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들어갔는데 아내의 표정이 어둡다.
얘기를 들어보니 처제가 1주일이 넘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으니 더욱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실종신고라도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부산에 있는 본가에 연락이라도 갈까봐 그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이사를 해서 강남구청 근처라는 것과 아파트 이름밖에 모르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고민고민하다 일단 경찰인 친구에게 연락해서 정확한 주소부터 알아냈다.
아내는 당장 내일이라도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벼른다.
하나밖에 없는 형제인데다 한 인물하는 외모라 아내는 더 안절부절이다.
그러던 오늘 아침...
발리에서 막 귀국했다는 처제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화는 로밍이 안되는지라 자동차 충전기에 꽂아두었다 한다.
그러니 신호가 계속 가지...

최근 들어 '관심'을 주제로 한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래에 소개할 '뜨거운 관심'부터 ' 척 마틴의 '관심', 해리 폴의 '좋은 아침'도 바로 사람과 주변에 대한 '관심'이 그 주제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과 기계들은 늘어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에 대한 관심에 목말라 한다.
처제는 아마 감동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언니와 형부의 '남다른 관심'에 말이다.
이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행복이란 이러한 관심을 주고 받는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은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의 뜨거운 관심에 목말라 하면서도
정작 그 하나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살고 있다.
이것이 삶이 가진 아이러니이자 미스테리가 아니고 또 뭐란 말인가...




뜨거운 관심
하우석/ 다산북스

훨씬 다듬어진 스토리와 구성으로 하우석씨가 새 책을 냈다.
이전의 책 '기획천재가 된 홍대리'로 가능성을 보였던 저자의 새 책이라 관심 깊게 읽어봤다.
'배려'의 성공 이후로 부쩍 이런 형태의 국내저작들이 선을 보이고 있는 터라 서점에서 내리 읽어버렸는데 꽤 짜임새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 있어서의 균형잡힌 삶에 대한 지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여느 서구쪽 책과는 달리 비극적인 결말도 어느정도 갖고 있다.
국내 저자라면 이러한 스토리 전개가 당황스럽기보다는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올 듯 싶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메시지...
거기에서 아쉬움이 남는걸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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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리즈 호가드/ 이경아
예담

우리들은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그 모양새와 방법은 각각 다르다 할지라도 말이다.
사형수와 젊은 여교수의 사랑을 다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즉 '우행시'의 제목이 떠오른다.
결국 우리가 불행한 이유도 이 진짜 '행복'을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

BBC 다큐멘터리로 방송되었던 내용을 엮은 이 책은
그 행복이 그다지 멀지 않다는 평범한 사실을 아주 과학적이고 세세한 조사결과로 설득력있게 들려준다.

'행복'은 '파랑새'이다.
곁에 있는데 발견하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바로 그것인 것이다.
이 책때문에 조금은 더 행복해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카르페디엠'을 다시 주문처럼 외운다.
이 순간을 즐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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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고잉
야마가와 겐이치/천채정
해피니언

'이지고잉'이라는 말이 생소해 검색해봤더니 그다지 좋은 의미가 아니다.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설렁설렁한다는 의미가 강한 부정적인 단어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책 제목으로 덜커덕 올려놓은 용기에 일단 박수가 나왔다.
도대체 삶에 있어 '이지고잉'하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름도 생소한 이 일본인 저자의 삶은 그런데 이상하게 매력적이다.
마치 피말리는 경기장 근처에서 뛰쳐나와 관중석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퇴장선수같다.
그러나 패배감에 휩싸인 얼굴이 아니라 삶의 진짜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바둑이나 장기도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몇 수를 더 본다 한다.
이 책이 매력있는 이유는 우리가 한동안 있고 있었던 쉼표의 삶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차범근 선수가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축구 자체를 즐기는 아들을 보며 야릇한 부러움을 보였던 글이 생각나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인생 너무 심각하게 살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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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독서의 기술
공병호/ 21세기 북스

공병호씨의 책읽기는 철저히 실용적인 노선을 따른다.
즉, 느끼고 누리는 대상으로서의 책이라기보다 그 책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데 탁월한 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의 책읽기에 관한한 탁월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의 효과는 지금의 그의 모습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강연이 시간당 200만원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이 치열함에는 쉼표가 없어보인다.
그와 많이 비교되는 구본형씨의 책과 가장 다른 점 역시 바로 이 점이다.
꼭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을 공병호씨는 내게 던진다.
이 점이 위의 '이지고잉'을 읽으면서 받았던 위로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언젠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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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성공노트
앤서니 라빈스/ 이우성

앤서니 라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요약한 책이다.
하지만 요약본임에도 700페이지가 넘는 원본의 위력을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말 밖에 더 할말이 없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읽은 자기계발 서적중에서 이 책만큼 실제적인 변화를 경험한 책도 없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라는 그런 류의 책이 아니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이 주변의 환경보다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쉴새 없이 반복한다.
그래서 우선 자신의 생각부터 바꾸라고 이 책은 말한다.
당장 눈앞의 일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신념과 믿음이 깨어지지 않으면 결코 실패가 아니라고 말이다...

이 훈련은 아마 죽을때까지 계속되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 승리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것이 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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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김주영/ 문이당

98년쯤 소개되었던 김주영의 소설이다.
몇년간의 절필 끝에 나온 책인지 정제된 언어의 위력을 새삼 보여주는 보기 드문 소설이다.
상황과 스토리는 눈덮인 산골 동네의 모습마냥 간단하기 그지 없다.
바람을 피우고 집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어떤 아내와 그 아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워낙에 팽팽한 심리묘사로 이어진 책이라
결국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야 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의 예기치 않은 반전이 또 한번 간담을 서늘케 했다.
요즘의 가벼운 소설과 극단적으로 비교되면서도
과연 이러한 소설이 앞으로도 읽힐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적극적인 생각보다 수동적인 느낌만으로 가득한 요즘의 책읽기 분위기에선
그다지 환영받기 힘든 소설임에도 틀림없다.

그래도 '재미있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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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정민/ 보림

시란 참 묘하다.
감흥이 없을 때는 한가한 사람들의 지적 유희 내지는 말장난 처럼 여겨지다가도
어떨 때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언어로 내 심정을 칼날같이 묘사하고는 긴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장영희 교수의 '축복'과 '생일'같은 책이 영시를 소개하고 풀어쓴 에세이라면
이 책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낯설기만한 '한시'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그 대상이 어린 아이라 설명하는 글이 낯 간지러울정도로 친절하지만
한시가 지닌 의미에 맛을 들이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게 된다.
역시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일까?
한시에 이러한 깊은 사연과 의미가 있는 줄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선조들의 삶에는 몇권의 자기계발 서적으로는 표현못할 감동과 공감이 서려 있었다.

영시를 외우듯 한시를 외우고 싶어졌다.
배움이란 언제나 즐거움 가득한 유희와 함께 어려운 숙제를 동반하곤 한다.
그래도 그 배움은 여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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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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