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스로 동기를 부여한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소주 한병과 땅콩을 사가던 생각이 난다. 군대 다녀와서 다시 수능시험을 치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대학에서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한다는 것은 너무 큰 고통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연관된 전공서적을 들고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하기로 한 것이다. 약 5개월간의 무모한 수능 도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공부가 즐거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화장실 청소까지 마치게 되면 거의 새벽 3시가 다 되곤 했었다. 하지만 그다지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포기했던 수학을 5개월만에 마스터하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언어영역과 사회탐구영역에 집중했다. 공부한다기 보다는 거기에 나오는 문제의 지문들을 즐겼다. 거기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즐겼다. 문제를 푼다기보다는 그것들과 대화하고 노는 기분이었다.

수능 당일, 첫 시간인 언어영역 문제를 풀 때 따스한 햇살이 창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시험치는 시간에 그렇게 평안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독서실에서 공부했던 어떤 고3 애들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신이 스스로 필요를 느껴 동기부여가 되는 일은 그때부터 더 이상 '일'이 아니게 된다. 굳이 옆에서 감독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이 느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그 '일'의 '방법'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사람을 그 버스에 태우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자가발전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방법의 동기부여가 필요없어진다. 좋은 회사가 위대한 회사가 되는 가장 확실하고도 분명한 방법이 바로 '적합한' 사람을 찾아 버스에 태우는 일이다.

내가 갓피플에 들어와서 가장 크게 동기부여를 받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동료직원들을 돕는 일이다. 각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은 저마다 다르지만 필요한 것은 언제나 관심이다. 굳이 도움을 주지 못해도 그 관심 자체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용기를 주는지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아침마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을 찾아 내 생각을 붙여 독서큐를 보낸다. 그리고 그 중에 몇명은 꼭 반응을 보인다. 삶의 원칙은 언제나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우리가 일상속에서 그런 원칙대로 살기는 힘들다. 나는 그 원칙들을 아침마다 되새겨 주는 메신저다. 내가 가진 지식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도 못하지만 나 스스로 다짐하듯 독서큐를 보낸다. 그것은 나와 동료직원들을 마음으로 이어주는 소중한 통로가 되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해 책을 읽고 그 중에서 도움이 되겠다 싶은 구절들은 항상 표시를 해둔다. 그렇게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일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모른다.

"나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쓴다. 그것은 신이 주신 능력을 찾아 더 충만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일깨우는 것이다.(27p,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앤서니 라빈스)"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
이것이 나를 오늘 살아있게하고 학습하게 하는 가장 큰 에너지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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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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