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구본형 / humanist
1판 3쇄 / 2005.09.12.

* 온갖 종류의 구조조정에도 상관없이 한 조직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 성장하고 싶다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자신의 특별함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고, 일을 처리하는 자신만의 좋은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유능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그들은 적절한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말은 떼거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과는 매우 다른 개념이다. 적절한 관계라는 것은 본인의 성격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다. 그러나 적절함의 특징은 하나다. 폐쇄회로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누구와도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셋째, 그들은 늘 학습한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한다. 전문성이 자격증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식은 변하고 경험은 늘 다르게 적용된다. 자신의 소질을 이해하고 잠재력을 계발한다. 이들은 대체로 겸손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애정 없이는 자신을 불태울 수 없다. 어떤 분야든 자신을 불사르지 않고서는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세상의 흐름에 대한 대략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단추를 끼울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요한 사람들은 떠남을 늘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떠남으로써 남겨진 조직의 힘이 격감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놓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70,1p.

* 모든 위대한 리더는 유혹에 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을 포장하든지, 크고 부드러운 젖가슴으로 지그시 눌러 이성을 질식시키든지, 위대한 사상을 통해 혼을 빼앗거나 달콤한 꿈속으로 사람들을 몰고 간다. 매력이 없는 리더란 없다. 리더는 반드시 자신의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유혹은 매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매력은 가장 자기다운 것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이다. 76p.

* 우리는 기쁨을 위해 산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늘 섞여 있었다. 작은 수고들은 이런 기쁨을 위해 동반되는 선물의 포장지거나 아름다운 포장 끈이나 리본 같은 것들이다. 114p.

* 나는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글 쓰는 일에 몰두하는데, 이 시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선택했다. 나는 시간의 불모지를 내게 불하했다. 그리고 가장 귀중한 나만의 시간대로 만들었다. 마치 모두가 버린 시간의 밭을 일궈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찾아내지 못했다면 영원히 잠 속에 묻혀버릴 뻔한 보물 같은 땅이었다. 하루 시간의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두 시간이 거의 변하지 않는 내 작업시간이다. 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늘 가족과 친구들에게 우선적으로 열려 있다. 121p.

* 무엇인가를 할 때 다른 것을 계획하지 않고, 어떤 것을 계획할 때 다른 행위를 하지 않으면 순간에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몰입된 순간 순간을 살 수 있으면 행복하다. 196p.

* 바람이 조금 있는 아름다운 날에는 밝은 햇빛 속을 반바지 차림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산책하고, 우울한 날에는 집 안에서 그 기분에 어울리는 좋은 책 한 권을 볼 수 있다면 인생은 이미 행복하다. 이때 돈이란 밥 먹고 난 후 아이스크림 한 개, 혹은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실 만큼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인생이란 그렇게 간단한 것 아닐가? 197p.

* 나도 늦게 인생을 시작한 사람이다. 나는 어디서나 만나는 그저 평범한 남자였다. 특별한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그러다 우연히 글 쓰고 강연하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인지 정체를 잘 모르는 식물이 자라나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처럼, 나도 잎만 가지고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이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도 내가 아니다. 유일함이라니, 얼마나 황홀한 이야기인가? 216p.

* 나는 한 가지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을 자제했다. 읽기 싫으면 읽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썼다. 매일 쓰는 것은 다행히 아주 즐거운 놀이였다. 나는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와 느낌과 생각을 내 일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찾아내고 표현해보려고 했다. 그것은 늘 살아 있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나는 놀이가 가진 위대한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논다는 것은 순수하며 아무런 이해를 따지지 않는다. 경제적 계산을 넘어 빠져들게 한다.

나는 나만의 놀이를 찾아내려 했다.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답답하면 답답함을 즐기고, 권태로우면 권태를 데리고 놀려 했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 조급함에 그 이유 없음을 질타하곤 했다. 이유 없는 조급함에 대해서는 늘 한 호흡을 더 쉬곤 했다. 나는 나를 찾아오는 어떠한 것들과도 가능한 한 싸우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매우 호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싸움조차도 즐기려 하는 경우가 있다. 적과 논다는 것이 싸움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233,4p

* 우리는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다가 죽는다. 한 번도 살기 위해 일을 버린 적이 없다. 놀기 위해 산 적도 없다. 그래서 살기 위해 산 적이 없는 것이다. 235p.

* 그러나 가끔 대단한 존경심을 가지고 개를 대하기도 한다. 비록 먹다 남은 밥 한 덩이에 된장국을 섞은 것이지만 밥 한 그릇에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모른다. 개가 지르는 나직한 환성을 이해할 수 있다. "아, 밥이다, 밥. 맛있는 밥." 236p.

* 아침에 일어나 책을 쓰기 시작한 지 8년이 되었다. 책을 쓰는 일은 내가 가장 잘 배우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재능이 있겠지만, 이 방법이 내 스타일이다. 나는 내가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그들의 지식은 나라는 특별한 여과기를 거쳐 새로운 표현법을 얻게 된다. 239p.

* 경제적으로 학습은 자신을 '자본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교육과 훈련, 그리고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서만 포인트가 누적되는 자본이 바로 '인적 자본'이다. 자신을 자본화할 때는 전략적 배려를 해야 한다. 인생은 길지만 또한 짧고 유한하기 때문이다. 전략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학습은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40p.

* 나를 변화시켰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내 하루가 바뀌었는지를 물으면 확실해진다. 오늘을 놓치면 삶을 놓치는 것이다. 하루를 즐길 수 있으면 훌륭한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나의 물결로서,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가 나에게 바라는 목적이다.
하루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나의 두 번째 커리어도 없다. 264p.

* 나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의미와 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개인적인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며 믿음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진력을 다한다. 감수성이 강하고 사려가 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능란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그러나 세계를 함께 할 사람을 고르는 데 까다롭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보일 수 있다. 270p.

* 나를 깨우는 일에 능숙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깨어나는 것도 도울 수 있다. 자기를 깨우고 난 후에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271p.

* 이렇게 짜여진 강연의 반응은 훌륭하기도 하고 한편 실망스럽기도 했다. 좋은 내용이었지만 내 강연은 고작 그 강연장 안에서만 생명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들은 강연장을 벗어나는 순간 모든 것을 잊었다. 이것이 좋은 말의 한계였다. '좋은 말'은 강연장이라는 무균실에서만 살아 있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에 불과했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지없이 부서지며 다시 어제의 관성으로 합류되는 사람들을 보며 자괴감이 많았다. 285p.

* 2005.09.13

2004년에 나온 구본형씨의 아홉번째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일상의 황홀, 낯선 곳에서의 아침에 이은 그의 네번째 책읽기다.
완숙미가 느껴지는 그의 글쓰기에서 괜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의 사이트에서 유독 이 책이 많이 언급되어서(그나마 최근의 책이기도 해서일테지만...) 손이 안가는 책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책값을 지불했다.

나도 나이 마흔이 되면 나만의 문체와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첫번째 나의 책을 쓸 수 있을까?
그 전에 조금 더 열심히 생각하고 일하고 살아야겠다...
틈틈히 그의 생각을 옮길 생각...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구본형  (0) 2005.09.13
로마전쟁영웅사  (0) 2005.09.12
깨끗한 부자, 김동호  (0) 2005.09.12
[summary]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0) 2005.09.10
iCon 스티브 잡스  (0) 2005.09.09
Posted by 박요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