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어머니가 분당에 있는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다. 막 태어난 둘째 손녀가 보고 싶으셨는지 그 먼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오신 것이다. 그렇게 희원이를 안고 얼르시던 어머니가 대뜸 우리 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너그 엄마 뭐 달라진거 없나?"
달라진거? 어머니의 파마머리와 짧은 팔둑, 늘상 입으시던 옷하며 크게 달라진 걸 알 수가 없다.
"이렇게 관심이 없어요. 저그 엄마 얼굴에..."

그러시면서 점 빼는 수술을 하시고 얼굴 곳곳에 붙이신 조그만 살색 반창고를 가리키신다. 요즘 들어 얼굴에 반점이 들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들으신다는 거였다. 그러고보니 네다섯개의 반창고가 얼굴 곳곳에 붙어있다. 조금만 신경써서 보았더라도 금방 발견했을 터인데 사실 어머니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린애가 된다더니... 하는 생각보다는 여전한 나의 무심함이 들킨 듯 해서 죄송스러웠다.

사랑은 관심을 동반한다.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영화, 그리고 취미들... 그 사람이 좋아할만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갖은 발품, 손품을 팔지만 그러나 피곤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아내가 다니던 교회를 옮기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하루 세끼 혼자서 밥먹는 쓸쓸함을 이해하냐고 물었다. B형 간염 보균자인 아내는 쉽게 피로를 느낀다. 추석연휴를 끝내고 나서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아내를 위해서 캘리포니아롤을 정성스레 사가기도 했고 최근에 받은 도서상품권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책보다 아내가 좋아하는 외식을 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의 진정한 상실감과 공허감을 읽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울증에 걸린 듯 하다며 관련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책을 사볼 때만 해도 그저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러려니, 병원에나 가봐야겠거니 생각했을 뿐이다.

인생이 가르쳐주는 진리란 언제나 단순명료하다. 자신만큼 남을 사랑하라는 황금률이다. 우리는 하루종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행복한 순간,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먹고 싶은 것, 내가 누리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그러나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대상인 아내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나를 버리고 남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 놀랍게도 내가 더 행복해진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작으나마 관심을 보여주고, 그의 뒷모습에 대고는 다할 수 없는 축복의 마음을 전하는 훈련을 하자.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항상 관심을 갖고 있음을 고백하고 그 사람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일로 고민하고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갖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랑은 관심이기 때문이다.
그 관심은 반드시 행복한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마련이며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자 보람이 될 것이다.

자신의 존재와 삶으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예수님은 전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셨지만 그가 관심을 가진 대상은 언제나 과부나 아이들, 세리같은 그 시대의 소외된 자들이었고 ,아흔아홉마리의 양보다는 단 한마리의 양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은 분이셨다.

이제서야 그 말의 참뜻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듯도 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관심이 있다.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축복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바라고 있다.

그러니 부디, 꼭, 행복하시라^^


* '관심'에 관해 최근에 읽은 책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관심

좋은 아침

뜨거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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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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