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어느 한순간 주위가 환하게 밝아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얼마전 백화점 정문에 있는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약간은 껄렁?해보이는 20대초반의 무리들이 옆 벤치를 차지하고 떠들고 있었다.
속으로 너무 떠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하면서 책으로 빠져들고 있는 틈에 서너살배기 여자애 하나와 그 가족들이 벤치쪽으로 다가왔다.
책읽기 힘드네...(백화점 입구이니 그게 당연한대도) 하며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너 몇살이야?"
내 목소리보다 두 음정 정도 높아보이는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살? 두살"
아까의 그 껄렁해뵈던 무리중 한 아이가 꼬마 여자애한테 말을 거는 장면이었다.
"이쁘다~~~ 몇살이야?"
몇번 찌르다 반응이 신통챦았는지 급기야 애 엄마와 할머니에게 천연덕스레 또 물었다.
"얘 몇살이에요? 진짜 이쁘네요?"

순간 주위가 환해져 옴을 느꼈다.
여간해서는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 나로써도 뿌듯해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그 꼬마애의 가족들과 웃고 있을 꼬마, 그리고 집요하게? 말을 걸었던 그 나이어린 총각의 화사한 얼굴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왔던 것이다.

나처럼 낯선 이에게 무신경한 것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삶이란 사람과 사람이 얽혀가는 관계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진정한 행복이란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 상황에서 번져나왔던 화사한 기운,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는 것이다.

낯선 이에게도 나눠줄 친절이 있다면
그 사람은 조금 더 행복한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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