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째 월요일 저녁은 책읽는 날로 정해서 회사나 집이나 으례 그렇거니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웬지 집으로 들어가야 할 듯 하다. 내년 4월이면 세상에 나오는 둘째 때문에 와이프가 전에 없는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 스트레스는 사실 나보다는 고스란히 우리 서원이가 떠안는다고 해고 틀린 말이 아니다. 원래 원칙이란 깨어지라고 있는 것 아닌가... 이날 점수를 따놓지 않으면 또 기회가 올런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전부터 찍어뒀던 책만 얼른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서 건진거?
케이블 CGV에서 하는 의학 드라마 '하우스'
주말만 해도 신경날카롭던 우리 부부 '하우스'에 나오는 괴짜 의사 캐릭터 덕분에 웃고 또 웃었다. 서원이와는 '뽀로로의 대모험'을 한시간 가까이 같이 봤다.
그리곤 뱃속 둘째가 자라면서 영 소화를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서 등도 주물러줬다.
한 일주일치는 벌었는지 모르겠다...
뭐 이런게 사는거지...ㅎㅎㅎ


모든 날이 소중하다
대니 그레고리 / 서동수
;세미콜론

연말 회사 송년회때 받은 도서상품권 1장, 보고 싶은 책 있으면 사보라 했더니 이 책을 사다 달란다. 그런데 계산만 하고 그냥 나오는 통에 결국 와이프가 직접 서점으로 가야했다.

가까스로 되찾은 이 책은, 그러나 완전 '마눌'스러운 분위기 물씬이다. 결혼할 사람의 다른 모든 것은 용서해도 음악적 취향만은 같기를 간절히 바랬다는데... 나는 최신유행가 혹은 70,80년대 가요를 좋아하는 '다방커피'급 음악수준인지라 지금까지의 결혼생활이 신기할 따름인데... 이 책 완전 재즈 분위기다.

평범한 뉴요커의 삶을 살던 저자의 아내가 갑작스런 철도사고로 반신 불수가 되자 주인공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완전 습작에서부터 천천히 집안, 집밖의 사물들로 그 시야를 넓혀나가는 과정이 진솔하고 유쾌하게 쓰여져 있다. 뉴요커들은 망가져도 이렇게 멋진 것인가? 그 심각한 상황은 글과 그림 저 아래 깊숙히 숨어 있고 또 다른 삶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자잘한 일상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네가 원했던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네가 살아온 것처럼 빠르고 신나지는 않겠지만, 그 삶은 깊고 진한 것이야. 너는 그 삶을 사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며 그것을 사랑하게 될거야."

저자의 장애인 친구가 그에게 해준 이 이야기는 이 책의 주제를 모두 말해준다. 이탈리아에서 멋진 여름휴가를 보내려다 네덜란드에 갇힌 어떤 사람의 이야기, 멋진 로마와 시실리 바다는 없지만 렘브란트, 알크마르, 허츠팟요리, 오래된 커피숍들, 그리고 쾨켄호프의 튤립들 같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어떤 사람... 삶은 주어진 것보다 발견해야 하는 것들이 훨씬 많음을 깊이 깨닫는다.

이쯤 되면 마눌의 책 고르는 수준을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다.


장외인간 1,2
이외수 / 해냄

이 책 역시 내가 하루에 천원씩 모아 PDA를 사려던 꿈을 버리고 아내에게 선물한 책이다. 이전에 서점에서 '도대체 뭔 책인가' 싶어 1권을 서서 읽고 온 적이 있는데 아내는 너무나 재미있게 하루밤새 끝내버렸다. 정말 같이 사는게 신기하지... 하긴 '모든 날이 소중하다'를 내가 읽는다 하자 '당신이 이 책의 맛을 알겠어?'하던 사람이 아닌가... 여하튼 독특하고 특이하고 게걸스러운 문체가 한 가득이다. 마눌이 어린 시절 읽었던 그 많은 소설 가운데 유독 이외수의 책이 기억에 남는다는게 이해가 될 만하다. 이런 책을 몇년동안 집밖을 안 나서며 두문불출 썼다는 말인가... 하나님의 마음도 헤아릴바 없지만 사람의 세계도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이 세상에 달이 사라졌다는 가정하에 스토리가 전개되는 이 책. 사실 주제보다는 그 문체와 분위기가 주는 독특함이 이 작가의 생명력이 아닐까? 때 되면 2권을 마저 읽어볼 생각이다. 그래야 마눌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생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뭐 그렇다는 얘기다...-_-;;;


성장과 혁신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 마이클 E. 레이너 /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세종서적 / 초판 2쇄

이젠 나의 페이스...
이전부터 찍어뒀던 책이라 '구글 스토리'와의 작은 망설임끝에 골라왔다. 그다지 재미있는 문체는 아니다. 하지만 내용의 전개는 마음에 든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점진적인 성장보다 그때 그때의 혁신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왔다. 우리 회사가 처한 현실을 고려해볼 때,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게 뭔가를 고민해 봤을 때 이런 책은 당장은 어렵더라도 꼭 읽어두고 싶다.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의 혁신이 필요하므로...
개인 필독서로 주중에 정리해봐야겠다...

서점에 잠깐 들른 북헌팅 리포트치고는 상당히 길었지만... 재미있었다^^
삶은 이렇게 중간 중간 쉼표를 찍어줘야 한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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