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결혼한 사람은 원래 재즈를 좋아했는데 결혼 전 배우자에 관한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음악적 취향'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재즈란 음악을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무지 기승전결이 없는 이 음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처음도 시작도 비슷하다. 가운데도 비슷하다.
가요든 팝이든 클라식이든 나름의 클락이막스를 갖고 있게 마련인데
나는 재즈를 들으면서 그런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곤 했다.
이 책은 마치 재즈같은 책이다.
성공을 향해 기승전결을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에 혼란스런 질문을 던지고 간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지? 쉬엄 쉬엄 하면 안돼?"
자기계발서니 경영서니 재테크게 관련된 책들의 홍수속에서
마치 돌연변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을 굳이 시간을 내어서 읽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아마도 전혀 다른 템포로 살아가는 사람을 향한 본능적인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 사람이 인생을 대충 대충 살아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과 회사에 관한 이 사람의 의견은 정신이 번쩍 들만큼 냉정하다.
그가 주문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라' 는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 살지 말라는 말이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채 그것에 쫓겨다니지 말라는 얘기다.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우리는 성공에 관한 수많은 책들과 사람들에 자극을 받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정기적으로 '죽음'에 관해서 생각한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이 전해주었던 메시지처럼
이 세상이 좇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은 오로지 공허한 결과만을 낳을거라는 지혜어린 충고에 맞딱드리곤 한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 빨라서 그런 충고에 귀기울일 시간이 없다.
좀 더 달려보고 대답하겠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언제나 우리에게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잠시 일을 내려놓자.
우리가 쉬어간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는 걸 우리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힘에 부치지 않는 삶의 템포를 찾아보자.
나만의 삶의 스타일을 만들어보자고 이 책은 제안한다.
이 책은 그대에게 게으름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를 주문한다.
당신의 인생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 인생의 계단은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것이 훨씬 쉽다. 물론 잠도 자지 않고 시험공부를 하고, 부지런히 일을 하는 사람의 경우 그 과정이 노는데 정신 팔린 사람보다 괴롭고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만큼 정신적인 충만감도 느낄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도 그 노력을 인정해줄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힘겹게 올라간 곳에서 다신 멀어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52p.
* 입신양명, 성공, 출세... 사실 이런 것들은 우리의 연약함이 만ㄷ르어낸 삶의 구실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무심코 드는 때가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고, 그 신호는 누구나 받게 된다. 그러므로 그 신호를 놓쳐서는 안 된다.
... 그러나 신호를 잘 알아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나는 자신의 연약함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약하다, 내 안에는 이런 연약함이 숨겨져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야말로 무리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53p.
* 이런 나이에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명문 대학에 들어가고 싶고, 일류 기업에 취직하고 싶고, 출세하고 싶은 소망은 정말로 재미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사람들이 빨리 그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만약 당신이 자신에게 정말로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을 소중하게 키워가는 일은 정년 따위와는 상관없이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가 당신의 뒤를 이어서 걸어가 줄지도 모른다. 그런 인생은 허비한 인생이 아니다.
* 우선 일과 취미는 기본적으로 다르며 직업으로 일을 하는 경우라면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직장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즉 어떤 일이라도 돈을 받는 한 그것은 공적인 일이라는 가치관을 우선 가져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일이란 대부분의 경우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벽돌을 쌓아올려 집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순서라는 것이 있다. 기초공사를 하고 그 위에 집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68p.
* 편집회의 에서 상사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책이 독자를 설득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의 '기획'이 편집회의를 통과한 단게에서는 이미 당신 개인의 기획이 아닌 회사 전체의 '기획'이 된다. 즉 책임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따라서 아무리 도중에 '기획'의 내용을 변경하고 싶어도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다. 단, 내용 변경에 관해서는 당신이 아니라 상사가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70p.
*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이 '나는 프리랜서이다. 내 맘대로 할 거다'라는 자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틀렸다. 프리랜서이든 직장인이든, 하나의 프로젝트와 관계된 사람들 모두가 힘을 합쳐 동료들이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일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74p.
*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노트에 적어보면 어떨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좋아하는 것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 자신도 풍요로워지겠지요. 어려운 일이겠지만, 싫어하는 것을 줄이도록 노력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것이 생각나면 반드시 노트에 적어두자. 자신이 좋아하는 목록을 기록하거나 저장해둘 노트와 컴퓨터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이 쌓이게 되면 그 노트나 컴퓨터는 당신 자신과 상당히 닮아 있는, 매우 소중한 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90p.
* 진짜 나다운 것은 무얼까?
"네가 좋아하는 걸 찾아봐. 그게 바로 너야." 97p.
* "기록을 갱신하거나 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나는 다시 물었다.
"그게 뭐죠?"
"내가 나답게 있는 거예요." 103p.
*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으로 결국에는 사라져버리는 음악과도 같다. 행복은 빛이나 물과 같아서 무지개가 되어 아름답게 빛나지만 이내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저 그 순간을 만끽하기만 하면 된다. 132p.
*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건강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어쩐지 섬뜩할 정도로 '젊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늙게 마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왜냐하면 요즘은 젊음만이 가치가 있고, 성숙해지는 것은 '악'이기 때문이다. 마약의 지옥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처즈가 나이에 관한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한 적이 있다.
"나이가 들다니, 나한테는 분에 넘치는 일이야."
어른들이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지금보다 더 히스테릭하게 젊을을 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늙게 마련이며 그것은 골계적인 것이지 비극적인 것이 아니다. 173p.
* "성공한 자신의 이미지를 될 수 있는 한 구체적으로 떠올려봅시다."
이런 상상은 유치한 짓이다. 성공할 필요 없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패배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똑같은 크기의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자신을 소중히 하면 되는 것이다. 212p.
* "지금 당신의 지갑 안에 든 돈만으로도 당신은 엄청나게 멀리 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당신 주위에는 굉장히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다. 우리는 노력하기 위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맘 편히 살다 보면 때로는 노력도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이지 고잉'의 진정한 의미이다. 21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