 이혼을 했었는데 남편이 심장마비로 올해 9월에 세상을 떴다는 것입니다. 하나 있는 딸은 소아정신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내는 이 글에서 소개드렸던 집사님께 아이를 맡기고 친구네 집에 다녀오겠다 합니다.
"꼼짝말고 거기 있어! 내가 당장 내일 너한테로 달려갈께"
이렇게 윽박질러놓고 내게 전화한 것입니다.

좋은 책이란 감동을 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의외로 답은 다른 이를 향한 사랑과 헌신과 작은 수고에서 나옴을 가르쳐 줍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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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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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고잉

책읽기 2006. 9. 4. 20:39


이지고잉
야마가와 겐이치/천채정
해피니언

나와 결혼한 사람은 원래 재즈를 좋아했는데 결혼 전 배우자에 관한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음악적 취향'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재즈란 음악을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무지 기승전결이 없는 이 음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처음도 시작도 비슷하다. 가운데도 비슷하다.
가요든 팝이든 클라식이든 나름의 클락이막스를 갖고 있게 마련인데
나는 재즈를 들으면서 그런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곤 했다.

이 책은 마치 재즈같은 책이다.
성공을 향해 기승전결을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에 혼란스런 질문을 던지고 간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지? 쉬엄 쉬엄 하면 안돼?"

자기계발서니 경영서니 재테크게 관련된 책들의 홍수속에서
마치 돌연변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을 굳이 시간을 내어서 읽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아마도 전혀 다른 템포로 살아가는 사람을 향한 본능적인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 사람이 인생을 대충 대충 살아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과 회사에 관한 이 사람의 의견은 정신이 번쩍 들만큼 냉정하다.
그가 주문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라' 는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 살지 말라는 말이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채 그것에 쫓겨다니지 말라는 얘기다.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우리는 성공에 관한 수많은 책들과 사람들에 자극을 받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정기적으로 '죽음'에 관해서 생각한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이 전해주었던 메시지처럼
이 세상이 좇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은 오로지 공허한 결과만을 낳을거라는 지혜어린 충고에 맞딱드리곤 한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 빨라서 그런 충고에 귀기울일 시간이 없다.
좀 더 달려보고 대답하겠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언제나 우리에게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잠시 일을 내려놓자.
우리가 쉬어간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는 걸 우리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힘에 부치지 않는 삶의 템포를 찾아보자.
나만의 삶의 스타일을 만들어보자고 이 책은 제안한다.

이 책은 그대에게 게으름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를 주문한다.

당신의 인생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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