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눈을 뜨고 보니 새벽은 새벽인데 시간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둘이 되고서부터는 새벽시간에 대한 소중함과 간절함이 두배는 커졌습니다. 그래서 몇시인지나 확인하고 일어서려는데 옆에 누워있던 서원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쉬가 마렵답니다. 어렵사리 쉬통을 찾아서 쉬를 누이고 다시 재우려는데, 이번엔 배가 아프다며 똥이 마렵답니다. 그제서야 화장실 불을 켜고 보니 새벽 5시 50분, 목표로 하는 새벽 5시는 이미 훨씬 지나버렸습니다.

약간의 낙담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그런 낙담을 할 새도 없이 서원이가 이번에는 눈이 부시다며 징징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옵니다. 저녁과 밤시간은 두 아이들을 재우고 밀린 집안일을 마무리짓느라 포기한지 오래지만 새벽시간은 그래도 어렵게나마 지켜오고 있었는데... 겨우 아이를 재우고 일어서니 6시 반이 훌쩍 지나있습니다. 오늘은 성경도, 책도, 혼자 기도하는 시간도 가지지 못했군요. 하루의 시작이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릴 때가 가장 속상합니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면서 문득 왜 짜증이 났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욕심이 항상 그럴듯한 모양새를 하고 오는 것은 아닙니다. 즉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나쁜 형태의 욕심만이 욕심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남에게 고백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그런 욕심도 많습니다. 나는 그런 욕심에 잠시나마 눈이 멀었던 것입니다.

예전에는 혼자 책을 읽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면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왜 나의 시간을 방해할까' 하며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색과 독서는 내가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내게 얘기를 걸어온 것은 평소에 차마 하지 못했던 진심을 얘기하거나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고, 행여 별 의미없는 잡담이라도 사람과 사람이 진정으로 나누는 교감이 주는 교훈이 책보다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다시 재우며 곰곰히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봤습니다. 한 인간으로써 좀 더 나은, 행복한, 보람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남을 위해 아낌없이 그것도 기쁨으로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나는 가장 사랑하는 아들보다 개인적인 사색의 시간을 더 사랑하고 있었구나 하는 작은 반성도 아울러 했습니다.

그런데... 출근하고 나서 지금 드는 생각,
내일만큼은 부디 서원이가 아침까지 푹 자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이 녀석들, 이렇게 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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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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