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자주 다니다보니 나름대로는 어떤 흐름같은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최근 그 흐름중의 하나가 '글쓰기' 관련 책이나 30,40대를 겨냥한 라이프코칭류의 책들이다. 재테크 관련한 책이야 워낙에 쏟아져 나오는 터라 흐름이랄 것도 없지만, 자기계발 서적류는 확실히 여성이나 중년층들을 겨냥하고 만든 책들이 자주 눈에 띠게 된다. 이 책도 그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진 않는다.
한마디로 그닥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국내 저자라는 공감대의 폭은 넓을지 모르나 웬지 푸념만 잔뜩 늘어놓은 책인 듯 썩 유쾌하지가 않다. 간간히 보이는 삶의 지혜 혹은 제안들은 어디선가 읽은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새로운 자신만의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건 자신의 삶에서 건져올린 펄떡거리는 체험의 메시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책은 에세이인지 자기계발서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끝까지 헤매다 끝을 못내는 느낌이다. 그러나보니 갑작스레 나오는 서간체 형식의 글들마저 생뚱맞게 여겨진다.
이런 책을 골라 읽을만한 독자라면 다른 책들도 익히 보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나 구본형씨의 여러 책들 말이다.
그걸 감안하고도 나온 책이라면 굳이 더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 직원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작은 말과 행동이 모여서 자신을 높이고, 회사에 출근하며 수위 아저씨한테 던지는 작은 인사말이 모여서 나의 위신을 높여준다. 푼돈, 자투리 시간, 매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노력들이 쌓여서 큰일을 만들어낸다. 이제는 이렇게 작은 것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후반전이 고비를 맞게 되기도 하고, 여유로워지기도 할 터인즉 마흔이 넘으면 내 주위의 작은 것들에 세세하게 배려하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40p.
* 돈은 댐의 수위 조절과 같아서 적당한 형태로 가둬 두고 내보내기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쌓아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 가뭄에 찌들어 타들어 가는 곳이 있다면 작은 물줄기나마 흘려주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이 나이엔 필요하다. 86p.
* 사십대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마음에 이끌려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즐거워야 한다. 즐거운 일은 능률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쉽게 늙지 않게 한다. 가장 대책 없이 늙는 일 중의 하나는 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103p.
* 우리에게 일은 어느덧 삶의중심이 되어 있지만, 왜 대한민국 사십대는 이렇게 일을 많이 할수록 풍요로운 생활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는 걸까? 한마디로 말해 일을 둘러싸고 공급이 수요보다 넘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을 욕망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삶의 가장 중심에 놓기 때문이다.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엔 일 때문에 고귀한 가치들을 희생시키게 된다. 108p.
* 매일 매일 잊지 말고 행복을 찾자. 자기가 누릴 행복을 악착같이 챙겨라. 오늘 행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영영 행복할 수 없다. 참을성 있게 삶에 대해 강인함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 마흔에는 다시 다가오지 않을 젊음을 생각하며 젊음이 맥없이 손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꽉 움켜쥐어야 한다. 115p.
* "과거의 습관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실망한 나머지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를 하찮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결심을 실천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쾌감은 생활의 모든 분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한다. 120p.
* 하루하루가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다. 요는 누구나 자기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모든 감정이 결정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죄책감이나 거북함, 불쾌한 감정 등 당신이 느꼈던 통증의 진원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행복감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탓할 필요란 전혀 없다. 123p.
* 우선 남과 다른 내 고유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서 풍기는 멋과 운치가 있어야 한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대인 관계를 넓히는 일이나,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책을 읽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모르는 것을 배움으로써 자신이 알고 행해 왔던 것이 과연 옳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인생의 깊이를 더해 줄 수 있으므로 소중하다. 146p.
* "솔로로 독립하려면 완벽한 프로가 되어야 하는 거야.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 말이야. 자기 전문 영역에서 협력업체를 찾아 자기 사업의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어설픈 프로들은 이 판에 발도 붙이기 힘들어. 예전처럼 밀어부치는 식이 아니라, 꾸준히 쌓아가는 것으로 깊이를 더하고, 연관관계를 통해 맥을 짚어주는 게 필요해. 상대 회사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최상이지." 166p.
* 좋은 습관들, 성공을 위한 요소 강화, 두텁고 믿음직스러운 인간관계와 인간적인 유대의 강화 등은 바로 그런 성공 요인이 인생이란 악보위에서 계속 순환되는 것과 같다. 흔히 성공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갖고 있는 성공 시스템은 바로 이러한 성공의 도돌이표를 더욱 강화해온 것이다. 174p.
* 나이가 들면 더 현명해진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그냥 허투루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세종대왕의 경우도 이와 같았다.
<자치통감>에 훈과 뜻을 넣어 편찬한 '자치통감훈의'를 작업할 때 세종대왕은 신하인 윤회에게 이렇게 말한다.
"요즘엔 책을 읽으면 글이 참으로 좋다는 것을 깨닫는다. 총명함이 날마다 더해지니 잠도 점점 더 줄어든다."
내가 좋아하는 세종대왕의 한 면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